1970년대의 로맨틱한 낙천주의, 생지 데님의 귀환부터 가죽과 스웨이드를 이용한 섹시한 미니멀리즘, 한층 부드러워진 밀리터리 룩과 편안해서 더 멋스러운 홈웨어까지. 2015년 봄/여름 시즌을 지배할 트렌드를 엿본다.

7 Delicate White 
더운 여름을 청량하게 만드는 흰색은 이번 시즌에도 어김없이 런웨이에 등장했다. 디자이너들은 대체로 상하의를 모두 흰색으로 맞춘 올 화이트 룩을 선보였는데, 그중에서도 루이 비통, 샤넬, 디올, 클로에, 발렌티노 등 파리지앵 브랜드들은 섬세한 레이스 소재를 응용해 고급스럽고 여성스럽게 풀어냈다. 또 모던하고 과감한 디자인이 돋보인 유돈 초이의 오버사이즈 튜닉 드레스와 발렌시아가의 민무늬 저지 드레스는 드라마틱한 화이트 드레스가 꼭 새 신부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8 Fringe Festival

찰랑대는 술 장식은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움직임을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술의 소재와 장식된 모양에 따라 제각각 다른 리듬의 움직임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프로엔자 스쿨러와 세린느는 각각 드라마틱한 길이와 볼륨의 술을 심플한 드레스 밑자락에 달아 모델이 걸을 때마다 옷이 넘실넘실 춤추는 듯했고, 폴 스미스는 마치 훌라 스커트를 걸친 듯 엉덩이 언저리에만 짧은 술을 단 귀여운 실크 드레스를 선보였다. 이 외에도 어깨 부분에 층층이 술을 달아 상체의 움직임을 극대화한 소니아 리키엘의 티셔츠나, 술에 알록달록한 줄무늬를 더해 또 다른 시각적 효과를 노린 프린의 보디 컨셔스 드레스 등 프린지 룩은 런웨이에 활력을 더했다.

9 Woodstock 2015
한동안 주춤했던 록 페스티벌의 열기는 이번 시즌을 강타한 1970년대 풍 트렌드에 맞춰 다시 부활할 듯하다. 우드스탁의 전설이 시작되고, 포크, 일렉트로닉, 사이키델릭 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탄생한 1970년대는 현세대의 디자이너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고, 타이 다이, 티셔츠, 프린지, 글리터, 벨벳, 가죽, 비키니 등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의 패션 코드는 화끈한 페스티벌 룩으로 재해석되어 런웨이를 장식했다. 타미 힐피거, 디젤 블랙 골드, 에밀리오 푸치, 생 로랑의 컬렉션이 좋은 예다.

10 Glam in Black
이번 시즌, 등장만으로도 공기의 흐름을 바꾸는 파티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검은색의 드라마틱한 이브닝 룩에 투자하는 게 좋겠다. 톰 포드, 지방시 등 옷차림의 드라마를 잘 아는 브랜드들이 저마다 대담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조금은 남다른 검은색 이브닝 룩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길게 떨어지는 필립 플레인의 시퀸 드레스는 별다른 장식 없이도 그 자체로 빛났고, 톰 포드는 시퀸 팬츠와 티셔츠 위에 바닥을 훑는 망토를 매치해 1970년대 데이비드 보위를 연상시키는 글램 룩을 완성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시스루 드레스와 매니시한 턱시도 재킷의 결합으로 섹시함의 절정을 드러낸 알투자라나 깔끔한 홀터넥 점프 슈트를 제안한 발렌시아가, 어깨와 데콜테가 깊이 파인 팬츠 룩으로 참신함을 선보인 지방시의 이브닝 룩까지 검은색의 다채로운 변화는 이번 시즌 우리의 밤을 화려하게 물들일 것이다.  

11 Blue Crush
트렌드는 가끔 신통방통할 때가 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수많은 디자이너가 공통된 한 가지 스타일을 제안하기 때문인데, 이번 시즌 대다수의 브랜드가 약속처럼 선보인 트렌드는 바로 데님이다. 랙앤본과 토즈, 마이클 코어스는 각각 데님 소재로 만든 팬츠 슈트를 선보였는데 각자의 개성에 따라 디자인에 변화를 준 것이 인상 깊었고, 스텔라 맥카트니와 클로에는 여유로운 실루엣의 점프슈트를 선보였다. 생지 데님 일색이던 런웨이에 약간의 변화를 시도한 건 구찌와 타미 힐피거, 버버리 프로섬이다. 다양한 워싱의 데님 조각을 패치워크 디테일로 이어 붙인 재킷과 벨티드 드레스, 팬츠와 베스트 앙상블로 런웨이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12 At Home
쉬는 날이면 편한 옷을 입고 아무렇게나 뒹굴고 싶은 것처럼, 시공간을 초월한 수많은 영감의 원천을 헤매던 몇몇 디자이너는 강렬한 트렌드가 주는 긴장감 대신 홈웨어의 편안함과 아늑함을 선택했다. 소박한 체크 무늬를 담은 부드러운 실크 파자마는 스텔라 맥카트니와 넘버21 컬렉션에서 당당히 런웨이 룩으로 등장했고, 클로에는 큼직한 스웨트 셔츠와 팬츠 세트를 등장시켜1970년대 트렌드를 충실히 따르던 컬렉션 중간에 쉼표를 찍었다. 심플한 스웨터와 A라인 스커트로 복고적인 홈웨어 룩을 재현한 마이클 코어스의 컬렉션이나 아버지의 오래된 스웨터를 연상시키는 카디건을 걸친 에르메스의 룩에서는 아련한 향수마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