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의 계절이 돌아왔다. 베이지, 그레이, 체스트넛 등 따뜻한 톤의 자연스러운 컬러와 촘촘하고 고른 뜨개질이 매력적인 니트웨어로 가을 햇살처럼 나른하고 포근한 환상에 젖어보자.

11970년대 화보 촬영 현장에서 멜란지 니트 앙상블을 입은 샬럿 램플링. 2 화이트 니트 앙상블을 입고 히스로우 공항에 등장한 우르슐라 안드레스. 3 캐시미어 소재 비니는 가격미정,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cinelli). 4 캐시미어 소재의 니트 장갑은 80만원대, 브루넬로 쿠치넬리. 5 울 소재의 크롭트 스웨터는 가격미정, 바네사 브루노 아떼(Vanessa Bruno Athe). 6 니트 프린트의 저지 소재 스커트는 17만5천원, 그레이하운드(Greyhound). 7 소가죽 소재 클러치백은 가격미정, 마르니(Marni).

11970년대 화보 촬영 현장에서 멜란지 니트 앙상블을 입은 샬럿 램플링. 2 화이트 니트 앙상블을 입고 히스로우 공항에 등장한 우르슐라 안드레스. 3 캐시미어 소재 비니는 가격미정,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cinelli). 4 캐시미어 소재의 니트 장갑은 80만원대, 브루넬로 쿠치넬리. 5 울 소재의 크롭트 스웨터는 가격미정, 바네사 브루노 아떼(Vanessa Bruno Athe). 6 니트 프린트의 저지 소재 스커트는 17만5천원, 그레이하운드(Greyhound). 7 소가죽 소재 클러치백은 가격미정, 마르니(Marni).

 

 

매 시즌 트렌드를 관전하는 데 있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균형이다. 장식이 많은 화려한 트렌드의 이면에는 어김없이 그와 상반되는 미니멀한 트렌드가 있기 마련인데, 이번 시즌에도 60년대 레트로, 벨벳 소재, 컬러풀한 모피 등 글래머러스한 트렌드가 런웨이를 휩쓰는 동안 간결함과 편안함으로 무장한 니트웨어가 그 반대편에서 평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때로는 길게, 때로는 큼직하게, 또 때로는 꼭 맞춘 듯 밀착되어 몸을 타고 흐른 니트웨어는 마크 제이 콥스, 세린느, 캘빈 클라인, 스텔라 맥카트니, 하이더 아커만, 더 로우 등 쿨한 여자들이 즐겨 찾는 브랜드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번 시즌 니트웨어를 입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연출에 있는데, 터틀넥 스웨터, 심플한 니트 드레스, 브이넥 스웨터 등 지극히 평범한 아이템들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꺼번에 착용해 니트웨어가 주는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을 극대화한다. 컬러 또한 자연스럽다. 베이지, 브라운 등 뉴트럴 컬러를 기본으로 세련된 아이보리와 그레이를 더했고, 모든 색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멜란지 니트 소재를 주로 선보였다. 최근 패션계를 휩쓴 놈코어(Normcore) 트렌드처럼, 이런 평범한 아이템을 활용한 옷입기는 요즘 패션 피플의 가장 뜨거운 화두임이 분명했다. 

 

1 울 소재 니삭스는 21만8천원, 파비아나 필리피(Fabiana Fillippi). 2 울 소재의 니트 코트는 5백42만원, 미쏘니(Missoni). 3 울 소재의 니트 스웨트 팬츠는 10만원대,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Armani Exchange). 4 소가죽 소재의 숄더백은 42만원, 바이커 스탈렛(Biker Starlet). 5 실버 소재 뱅글은 가격미정, 마르탱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6 울 소재의 니트 드레스는 49만8천원, 바네사 브루노 아떼. 7 1970년대 화보 촬영장에서의 베루쉬카. 8 울 소재 터틀넥 베스트는 가격미정,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9 인조 가죽 소재의  플랫폼 샌들은 13만8천원, 알도(Aldo). 10 울 소재 클러치백은 가격미정,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1 울 소재 니삭스는 21만8천원, 파비아나 필리피(Fabiana Fillippi). 2 울 소재의 니트 코트는 5백42만원, 미쏘니(Missoni). 3 울 소재의 니트 스웨트 팬츠는 10만원대,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Armani Exchange). 4 소가죽 소재의 숄더백은 42만원, 바이커 스탈렛(Biker Starlet). 5 실버 소재 뱅글은 가격미정, 마르탱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6 울 소재의 니트 
드레스는 49만8천원, 바네사 브루노 아떼. 7 1970년대 화보 촬영장에서의 베루쉬카. 8 울 소재 터틀넥 베스트는 가격미정,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9 인조 가죽 소재의  플랫폼 샌들은 13만8천원, 알도(Aldo). 10 울 소재 클러치백은 가격미정,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스텔라 맥카트니의 런웨이에서는 시골 소녀의 홈웨어를 연상시키는, 헐렁한 오버사이즈 니트 드레스가 등장했는데, 여기에 스웨터를 어깨에 두른 듯, 같은 니트 소재의 늘어지는 크로스 백을 매치해 파자마처럼 편안한 매력을 드러냈다. 이 따뜻하고 나른한 니트 룩은 더 로우의 런웨이에서 다소 과장된 형태의 오버사이즈 버전으로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었다. 마크 제이콥스에서는 니트웨어에 약간의 복고풍 무드를 더했다. 가는 골의, 몸에 밀착되는 니트 베스트에 발 등을 덮은 나팔바지와 니트 머리띠, 가늘고 긴 머플러로 우르슐라 안드레스나 바바라 스트라이샌드 같은 1970년대의 패션 아이콘들을 연상시키는 옷차림을 제안했다. 니트웨어의 낭만과 복고풍 스타들의 부드러운 시크함이 어우러진 룩이었다. 캘빈 클라인의 프란치스코 코스타 역시 컬렉션의 85퍼센트를 니트웨어로 채우는  애정을 보였다. 평소 재단에서 그러하듯, 그는 실험을 통한 다양한 방식으로 니트 아이템을 만들어냈는데, 마크 로스코의 회화를 그대로 옮긴 듯한 컬러 블록 효과의 베스트와 롱 스커트 앙상블이나, 다양한 뜨개질 기법을 적용한 모노 톤의 드레스, 보풀이 인 듯 올을 풀어 흩날리게 한 오버사이즈 코트 등 긴 실루엣의 다양한 니트 아이템이 눈길을 끌었다. 세린느의 피비 파일로 역시 즉흥적인 옷 입기를 통한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편안함에 포커스를 두고 있었다. 이번 시즌 컬렉션을 통해 선보인 가는 골의 니트 앙상블 시리즈는 심플한 니트 드레스에 같은 소재의 팬츠만 더했을 뿐인데, 과도한 장식 없이도 니트 소재가 전달하는 여유와 편안함이 고스란히 느껴져 멋스러웠다. 흩어진 솔기를 그대로 드러낸 대담함이나 큼직한 숄을 허리에 대충 두른 듯한 깊은 슬릿의 니트 스커트까지 여백을 남긴 스타일링이 빛났다.

 

여백을 채워주는 건 투박한 디자인의 액세서리였다. 세린느는 열쇠, 너트와 볼트 등 금속 오브제를 연상시키는 귀고리와 플렉시글라스 뱅글을 매치했고, 캘빈 클라인은 단추 대신 큼직한 옷핀으로 앞섶을 여몄다. 슈즈 역시 투박함이 대세를 이뤘다. 마크 제이콥스의 모델들은 뭉툭한 스니커즈를 신었고 스텔라 맥카트니의 오버사이즈 니트 룩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든 것 또한 파스텔톤의 투박한 통굽 슈즈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편안함으로 무장한 이번 시즌의 니트 룩은 복잡한 디테일 없이도 니트 아이템의 레이어링과 시선을 잡아끄는 액세서리 하나만으로 쉽게 연출할 수 있다. 평범한 듯 비범하고, 소박한 듯 대담한 올 오버 니트 룩으로 따뜻하고 멋스러운 계절을 맞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