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 런웨이는 갤러리에서 예술작품을 보는 듯했다. 패션과 공예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방위적 패션을 선보이는 디자이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예술적인 감성이 시즌 최고의 무드로 떠올랐다.

1 폴리에스테르 소재 스카프는 3만9천원, 자라(Zara). 2 크리스털 장식의 소가죽 소재 슈즈는 가격미정, 생 로랑(Saint Laurent). 3 폴리에스테르 소재 원피스는 가격미정, 제인 송(Jain Song). 4 폴리에스테르와 실크 혼방 소재 쇼츠는 19만9천원, 세컨플로어(2econd Floor). 5 소가죽 소재와 여우털 소재의 숄더백은 2백만원대, 펜디(Fendi). 6 실크 소재 점프슈트는 가격미정, 제이쿠(J.Koo). 7 스테인리스스틸 소재 뱅글은 가격미정,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8 원색 스터드 장식의 소가죽 소재 슈즈는 1백만원대,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1 폴리에스테르 소재 스카프는 3만9천원, 자라(Zara). 2 크리스털 장식의 소가죽 소재 슈즈는 가격미정, 생 로랑(Saint Laurent). 3 폴리에스테르 소재 원피스는 가격미정, 제인 송(Jain Song). 4 폴리에스테르와 실크 혼방 소재 쇼츠는 19만9천원, 세컨플로어(2econd Floor). 5 소가죽 소재와 여우털 소재의 숄더백은 2백만원대, 펜디(Fendi). 6 실크 소재 점프슈트는 가격미정, 제이쿠(J.Koo). 7 스테인리스스틸 소재 뱅글은 가격미정,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8 원색 스터드 장식의 소가죽 소재 슈즈는 1백만원대,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예술이 패션이 되고, 패션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됐다. 예술작품은 늘 패션에 신선한 영감을 불어넣는 아이디어의 보고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유독 직접적이고, 다양하게 등장했다. 그래피티에서 영감을 얻거나, 유화 그림을 그대로 프린트로 활용하거나, 옷보다 아트 오브제에 가까운 액세서리를 선보이는 등 예술 분야에 따라 그 형태도 다양하다.
컬렉션 준비를 위해 여름휴가 기간에도 직접 예술작품을 디자인하고, 색칠을 했다는 칼 라거펠트는 쇼장으로 사용한 그랑 팔레를 갤러리로 탈바꿈시켰다. 칼 라거펠트는 샤넬의 아이콘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75개의 현대 미술 작품을 직접 디자인해 넓디넓은 쇼장을 채웠다. 이를 설치하는 데만 8일, 치우는 데만 3일이 걸렸다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팝아트풍 아이 메이크업을 하고, 팔레트에 나란히 짜놓은 물감을 연상시키는 프린트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이 샤넬의 ‘아티스틱’한 시즌의 포문을 열었다. 샤넬이 다양한 예술 작품 오브제를 활용해 컬렉션을 구성했다면, 프라다는 쇼장을 아예 아티스트들에게 내줬다. 스트리트 아티스트 6인이 그린 17개의 일러스트 작품을 쇼장 벽면은 물론 의상과 가방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붓 터치가 느껴지는 회화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이너는 또 있다. 세린느의 피비 파일로는 스트리트 무드의 그래피티 작품을 선보였다. 브라사이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좀 더 대담한 붓 터치의 C 로고 그래피티 패턴을 거의 모든 컬렉션 의상에 그려 넣었다. 질 샌더는 물감을 불어서 그린 듯한 아르테 포베라의 그림과 아리기에로 보에티의 컬러풀하고 아기자기한 패턴을 의상에 담아냈다. 아퀼라노 리몬디는 고갱의 목가적인 타히티 시절을 되새기며 그의 그림을 그대로 원피스 안에 그려 넣었고, 알렉산더 맥퀸의 사라 버튼은 아프리카와 몬드리안의 삼색 컬러 블록이라는 예상치 못한 조합으로 패션과 예술을 풀어냈다. 아트 오브제, 회화 작품에 이어 타이포그래피 역시 예술의 한 장르로 표현됐다. 디올의 라프 시몬스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발췌한 다양한 문구를 활용해 마치 범죄 현장에 두른 테이프처럼 표현했다. 유화 같은 플라워 프린트와 함께 구성된 타이포그래피는 다양한 뜻의 오묘한 문장을 숨은그림찾기하듯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할 뿐 아니라 현대 미술을 감상하는 느낌이 들게 한다.

9 캔버스 소재 토트백은 가격미정, 에르메스(Hermes). 10 폴리에스테르 소재 스커트는 8만9천원, 자라. 11 크리스털 장식의 스웨이드 소재 슈즈는 가격미정, 프라다(Prada). 12 비즈 장식의 캔버스 소재 클러치백은 1백10만원대, 샬롯 올림피아 바이 라꼴렉시옹(Charlotte Olympia by La Collection). 13 면 소재 티셔츠는 가격미정, 폴앤조(Paul&Joe). 14 폴리에스테르 소재 팬츠는 20만5천원,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 15 실크 소재 원피스는 가격미정, 폴앤조. 16  소가죽 소재의 위빙 웨지힐 슈즈는 가격미정, 에르메스.

9 캔버스 소재 토트백은 가격미정, 에르메스(Hermes). 10 폴리에스테르 소재 스커트는 8만9천원, 자라. 11 크리스털 장식의 스웨이드 소재 슈즈는 가격미정, 프라다(Prada). 12 비즈 장식의 캔버스 소재 클러치백은 1백10만원대, 샬롯 올림피아 바이 라꼴렉시옹(Charlotte Olympia by La Collection). 13 면 소재 티셔츠는 가격미정, 폴앤조(Paul&Joe). 14 폴리에스테르 소재 팬츠는 20만5천원,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 15 실크 소재 원피스는 가격미정, 폴앤조. 16 소가죽 소재의 위빙 웨지힐 슈즈는 가격미정, 에르메스.

이처럼 숨가쁘게 훑어본 런웨이는 우리를 인상파부터 현대 미술까지 거대한 갤러리로 인도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끝도 없이 나열되는 작가명과 작품명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패션쇼장의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빛나던 옷을 일상에서 자연스레 소화하는 건 만만치 않다. 자칫하면 너무 과한 룩이 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이런 화려한 의상을 연출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딱 하나만 입는 것이다. 미우 미우나 프라다 컬렉션처럼 다양한 프린트 원피스는 그것 하나만 입었을 때 프린트 자체를 드러내며 깔끔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이럴 땐 간결한 실루엣을 선택해야 패턴이 주는 화려함을 덜 수 있고, 액세서리의 색상 역시 모노톤의 단정한 색상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도 명심하자. 두 번째는 스트리트 무드의 아이템을 더해 아티스틱한 옷이 가진 느낌을 펑키하게 변신시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케인 컬렉션에서 선보인 것처럼 프린트 스커트에 스웨트 셔츠나 봄버 재킷을 입으면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입을 수 있는 캐주얼 룩이 완성된다. 세 번째는 프린트에 사용한 색상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프린 컬렉션처럼 컬러 블록 패턴의 톱과 그 컬러 블록에 사용한 분홍색 스커트를 함께 입는 식이다. 단색의 컬러 아이템을 입어야 마치 한 벌인 것처럼 통일성을 부여해 세련된 느낌이 연출된다. 그래도 이러한 의상이 부담스럽다면 가방이나 슈즈부터 시도해보길. 검은색이나 흰색처럼 단정한 색상의 옷에 포인트로 활용하기에 좋고, 청바지나 가죽 팬츠에는 발랄하고 경쾌한 무드를 덧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슈즈나 가방의 컬러는 화려할수록 활용도가 더 높다. 좀 더 대담한 스타일을 즐긴다면 이번 시즌엔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걸 적극 추천한다. 원색의 미러 렌즈 선글라스나 투명한 테의 재미있는 디자인의 선글라스라면 스타일에 위트를 더해준다.
“예술은 사람들을 꿈꾸게 한다!” 강렬한 오렌지색 붓 자국으로 이번 시즌 예술적인 분위기에 적극 동참한 런던 컬렉션의 디자이너 세드릭 샤를리에의 말처럼 따뜻하고 화사한 봄을 맞이해 단조로운 의상에서 벗어나 미술 예술품 같은 의상을 걸쳐보는 건 어떨까. 원피스나 스커트 하나를 입는 것만으로도 심심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짜릿한 일탈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