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에는 무엇을 입어야 옷 잘 입는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남다른 패션 감각을 지닌 에디터와 모델, 바이어, 디자이너 등에게 가을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시즌 트렌드와 스타일 팁을 더한 가을을 위한 34개의 쇼핑 아이템.

칼라 장식의 실크 소재 원피스는 95만원, 모스키노 칩앤시크(Moschino Cheap&Chic).

칼라 장식의 실크 소재 원피스는 95만원, 모스키노 칩앤시크(Moschino Cheap&Chic).

1 사랑스러운 여자
발렌티노 쇼를 본 후 허벅지 위로 짧게 올라오는 베이비돌 드레스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컬렉션의 모델처럼 머리를 한쪽으로 땋아 내리고 얌전한 헤드밴드와 메리 제인 슈즈를 신기에는 30대 초반의 나이가 마음에 걸린다. 알렉사 청의 스타일을 참고해 베이비돌 드레스와 상반된 느낌의 가죽 재킷, 남성적인 테일러드 코트에 옥스퍼드 슈즈를 신으면 과하지 않게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 김사라, ‘먼데이 에디션’ 대표

 

목걸이는 1백10만원, 마위 바이 반자크(Mawi by bbanZZac). 귀고리는 50만원대, 마위 바이 반자크.

목걸이는 1백10만원, 마위 바이 반자크(Mawi by bbanZZac). 귀고리는 50만원대, 마위 바이 반자크.

2 세모를 찾아서
올가을에는 금빛으로 물든 커스텀 주얼리가 대세다. 지난 시즌 바로크 무드에서 활약한 주얼과 시퀸 장식이 눈에 띄는데, 흥미로운 점은 날렵한 삼각형 모양을 형상화한 디자인에 많은 브랜드가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데콜테가 드러나는 원피스는 물론 면 소재 티셔츠나 스웨트 셔츠에 세모난 바로크 무드 주얼리를 더하면 탁월한 패션 감각을 갖춘 가을 여자가 될 수 있다.
– 김은정, 주얼리 편집매장 ‘반자크’ 전무

구조적인 디자인의 소가죽 소재 클러치백은 42만원, 새들러 바이 미크 24/7(Saddler by MIK 24/7).

구조적인 디자인의 소가죽 소재 클러치백은 42만원, 새들러 바이 미크 24/7(Saddler by MIK 24/7).

3 네모나고 길쭉한 것
‘반짝’ 유행하고 사라질 것 같았던 클러치백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가을에는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의 사각 클러치백이 유독 많이 나왔다. 정제된 레이디라이크 룩에 들면 세련된 옷차림을 연출할 수 있겠다. 마르니와 프로엔자 스쿨러 쇼처럼 클러치백을 세로로 길게 세워 가슴에 품으면 재미를 줄 수 있다. 내용물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천 소재보다는 가죽 소재를 선택하자. 손가락을 빛내줄 반지와 팔찌도 잊지 말자.
– 구민우, 편집매장 ‘MIK 24/7’ 매니저

자카드와 소가죽 소재 베스트는 1백39만원, 헬무트 랭 바이 비이커(Helmut Lang by Beaker).

자카드와 소가죽 소재 베스트는 1백39만원, 헬무트 랭 바이 비이커(Helmut Lang by Beaker).

4 실용적인 가죽 베스트
가을이 오긴 오는 걸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관심은 온통 실용적인 디자인의 가죽 베스트에 쏠려 있다. 지난달 해외 출장길에서 다양한 의상을 살펴보던 중 발견한 것은 헬무트 랭의 구조적인 가죽 베스트! 환절기에는 화이트 셔츠와 테일러드 팬츠를 매치해 우아한 멋을 드러내고, 날이 차가워지면 따뜻한 모헤어 니트 스웨터를 곁들여 입을 생각이다. 거칠고 남성적인 가죽 베스트의 느낌을 중화하는 여성스러운 플리츠 스커트를 입으면 멋질 것 같다.
– 정혜림, 편집매장 ‘비이커’ 바이어

캐시미어 소재 컬러블록 니트 스웨터는 1백13만7천원, J.W. 앤더슨 바이 쿤(J.W. Anderson by Koon).

캐시미어 소재 컬러블록 니트 스웨터는 1백13만7천원, J.W. 앤더슨 바이 쿤(J.W. Anderson by Koon).

5 핑크빛 가을
갈색과 카키색, 회색의 독무대였던 가을 패션에 핑크가 더해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로 입는 게 부담스럽다면 컬러블록 니트 스웨터부터 시작해보자. 봄기운이 폴폴 풍기지 않도록 차분한 가을 색상 하의를 더하면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다.
– 이진영,편집매장 ‘쿤위드어뷰’ 여성복 바이어

양가죽 소재 스커트는 1백만원대, 스툴즈 바이 수퍼노말(Stouls by Supernormal).

양가죽 소재 스커트는 1백만원대, 스툴즈 바이 수퍼노말(Stouls by Supernormal).

6 단정한 펜슬 스커트
컬렉션을 살펴보니 엉덩이에서 무릎까지 딱 달라붙는 가죽 소재 펜슬 스커트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가을/겨울을 멋지게 보내기 위한 필수품 같다. 밴드 오브 아웃사이더스 쇼처럼 유연한 실루엣의 블라우스나 짧은 길이의 티셔츠를 더하면 가죽 스커트를 실용적으로 즐길 수 있겠다. 버버리 프로섬 쇼처럼 엉덩이를 덮는 낙낙한 실루엣의 니트 스웨터와 앵클부츠의 조화도 훌륭하다.
– 이진희, 편집매장 ‘수퍼노말’ 바이어

코쿤 실루엣의 니트 소재 원피스는 1백28만원, 드민(Demin).

코쿤 실루엣의 니트 소재 원피스는 1백28만원, 드민(Demin).

7 우아한 레드 룩
‘드민’의 디자이너 장민영이 조언하는 레드 입기
가을/겨울 시즌 주목할 만한 레드 룩은? ‘레드’ 하면 생각나는 발렌티노의 롱 드레스. 레드 드레스로 유명한 하우스답게 이번 시즌에도 어김없이 레드 드레스를 재해석했는데, 긴장감 있게 뚝 떨어지는 실루엣으로 새로움을 더했다. 레드를 세련되게 연출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은? 볼륨감이 느껴지는 상의다. 레드 의상은 보기에 아름답지만 막상 입으려면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 면적을 많이 차지하는 아우터보다 상의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핏기 하나 없는 얼굴을 화사하게 보이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레드와 잘 어울리는 컬러는? 블랙! 블랙에 슬쩍 레드를 더하는 것은 쉽고 세련된 방법이다. 세련미가 넘치지만 한편으로 무겁고 답답한 검정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낮과 밤, 서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면? 낮에는 활동성을 고려해 데님 팬츠와 낮은 굽의 옥스퍼드 슈즈로 레드의 경쾌한 느낌을 살린다. 각종 파티가 이어지는 밤에는 고혹적인 레드 드레스도 좋지만, 스카프나 클러치백, 하이힐 슈즈 등을 활용하면 색다른 매력을 뽐낼 수 있다.

송아지가죽 소재 블라우스는 2백만원대, 크리스토퍼 케인 바이 무이(Christopher Kane by Mue).

송아지가죽 소재 블라우스는 2백만원대, 크리스토퍼 케인 바이 무이(Christopher Kane by Mue).

8 호피무늬의 위엄
남자들에게 영원한 비호감 패션 1순위일지 몰라도, 이번 시즌 여자들에게 호피무늬는 걸치는 순간 곧 트렌드 리더로 점 찍힐 만큼 강력한 무기다.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무늬가 부담스럽다면 트루사디 쇼를 참고하자. 블랙 스커트와 사각 토트백, 앵클부츠를 더하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단 간결한 디자인을 골라야 멋스럽다. 목걸이와 귀고리 등 주얼리는 걸치지 않는 게 좋다.
– 이혜원, 편집매장 ‘무이’ 마케팅 담당

9 이모저모 크롭트 톱
몇 시즌째 크롭트 톱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덕분에 배꼽까지, 때론 가슴 바로 아래까지 드러나는 크롭트 톱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올가을에는 맥시 스커트나 롱 드레스에 입어 극단적인 하이&로우 스타일을 연출해볼까 한다. 톱은 단단한 울과 네오프렌 소재를 선택하는 게 세련돼 보인다. 세린느 쇼처럼 구조적인 크롭트 톱에 모피 스커트를 더하면 감성적인 가을 룩으로 제격이다.
– 정지연, 편집매장 ‘프로덕트 서울’ 대표

벨벳 패치워크 장식의 울 소재 코트는 가격미정, 허환 시뮬레이션(Heohwan Simulation).

벨벳 패치워크 장식의 울 소재 코트는 가격미정, 허환 시뮬레이션(Heohwan Simulation).

10 둥글게 둥글게
코쿤 코트는 특유의 동그란 실루엣을 잘 살려야 제맛이다. 그 핵심을 맛깔 나게 짚어낸 카르뱅과 라코스테 쇼를 주목하면 매력적인 연출 팁을 얻을 수 있다. 큰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다리선을 날렵하게 연출해야 한다. 체형이 통통한 편이라면 소매 부분만 동그랗게 부풀린 코트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갑이나 베레모 등의 액세서리를 매치하면 클래식한 무드로도 소화할 수 있겠다.
– 이선희, 편집매장 ‘피플 오브 테이스트’ 매니저

핀 스트라이프 패턴의 폴리에스테르 소재 코트는 20만원대, 카이아크만(Kai-aakmann).

핀 스트라이프 패턴의 폴리에스테르 소재 코트는 20만원대, 카이아크만(Kai-aakmann).

11 남성복을 탐한 여성복
가을 옷으로 가득한 9월호 촬영장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진짜 남자 옷장에서 꺼내온 듯한 남성적인 실루엣의 여성복이 촬영장마다 준비돼 있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핀 스트라이프나 글렌 체크처럼 남성복에 주로 사용하는 무늬와 소재라는 거다. 말끔한 신사의 테일러드 슈트를 연상시키는 스텔라 맥카트니의 코트나 모스키노의 테일러드 재킷을 쇼핑 리스트에 넣고 싶다. 레페토의 끈 없는 화이트 에나멜 로퍼를 신으면 멋지게 연출할 수 있겠다.
– 이성경, 모델

12 체크무늬 셔츠 돌려입기
믹스앤매치 스타일을 즐기는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생 로랑 쇼의 체크무늬 셔츠다. 올가을 체크무늬 셔츠 한 벌이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한 턱시도 재킷을 더하거나, 시폰 드레스나 레이스 드레스에 나른하게 걸쳐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게 포인트다. 셔츠는 크고 넉넉한 사이즈를 구입하고 어깨에 살짝 덧입어 늘어진 것같이 연출해야 제격일 듯하다.
– 아이린, 모델

울 소재 블루종은 1백8만원, 쟈니해잇재즈(Johnny Hates Jazz).

울 소재 블루종은 1백8만원, 쟈니해잇재즈(Johnny Hates Jazz).

13 회색 열풍
‘쟈니해잇재즈’의 디자이너 최지영이 조언하는 회색 입기
가을/겨울 시즌 주목할 만한 회색 룩은? 회색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알렉산더 왕의 밀리터리 룩. 둥글게 재단한 어깨선과 간결한 실루엣의 의상에 가죽과 울, 모피를사용해 우아하게 변형된 밀리터리 룩을 선보였다.회색을 세련되게 연출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은? 알파카나 캐시미어 소재의 오버사이즈 코트와 야구점퍼. 남자 것을 슬쩍 빌려 입은 듯한 회색 오버사이즈 코트는 중성적인 매니시 룩이나 우아한 옷차림에 잘 어울린다. 야구점퍼는 다양한 옷차림에 어울려 실용적이다.회색과 잘 어울리는 컬러는?흰색과 카키색.회색을 우아하게 입기 위해 추가하면 좋은 것들은? 무릎 아래에서 동그랗게 퍼지는 핏 앤 플레어 실루엣 스커트와 보디라인을 드러내는 드레스를 매치하면 고급스럽다. 여기에 모피 머플러와 진주 액세서리를 더하면 우아함을 강조할 수 있다.

버클 장식의 송아지가죽 소재 부츠는 1백70만원대, 생 로랑(Saint Laurent).

버클 장식의 송아지가죽 소재 부츠는 1백70만원대, 생 로랑(Saint Laurent).

14 워커 부츠의 매력
지난 시즌 모두를 매료시켰던 ‘그런지 록 스피릿’이 펑크 무드와 함께 공격적인 외양으로 돌아왔다. 강한 로커 패션을 완성하기 위한 필수 아이템은 가죽 팬츠나 바이커 재킷이 아닌 워커 부츠. 구멍 난 스타킹과 스터드가 잔뜩 박힌 가죽 의상을 매치한 전형적인 옷차림은 지루하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방식은 클로에나 시몬느 로샤 같은 단정한 스쿨 룩에 워커 부츠를 더하는 것. 반듯한 의상과 비뚤어진 영혼의 상징인 워커 부츠의 대비는 꽤 신선한 조합이 될 수 있다.
– 송보라, <보그> 패션 에디터

15 일상 속의 쿠튀르
오트 쿠튀르 쇼에서 볼 법한 타조 깃털이 이번 시즌 런웨이를 강타했다. 드리스 반 노튼은 테일러드 팬츠 위에 타조 깃털 스커트를 더해 색다른 스타일을 제안했다. 스포티한 스웨트 셔츠를 매치한 프로엔자 스쿨러, 에르뎀의 타조 깃털 드레스까지, 요즘 핫한 디자이너들이 타조 깃털에 단단히 꽂힌 모양이다. 진짜 타조털은 고가일뿐더러 매일 입기 부담스러우니 가짜 타조털 의상으로 새로운 옷 입기에 도전해봐야겠다.
– 이정은, 편집매장 ‘분더샵’ 바이어

16 가죽 재킷의 계절
옷깃을 여미게 되는 가을에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바로 가죽 재킷이다. 티셔츠, 셔츠, 블라우스 등 어떤 의상과도 조화를 이루는 친화력을 지녔으며, 바람을 막아주는 든든함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많은 디자이너들은 가죽 재킷을 어떻게 입느냐에 중점을 둔 것 같다. 터틀넥 니트와 셔츠, 트렌치코트 위에 가죽 재킷을 덧입은 알투자라와 필립 림 쇼처럼 세 가지 이상의 이너로 색다른 재킷 입기에 도전해보려 한다. 가을에는 매일 이렇게만 입고 싶다.
– 강소영, 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