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화이트 컬러와 아시안 스타일, 허리를 강조한 코르셋 실루엣, 1960년대 스페이스 룩의 부활 등 2013년 봄/여름을 근사하게 밝힐 트렌드 읽기.

1. Attention, Asia!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 재발견된 대륙은 다름 아닌 아시아였다.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의 전통 복식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컬렉션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군데군데 우리의 한복을 닮은 컬렉션도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 게이샤 룩을 팝아트적으로 표현한 프라다의 재치, 용 모티프의 중국 전통 의상을 모던한 실루엣에 입힌 에밀리오 푸치의 심미안, 한복 속적삼을 닮은 아크네의 시스루 드레스와 태권도 도복을 차용한 에밀리오 푸치의 센스까지! 우리에게 친숙한 아시안 스타일이 한층 세련된 모습으로 거듭난 점이 반갑다. 혹시 아나. 동양의 섬세한 멋을 걸친 옷차림이 프렌치 시크 못지않은 ‘아시안 시크’로 세계적인 유행을 낳을지.

2. 스포츠시대

이번 시즌 런웨이는 제대로 스포츠 시대를 개막했다. 특히 메시 소재를 곁들여 모던한 스포츠 룩을 완성한 스텔라 맥카트니와 면의 분할로 활동적인 멋을 강조한 펜디, 샤라포바를 떠오르게 하는 테니스 룩의 DKNY, 야구와 승마를 오가는 구조적인 디자인의 알렉산더왕이 금메달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편안함을 배가하는 섬세한 디테일들이다. 입었을 때 자연스럽게 풍겨 나오는 편안함이 근사한 스포츠 룩의 첫째 조건임을 기억하자.

3. 체크무늬의 변신

이번 시즌 프린트의 제왕은 체크무늬다. 서정성을 무기로 가장 많은 변신을 보여준 체크무늬는 여성들을 매료시킬 채비를 완벽히 마쳤다. 매력적인 체크 룩이 넘쳐난 가운데, 독보적인 왕좌를 꿰찬 건 드리스 반 노튼. 체크에 체크를 더하는 새로운 연출방식으로 주목받았는데, 핵심은 체크무늬의 크기를 다르게 선택하는 거다. 그리고 무늬의 크기 차이를 부담스럽지 않게 마무리하는 장치로 톤온톤 컬러 조합을 사용했다. 발랄한 깅엄체크로 세련된 하이디 룩을 제안한 알렉시스 마빌과 블록체크로 1960년대 무드를 연출한 루이 비통, 낙낙한 실루엣에 다양하게 변형한 체크무늬를 조합해 경쾌한 봄/여름 룩을 완성한 마르니의 컬렉션도 체크의 변신에 적극 동참했다.

4. 플라멩코 춤을

페플럼 장식을 이을 다음 주자는 플라멩코 실루엣이다. 정열의 춤, 플라멩코를 추는 집시가 보여주는 예술의 혼과 힘, 그리고 스커트 자락의 율동감을 떠올리면 왜 플라멩코 실루엣이 매력적인지 이해가 될 거다. 발렌시아가와 클로에, 구찌, 지방시, DVF 쇼에는 마치 플라멩코를 추듯 경쾌한 캣워킹을 선보인 모델들이 넘쳐났다. 주로 허리선에 위치했던 페플럼 장식과는 달리 허리선과 스커트 자락, 목선 등 특별한 경계없이 나풀대는 비대칭 러플이 달렸다. 플라멩코 실루엣을 과하지 않게 즐기기 위해서는 러플 장식을 제외한 나머지 실루엣은 최대한 간결한 것으로 고른다.

5. Tribal Travel

이국에 대한 로망을 채워주는 에스닉 룩이 한층 넓은 스팩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밀짚, 프린지, 프린트 스카프, 레이스를 걸친 돌체앤가바나의 시칠리아 여인들, 화려한 트로피컬 색감을 배제해 한층 더 세련되게 탄생한 이자벨 마랑의 하와이언 스타일, 투우와 플라멩코의 나라 스페인의 색채를 귀족적으로 부각한 랄프 로렌, 상형문자를 닮은 프린트로 아프리카 원시부족의 멋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메리 카트란주와 에르마노 설비노 등이 우리를 이국의 나라로 안내한다. 에스닉 룩의 풍부한 감성을 고조하기 위해서는 민속적인 색채와 현대적인 실루엣이 적당히 어울린 의상을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