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우아한 아르누보 스타일과 1960년대 풍의 옵아트 프린트, 밀리터리 룩과 팬츠 슈트의 우아한 귀환, 어깨선을 내린 오버사이즈 코트와 재킷, 검은색 가죽의 부드러운 변주 등 2012년 가을/겨울 트렌드를 한번에 여행하는 패션 급행열차.

가을과 겨울에 핀 꽃

꽃이 창궐하는 계절은 오직 봄뿐이 아니다. 적어도 패션에서는 말이다. 화사한 봄의 꽃에 필적할 만한 꽃을 피운 돌체앤가바나, 에르뎀, 맥큐 알렉산더 맥퀸 컬렉션과 엄마의 옷장에서 꺼낸 듯한 노스탤지어 무드의 니나 리치와 DKNY, 히피 스타일의 잔잔한 꽃무늬를 드리운 에르메스와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컬렉션에는 낭만이 가득 깃들어 있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1960년대 패션이 복식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히는 이유는 혁신 덕분이었다. 미래 패션의 창공을 나를 듯한 번쩍이는 의상들은 과거에 없던 것들이라 더 자극적이었다. 이번 시즌 두껍고 무거운 의상들 사이에서 알렉산더 맥퀸, 베르사체, 발맹, 블루 마린의 실버 의상들이 더 특별하게 빛난 것도 비슷한 이치다. 남들이 모두 ‘예스’라고 할 때, ‘노’라고 외칠 수 있는 용자라면 메탈릭 의상을 눈여겨보길. 특히 스키장에서 활용하기 좋겠다.

가죽의 질주

가방과 신발에만 머무르지 않는 가죽의 부드러운 질주가 시작된다. 로에베의 야구점퍼, DKNY의 하이웨이스트 스커트, 질 샌더의 튜브톱 드레스를 보라. 실크 못지않은 부드러움과 울 소재 못지않은 강력한 힘이 공존하는 가죽 의상이 가을/겨울의 멋에 가속도를 붙인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검은색 가죽일 때 그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다는 점이다.

알록달록 모피

동물보호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갈 곳을 잃었던 모피의 입지가 서서히 제자리를 되찾고 있다. 마치 진짜 같은 인조 모피가 새로운 모피 대열을 이끄는 가운데, 이번에는 팝 컬러를 걸친 사랑스러운 모피가 나타났다. 이번 겨울에는 더 가짜처럼 보이는 알록달록 컬러 모피가 대세!

Fit & Flare

한동안 계속된 허리를 조이고 스커트는 부풀리는 1940~50년대의 우아한 실루엣의 인기가 이번 가을/겨울에도 유효하다. 여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이 실루엣은 부드러운 파스텔 계열의 색상 혹은 힘이 느껴지는 모노톤의 색상일 때 더 멋지다. 또 오랜만에 돌아온 앞코가 뾰족한 스틸레토 힐과 간결한 검은색 부티를 발끝에 곁들일 때 그 자태가 더 고고하게 빛난다.

Autumn Diver

발렌시아가의 니콜라스 게스키에르를 독보적인 존재로 만든 건 ‘볼륨’이었다. 디지털 커팅이라 불리는 새로운 재단은 몸을 죄는 모래시계 같은 것과는 다른 현대적이고 건축적인 볼륨을 연출했는데, 그게 꼭 다이버들이 입는 옷을 닮았다. 랑방, 필립 림, 펜디, 라코스테, 스포트막스 컬렉션에서 날씬한 볼륨을 연출하는 다이버 룩을 만날 수 있다. 당연히 왕좌는 발렌시아가!

가을에는 체크무늬

여름에는 줄무늬라면, 가을에는 체크무늬다. 브리티시 스타일의 붉은 타탄 체크가 진부하게 느껴질 때쯤 나타난 이번 체크 의상들은 기하학적인 느낌이 강해서 더 세련돼 보인다. 블랙앤화이트의 블록 체크를 걸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가죽 셔츠와 마르니의 트위드 코트, 비비드 색상의 하운즈투스 체크무늬로 활기를 입은 하우스 오브 홀랜드의 의상이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