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스티에와 쇼츠, 비키니를 입은 요염한 핀업걸이 사진 밖으로 튀어나왔다. 여름 해변의 뜨거운 태양도 아스팔트의 후끈한 열기도 유혹할 태세다.

보석 장식의 보디슈트에 늘어지는 귀고리, 간결한 펌퍼스를 신은 돌체앤가바나의 모델들은 관능적인 핀업걸로 변신했다.

보석 장식의 보디슈트에 늘어지는 귀고리, 간결한 펌퍼스를 신은 돌체앤가바나의 모델들은 관능적인 핀업걸로 변신했다.

1. 스트로 소재 모자는 가격미정, EnC.
2. 캔버스 스트랩 웨지힐 슈즈는 9만9천원, 탐스(Toms).
3. 폴리에스테르 소재 원피스는 9만9천원, 르샵(Le Shop).
4. 면 소재 원피스는 90만원대,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Marc by Marc Jacobs).
5. 크리스털 소재 목걸이는 1백26만원, 스와로브스키(Swarovski).
6. 레이온 소재 스커트는 4만9천원, 코데즈 컴바인 베이직 플러스(Codes Combine Basic+).
7. 뿔테 선글라스는 30만원대, 안나 수이 바이 다리 F&S(Anna Sui by Dari F&S).
8. 면과 나일론 혼방 소재 미니스커트는 15만9천원, 잇 미샤(It Michaa).
9. 가죽 소재 클러치백은 9만8천원, 폴스부띠끄(Pauls Boutique).

지금의 군인들에게 ‘걸그룹’이 있다면, 1940년대 군인들에게는 ‘핀업걸’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던 미군들의 사물함에는 여인들의 사진이 옹기종기 붙어 있었는데, 그 사진 속 여인들이 바로 핀업걸이다. 핀으로 고정해서 본다고 해서 핀업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전쟁에 지친 군인들의 사기 충전을 위해 핀업걸의 사진을 정기적으로 보급할 정도였다니 당시 얼마나 많은 인기를 얻었는지 가늠할 만하다. 특히 핀업걸의 시초라 불리는 베티 그레이블과 마릴린 먼로, 브리지트 바르도의 사진은 인기가 대단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말년 병장쯤이나 손에 넣을 수 있을 만큼 귀했다. 미군 부대에서 시작된 핀업걸의 인기는 날로 치솟았고, 점점 더 반경을 넓혀 뻗어나갔다. 삽화 형태의 그림으로 그린 핀업걸부터 핀업걸을 재현한 모델들까지 핀업걸의 이미지는 광고, 상품, 예술,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되었다. 코카콜라의 매출을 몇 배로 끌어올린 광고 속 여인도, 30년 동안 게스의 광고를 도배한 모델들도, 베네피트 화장품 패키지를 수놓은 인형도, ‘유고걸’을 부르던 이효리도 모두 사랑스럽고 요염한 핀업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핀업걸은 시대를 불문하고 남자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심지어는 핀업걸에 대한 로망이 짙은 여자도 많다. 1940년대 핀업걸 사진을 훑어보면 공통된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데, 같은 여자가 봐도 그녀들은 참 매혹적이다. 하얀 피부에 보기 좋게 탄력 있는 다리, 인상을 부드럽게 만드는 탱글한 웨이브 머리, 수줍은 홍조, 볼록한 가슴과 풍만한 엉덩이, 발랄하고 요염한 포즈,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를 부각하는 의상들까지. 귀여우면서도 사랑스럽고, 수줍은 듯 하면서도 섹시한, 남자들이 좋아하는 이상형 3종 세트를 모두 지니고 있다.

핀업걸의 사랑스럽고 요염한 옷차림을 완성하는 데에는 일종의 공식 같은 것이 있다. 리틀 블랙 드레스, 화이트 셔츠, 진주 목걸이가 클래식 옷차림을 위한 기본 요건인 것처럼 말이다. 핀업걸 룩을 연출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몸매를 살리는 거다. 가슴은 봉긋하게, 허리는 잘록하게, 엉덩이는 풍만하게, 다리는 날씬하게. 여자의 굴곡진 몸을 부각하는 옷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그리고 여기에 젊음과 사랑스러움을 더하는 프린트와 복고풍 액세서리를 활용하면 된다. 핀업걸의 옷차림을 완성하는 대표적인 의상으로는 허리를 묶는 민소매 셔츠, 다리가 길어 보이는 하이웨이스트 쇼츠, 몸에 착 달라붙는 미니스웨터, 폴카 도트 무늬의 플레어 원피스, 프릴 장식의 복고풍 비키니, 꽃 모티프의 주얼리와 프린트 의상들, 보디 슈트 스타일의 원피스 수영복, 리본 장식의 헤어밴드, 굽이 높은 웨지힐 슈즈, 캐츠아이 선글라스, 허리를 조이는 컬러풀한 벨트, 해군 모자 등이 있다. 일상에서 핀업걸 옷차림을 연출할 때는 허리를 묶는 셔츠나 도트 무늬 원피스 등 두세 개의 요소만 섞어 과하지 않게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휴가지에서는 수영복을 중심으로 좀 더 과감하게 핀업걸의 섹시한 느낌을 살리는 것도 멋지다. 특유의 복고풍 분위기를 부각하고 싶을 때는 붉은색 립스틱을 바르거나 스카프를 헤어밴드처럼 묶은 웨이브 헤어에 도전해보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이번 여름 더욱 세련된 핀업걸 옷차림을 만들기 위해선 한 가지 요소가 더 필요하다. 복고풍 특유의 촌스러움을 살짝 걷어낼 우아함. 1950년대의 돌체 비타 룩을 고급스럽게 풀어낸 루이 비통 컬렉션은 중간중간 핀업걸을 닮은 모델들을 세웠는데, 부드러운 파스텔 색상의 보디슈트를 입고 앞코가 날렵한 슈즈와 토트백을 든 모델은 인형 같기도 하고 어느 나라의 우아한 공주 같기도 했다. 프라다의 모델들 역시 비슷한 느낌인데, 색상을 분할한 보디 슈트와 큼직한 꽃 주얼리, 자동차를 모티프로 한 슈즈는 보다 역동적인 핀업걸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의 핀업걸들은 보다 건강한 우아함으로 빛난다. 경쾌한 줄무늬와 오렌지색 수영복, 여성스러운 프릴 장식, 높게 묶어 올린 포니테일 헤어의 조합은 상큼하고 발랄해 보여 해변에서 연출하면 사랑스럽겠다. No.21의 모델은 성숙한 느낌의 핀업걸 룩을 입고 있다. 체크무늬의 브라 톱과 레이스 펜슬 스커트를 매치하고, 클러치백을 들고 있는데, 여기에 가벼운 재킷을 걸치면 도심에서도 용기 내볼 만한 옷차림이 될 것 같다. 돌체앤가바나 모델들은 보석 장식의 보디슈트와 늘어지는 골드 귀고리, 색색의 간결한 펌프스를 신고 관능적인 핀업걸로 변신했다. 녹음으로 뒤덮인 이국적인 리조트에서 이런 여인을 만난다면 남자는 물론 여자도 눈을 떼지 못할 것 같다.

핀업걸은 핀업걸다워야 제맛이라는 걸 보여준 컬렉션도 있다. 안나 수이 컬렉션은 화려한 프린트와 헤어 장식, 하이웨이스트 쇼츠, 해군 모자, 폴카 도트 무늬의 스트랩 슈즈로 핀업걸의 발랄한 매력을 한껏 살렸다. 40년대 달력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델들은 우아함은 좀 덜 했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으로 반짝였다. 탱글한 웨이브 헤어에 캐츠아이 선글라스를 쓴 츠모리 치사토의 모델들은 40년대 복고풍 스타일에 서부의 카우 걸 분위기를 더해 한층 세련돼 보인다. 어떤 핀업걸로 변신할지는 당신의 몫. 중요한 건 귀엽고 사랑스럽고 섹시하고 우아한, 모든 매력을 한번에 드러내기에 핀업걸 룩만 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10. 셔츠는 가격미정, 미샤(Michaa).
11. 미니 톱은 9만8천원, 로즈블릿(Rose Bullet).
12. 목걸이는 33만원, 케이트 스페이드(Kate Spade).
13. 면 소재 쇼츠는 10만9천원, 더 틸버리(The Tilbury).
14. 꽃무늬 쇼츠는 9만8천원, 리스트(List).
15. 선글라스는 9만8천원, 로즈블릿.
16. 웨지힐 슈즈는 14만8천원, 알도(Aldo).
17. 헤어밴드는 2만4천원, 로사벨라(Rosabella).
18. 수영복은 35만6천원, 아장 프로보카퇴르(Agent Provocate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