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아메리카노가 우유를 만나면 부드러운 카페라테가 되듯, 성기게 짜인 니트 스웨터가 실크, 새틴, 시퀸의 요소를 만나면 편안한 우아함이 감돈다.

새틴 드레스 위에 담담하게 걸친 니트 스웨터. 멋내지 않은 듯 멋스러운 이브닝 룩이란 바로 이런 것.

새틴 드레스 위에 담담하게 걸친 니트 스웨터. 멋내지 않은 듯 멋스러운 이브닝 룩이란 바로 이런 것.

 

1. 앙고라 소재의 크롭트 스웨터는 9만8천원, 로우 클래식(Low Classic). 2. 자수정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는 7만2천원, 세렌 컬렉션(Seren Collection). 3. 메탈 소재의 뱅글 세트는 80만원, 브리오니(Brioni). 4. 판초 형태의 스웨터는 32만8천원, 스테파넬(Stefanel). 5. 울 소재의 스웨터는 23만5천원,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 6. 메탈 소재의 시계는 84만9천원, 미쉘 에블랑 바이 갤러리 어클락(Michel Herbelin by Gallery O’clock). 7. 크리스털 소재의 미니 클러치백은 가격미정, 제이에스티나(J.Estina). 8. 스웨이드 소재의 클러치백은 가격미정, 미우미우(Miu Miu). 9. 크리스털 장식의 반지는 10만8천원, 세렌컬렉션. 10. 크리스털 장식의 팔찌는 가격미정, 뮈샤(Mucha). 11. 시퀸 장식의 옥스퍼드 슈즈는 31만원, 러브 모스키노(Love Moschino).

1. 앙고라 소재의 크롭트 스웨터는 9만8천원, 로우 클래식(Low Classic). 2. 자수정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는 7만2천원, 세렌 컬렉션(Seren Collection). 3. 메탈 소재의 뱅글 세트는 80만원, 브리오니(Brioni). 4. 판초 형태의 스웨터는 32만8천원, 스테파넬(Stefanel). 5. 울 소재의 스웨터는 23만5천원,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 6. 메탈 소재의 시계는 84만9천원, 미쉘 에블랑 바이 갤러리 어클락(Michel Herbelin by Gallery O’clock). 7. 크리스털 소재의 미니 클러치백은 가격미정, 제이에스티나(J.Estina). 8. 스웨이드 소재의 클러치백은 가격미정, 미우미우(Miu Miu). 9. 크리스털 장식의 반지는 10만8천원, 세렌컬렉션. 10. 크리스털 장식의 팔찌는 가격미정, 뮈샤(Mucha). 11. 시퀸 장식의 옥스퍼드 슈즈는 31만원, 러브 모스키노(Love Moschino).

 

12. 로즈쿼츠 소재의 귀고리는 97만원, 수엘(Suel). 13. 로즈쿼츠 소재의 귀고리는 97만원, 수엘(Suel). 14. 시폰 소재의 플리츠 팬츠는 가격미정, 에린 브리니에 (Eryn Brinie). 15.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팬츠는 13만9천원, 티엔지티우먼(TNGTW). 16. 울 소재의 모자는 1백5만원, 헬렌 카민스키(Helen Kaminski). 17. 실크 소재의 스카프는 10만원대, 마리아 꾸르끼(Marja Kurki). 18. 담수진주목걸이는 7만5천원, 제이티아라(Jtiara). 19. 시스루 장식의 소가죽 소재 부티는 31만8천원,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20. 토끼털 소재의 스톨은 35만5천원, 제라드 다렐(Gerard Darel). 21. 소가죽 소재의 벨트는 7만8천원, 리스트(List).

12. 로즈쿼츠 소재의 귀고리는 97만원, 수엘(Suel). 13. 로즈쿼츠 소재의 귀고리는 97만원, 수엘(Suel). 14. 시폰 소재의 플리츠 팬츠는 가격미정, 에린 브리니에 (Eryn Brinie). 15.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팬츠는 13만9천원, 티엔지티우먼(TNGTW). 16. 울 소재의 모자는 1백5만원, 헬렌 카민스키(Helen Kaminski). 17. 실크 소재의 스카프는 10만원대, 마리아 꾸르끼(Marja Kurki). 18. 담수진주
목걸이는 7만5천원, 제이티아라(Jtiara). 19. 시스루 장식의 소가죽 소재 부티는 31만8천원,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20. 토끼털 소재의 스톨은 35만5천원, 제라드 다렐(Gerard Darel). 21. 소가죽 소재의 벨트는 7만8천원, 리스트(List).

 

Cool Grace

일종의 조건반사 같은 건데, 손뜨개 느낌의 니트 스웨터를 보면 기분 좋은 기억이나 느낌이 떠오른다. 거실 흔들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 표현은 투박하지만 속은 따뜻한 남자, 털실의 포근함, 바람은 알싸하고 햇살은 눈부신 어느 멋진 겨울날…. 날실과 씨실이 무덤덤하게 짜인 그 과장되지 않은 멋이 낭만을 부르는 모양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새로운 반사 신경 하나가 더 꿈틀대기 시작했다. 성글게 짜인 큼직한 니트 스웨터를 볼 때마다 뇌신경으로 송신되는 ‘여성스럽고 우아해’라는 메시지. 솜털이 피어난 앙고라 니트나 촘촘하고 부드러운 캐시미어 니트 스웨터가 아닌데도 우아하다니? 이 조건반사는 언제부터 학습되기 시작한 걸까. 곰곰이 기억을 더듬으니 이번 시즌 알렉산더 왕, 로다테, 스텔라 맥카트니의 런웨이가 머릿속에 펼쳐졌다.

고정관념을 깨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패션의 즐거움이 시작되는 순간임에는 분명하다. 지난 봄/여름 시즌, 흰색 티셔츠를 런웨이에 올리는 신선한 발상을 한 질 샌더의 라프 시몬스처럼.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단정한 흰색 티셔츠와 발끝까지 내려오는 생경한 색상의 맥시 스커트를 조합한 질 샌더의 의상은 고정관념을 깬 덕분에 극찬을 받았다. 물론 여기에도 전제조건은 있다. 진부함을 깨는 그 새로움이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것. 이번 시즌 이 필요충분조건을 만족시키는 의상이 바로 손뜨개 느낌의 니트 스웨터다.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는 짜임 때문에 약간은 투박한 느낌이 있었던 그 스웨터가 여자를 더없이 우아하게 만드는 의상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검은색 원피스에 진주 목걸이를 두른 우아함과는 좀 다르다. 더 편안하고 더 담백하다. 무심한 듯 툭 걸친 니트 스웨터로 우아해지는 법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는데, 대단히 특별할 건 없지만 미묘한 차이가 더 큰 우아함을 만든다.

무엇보다 짝을 잘 만나는 게 중요하다. 이해를 돕자면 손뜨개 니트 스웨터는 남자, 스웨터에 매치하는 의상은 여자에 가깝겠다.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려면 먼저 근사한 남자가 되어야 한다. 손뜨개 니트 스웨터를 선택할 때는 평소보다 한 치수 더 크게 입은 듯한 느낌의 디자인을 고르자. 마른 편이라면 남자의 것처럼 큼직하게 떨어지는 정도도 괜찮다. 짜임은 진짜 손으로 짠 것부터 그렇게 보이는 정도, 혹은 조금 더 촘촘해도 된다. 대신 소재만큼은 부드러운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멋스럽다. 무심해 보이는 니트 스웨터의 매력을 부각하기 위해서는 목선의 디자인도 중요한데, 자연스럽게 둥근 라운드나 쇄골뼈가 살짝 보이는 보트네크, 목을 덮는 터틀넥도 근사하다. 뾰족하게 떨어지는 V 모양의 네크라인은 우아함을 방해할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겠다. 색상은 흰색과 아이보리, 캐멀, 톤 다운된 핑크 정도를 추천한다. 차분한 색상이라면 짜임으로 프린트를 만든 디자인도 멋스럽다. 자, 이제 짝을 만날 준비가 끝났다. 이제부터가 진짜 우아해지는 순간이다. 투박한 니트 스웨터를 차분한 우아함으로 물들이는 짝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부드러운 소재. 실크나 새틴처럼 걸을 때마다 차르르 움직이는 소재라면 더 우아하다. 둘째, 유려한 실루엣. 허리는 꼭 맞되 전체적인 선이 물 흐르듯 유려하게 떨어지면 된다. 직선으로 떨어지는 하의도 멋스럽긴 할 거다. 하지만 주름이나 셔링, 커팅이 더해져 부드러운 실루엣이 강조되는 디자인일수록 더 편안한 우아함을 풍긴다는 것을 기억하자. 셋째, 포인트로 곁들이는 시퀸 장식. 좀 더 화려한 우아함을 만들고 싶다면 반짝임이 있는 하의를, 은근한 우아함을 부각하고 싶다면 발끝이나 손끝 등 피부가 보이는 면에 반짝이는 작은 주얼리나 액세서리를 매치하면 된다. 이때 포인트를 한 두 군데만 두어야 과하지 않다. 이 세 가지 조건을 기준으로 한 의상을 손뜨개 니트 스웨터와 함께 연출하면 자연스러운 우아함을 걸칠 수 있다.

원래도 니트 스웨터를 좋아하지만 이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우아한 의상이라는 건 모르고 지나쳤을 거다. 영화 <블랙 스완&gt에서도 한없이 여성스럽고 우아한 발레리나 룩을 보여주었던 로다테는 지금 당장 사서 입고 싶은 니트 룩을 쏟아냈다. 투박한 베이지색 니트 스웨터가 금사 장식의 A라인 튤 스커트와 만나자 금세 고혹적인 가을 여인이 되었다. 알렉산더 왕은 니트 스웨터로 이브닝 룩을 만들었다. 사선으로 이어 붙인 실크 새틴 소재의 스커트가 걸을 때마다 물결치듯 춤추고 있고, 앙고라 니트를 섞은 스웨터는 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 없다는 듯 담담하게 걸쳐져 있다. 손에는 손바닥만 한 클러치백을 들고선. 이대로 레드카펫을 밟으면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나올 거다. 스텔라 맥카트니는 한층 간결한 멋으로 우아함을 드러냈다. 진짜 손으로 짠 것 같은 낙낙한 흰색 스웨터에 하늘거리는 실크 팬츠와 납작한 로퍼를 톤온톤 색상으로 매치한 옷차림. 멋쟁이 파리지엔이 집에서 입고 있을 것만 같은 편안함이 압권이다. 바네사 브루노의 니트 룩에서는 러시아의 향취가 난다. 차분한 색상의 실을 다양하게 섞어 짠 프린트 스웨터 위로는 러시아 장교의 군복에서 훔쳐온 듯한 큼직한 모피 장식이 달려 있고, 밑으로는 이리저리 잘라낸 언밸런스 실루엣의 스커트가 유려하게 움직이고 있다. 성긴 터틀넥 스웨터에 반짝임이 있는 프린트 스커트를 매치한 드리스 반 노튼의 컬렉션은 한 점의 그림을 보는 것 같고, 캐멀색의 스웨터와 새틴 팬츠로 고급스러운 니트 룩을 보여준 마이클 코어스의 컬렉션에선 달콤한 캐러멜향이 난다. 또 처음부터 니트와 모피를 함께 짜서 만든 버버리 프로섬은 조금 더 힘있는 우아함을 보여준다. 이들의 컬렉션을 찬찬히 살펴보면 크게 어렵지 않은 연출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다. 간결한 조합이지만 둘이 하나가 됨으로써 만들어지는 새로운 멋. 이번 시즌 니트 스웨터를 조금 더 새롭게 더 우아하게 입기 위한 해답은 거기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