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냐, 가짜냐 모피 갑론을박은 이제 좀 지겹다. 동물 보호를 위한 것이든, 가격 때문이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인조 모피에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 이제는 이 트렌드를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를 고민할 차례다.

2012년 가을/겨울 런웨이는 인조 모피도하나의 트렌드임을 시사했다. 눈으로보기에는 진짜인지, 인조인지 구분이 잘안 될 만큼 기술적인 면에서도 비약적인성장을 보여주었으며, 인조여야만 풍길 수있는 빈티지하고 키치한 멋을 포착한 근사한디자인도 인상적이었다.

2012년 가을/겨울 런웨이는 인조 모피도
하나의 트렌드임을 시사했다. 눈으로
보기에는 진짜인지, 인조인지 구분이 잘
안 될 만큼 기술적인 면에서도 비약적인
성장을 보여주었으며, 인조여야만 풍길 수
있는 빈티지하고 키치한 멋을 포착한 근사한
디자인도 인상적이었다.

인조 모피를 영어로 ‘Fun Fur’라고 표현하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Fake Fur’보다 훨씬 더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제 더 이상 인조 모피는 가짜 모피, 싸구려 모피 등 진짜 모피를 대신해줄 대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Fun Fur’라는 말 그대로 ‘재미난 모피’라는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인 것이다. 인조 모피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인조이기 때문에 풍길 수 있는 그 키치하고 빈티지한 멋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진짜 모피가 만들어낼 수 없는 컬러와 패턴을 인조 모피는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눈으로 봐서는 인조인지, 진짜인지 모를 만큼 잘 만든 기술력에 후한 점수를 주기도 한다. 거기다 진짜 모피에 비해 훨씬 가볍고 저렴하기까지 하니 마다 할이유가 없다는 거다.

지금의 인조 모피는 이 양면적인 이유를 모두 충족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2010년 가을/겨울 샤넬 컬렉션은 온통 인조 모피로 뒤덮였다. 그때만 해도 시도는 훌륭했으나 실제로 입기에는 디자인이 좀 과하지 않나 하는 평이 많았다. 인조 모피 의상들의 초기 디자인이 대부분 그랬다. 소재는 눈으로 보기에도 거칠어 보이고, 길고 풍성한 여우털이나 양털 등 진짜를 흉내 내는 데만 급급한 디자인은 부담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2년 사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인조 모피의 멋과 디자인은 접점을 향해 빠르게 돌진하고 있다.

그리고 2012년 가을/겨울 런웨이는 그 눈부신 성장을 보여준 장이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저 모델이 입은 모피 코트가 진짜인지,인조인지 굳이 구분하려는 시선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이 접점을 찾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진짜 모피와 인조 모피를 적당히 섞은 쇼였다. 어느 게 진짜이고, 어느 게 가짜인지는 패션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고 싶었을 수도, 혹은 경제성을 고려한 정책이었을 수도 있다. 설령 눈속임에 속았을지언정 관객은 더욱 다채로운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고, 인조 모피도 하나의 트렌드임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인조 모피를 하나의 패션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있다면 또 하나의 새롭고 창의적인 스타일을 걸치게 될 거예요.” 푸시 버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승건의 말처럼, 이제는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차례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인조 모피 의상들 중 어떤 디자인을 고르고, 어떻게 입으면 예쁜지, 입을 때의 주의점은 무엇인지 보다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할 때다.

인조 모피, 이렇게 입지요

이번 시즌 인조 모피의 유행을 이끌고 있는 디자인은 크게 네 가지다 . 하나는 밍크처럼 짧게 깎아 표현한 화려한 비비드색의 재킷과 코트. 작년 반짝 인기를 끈 풍성하고 긴 여우털 스타일의 비비드색 코트가 부담스러울 만큼 화려하고 몸집도 유난히 커 보여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눈치 챈 디자이너들이 내놓은 현명한 대안이다. 컬러가 화려한 대신 털을 짧게 깎아 부피를 줄이거나, 중간중간 이음새를 넣어 털이 산만하게 분산되는 것을 방지한 디자인이 많다. 다양한 색을 이어 붙여 빈티지한 멋을 강조한 디자인도 눈에 띈다. 또 털을 길게 표현한 디자인이더라도 짤막한 재킷이나 베스트로 만들어 색의 부담감을 줄인 것도 특징이다. 이런 화려한 색감의 코트를 세련되게 입는 방법은 이렇다. 검은색이나 회색, 흰색과 같은 무채색 계열의 의상과 함께 입어 포인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그랬을 때 전체적으로 도시적인 분위기가 부각된다.

반대로 비슷한 색의 의상으로 톤온톤 룩을 연출하면 오히려 강한 색이 부드럽게 중화되는 특징이 있다. 푸시 버튼 쇼의 모델이 핑크색 인조 모피 코트에 핑크색 팬츠를 입고 화이트 셔츠를 매치한 옷차림은 그 좋은 예다. 화려한 인조 모피 코트도 자연스러운 멋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다.

두 번째로 강세를 보이는 디자인은 몽글몽글한 양털 느낌의 코트다. 곱슬거리는 실 자체로 젊고 멋스러워 보이는 이 디자인은 이번 시즌 매우 극적인 양상으로 등장했다. 아주 간결한 실루엣이거나 혹은 오버사이즈 실루엣이거나. 털실로 풍성한 양털 느낌의 코트를 만든 마이클 코어스의 컬렉션은 오버사이즈 실루엣을 걸치는 매력적인 방법을 제안하고 있는데, 허리에 얇은 벨트를 둘러 마치 원피스를 입은 듯 연출하거나, 판탈롱 프린트 팬츠를 매치해 복고 느낌을 강조했다. 케이트 모스는 컴팩트한 양털 재킷을 멋지게 차려입고 파파라치 사진에 찍히기도 했다. 그녀의 연출 비책은 올 블랙 룩. 곱슬거리는 인조 양털이 달린 테일러드 재킷에 쇼츠를 입고 일자로 쭉 뻗은 롱부츠를 신어 인조 모피 코트로도 미니멀한 룩을 즐길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요즘은 양털을 표현한 점퍼 스타일도 많이 선보이는데, 올리비아 팔레르모는 테일러드 재킷을 입고 어깨에 풍성한 양털 재킷을 걸쳐 마치 숄을 두른 듯 액세서리처럼 연출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간결하든 큼직하 든 인조 양털 재킷을 걸칠 때에는 하의는 날렵한 선을 만들어주는 것이 멋스럽다는 점을 기억하자. 곱슬거리는 소재의 질감만으로도 코트에 집중되기 때문에 날렵한 선을 더해야 전체적으로 날씬해 보인다.

알아두면 유용한 인조 모피 지식백과

좋은 인조 모피 구별법
인조 모피를 사람의 머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쉽다. 찰랑찰랑 윤기가 나고 염색이 매끄러운 모발이 건강하고 아름다워 보이듯, 인조 모피 역시 광택과 염색, 부드러움 등 표면에 드러나는 면으로 품질을 구별할 수 있다. 이는 드라이, 염색, 빗질 등 마지막 공정을 얼마나 세심하게 했는지에 따라 판가름 난다. 일부러 거친 느낌의 인조 모피를 선호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표면에서 풍기는 고급스러움을 잘 살펴봐야 한다. 봉제의 질도 중요하다. 봉제가 얼마나 깨끗하게 되었느냐에 따라 털의 풍성하고 곧은 매력이 살기도 죽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크릴, 폴리에스테르 등 인조 모피에 사용되는 소재들
대부분의 인조 모피 코트 라벨에는 아크릴 00%, 폴리에스테르 00%라고 적혀 있다. 아크릴은 인조 모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합성섬유다. 진짜 모피의 털 느낌과 가장 유사한 섬유가 바로 아크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털이라고 표현하는 표면의 섬유가 아크릴, 그리고 아크릴을 직조한 바탕 부분의 섬유를 폴리에스테르라고 보면 된다. 디자인에 따라 털의 밀집도나 털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아크릴의 비율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더 좋은 인조 모피로 보기는 어렵다. 조금 더 비싼 합성섬유로는 레이온을 사용하며, 요즘은 천연 모 섬유를 털처럼 표현하는 제품까지 개발되고 있다.

인조 모피 관리법
인조 모피는 합성섬유와 화학염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먼지가 쉽게 달라붙는다. 외출 후에는 잘 털고, 가볍게 빗어주자. 또한 물 세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지만, 어떤 섬유냐에 따라 세탁 방법이 다르므로 라벨에 표시된 세탁 방법을 잘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