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옷을 위아래로 차려입으면 취향 없는 여자거나 철없는 여자로 비춰지기 쉽다. 하지만 당분간은 분홍색에 대한 애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도 되겠다. 런웨이가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었으니!

1 선글라스는 30만원대, 앵글로마니아 바이 다리 F&S (Anglomania by Dari F&S). 2 플라스틱과 크리스털 소재 목걸이는 1백만원대, 슈룩 바이 반자크(Shourouk by bbanZZac). 3 네오프렌 소재 원피스는 1백6만원, 모스키노 칩앤시크(Moschino Cheap&Chic). 4 스웨이드 소재 슈즈는 29만8천원, 율이에(Yuul Yie). 5 핑크 사파이어와 화이트 골드 반지는 6백20만원대, 골든듀 (Golden Dew). 6 소가죽 숄더백은 1백79만8천원, 멀버리(Mulberry). 7 니트 원피스는 1백65만원, 소니아 리키엘(Sonia Rykiel). 8 핑크 사파이어 목걸이는 가격미정, 골든듀. 9 선글라스는 40만원대, 카렌 워커 바이 옵티컬 W(Karen Walker by Optical W).  10 소가죽 토트백은 63만5천원, 쿠론(Couronne).

1 선글라스는 30만원대, 앵글로마니아 바이 다리 F&S (Anglomania by Dari F&S). 2 플라스틱과 크리스털 소재 목걸이는 1백만원대, 슈룩 바이 반자크(Shourouk by bbanZZac). 3 네오프렌 소재 원피스는 1백6만원, 모스키노 칩앤시크(Moschino Cheap&Chic). 4 스웨이드 소재 슈즈는 29만8천원, 율이에(Yuul Yie). 5 핑크 사파이어와 화이트 골드 반지는 6백20만원대, 골든듀 (Golden Dew). 6 소가죽 숄더백은 1백79만8천원, 멀버리(Mulberry). 7 니트 원피스는 1백65만원, 소니아 리키엘(Sonia Rykiel).
8 핑크 사파이어 목걸이는 가격미정, 골든듀. 9 선글라스는 40만원대, 카렌 워커 바이 옵티컬 W(Karen Walker by Optical W). 10 소가죽 토트백은 63만5천원, 쿠론(Couronne).

가을/겨울 시즌이 되면 떠오르는 트렌드 컬러는 검정, 흰색, 회색처럼 무채색 계열이거나 어두운색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유독 눈에 띄는 컬러가 바로 분홍색이다. 해마다 트렌드 컬러를 발표하는 팬톤에서 ‘지친 일상에 자신감과 용기, 활력을 주는 색’이라는 설명과 함께 붉은 기가 감도는 분홍색인 베리 캔디 컬러를 이번 시즌 유행색이라고 발표했다. 팬톤의 설명처럼 디자이너들 역시 자신의 고객에게 이런 긍정의 에너지를 주고 싶었는지 이번 시즌 수많은 컬러 중 분홍색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
여자들에게 분홍색은 태어나 가장 먼저 접하는 향수 어린 색이다. 태어나자마자 입은 분홍색 내복을 비롯해 유치원 시절 입었던 리본과 레이스로 장식된 분홍 원피스, 사춘기 시절 정성스럽게 적어 내려가던 분홍빛 편지지와 여자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분홍 레이스 속옷까지…. 여자의 일생에 있서 분홍색은 이처럼 중요한 순간을 함께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분홍색은 성숙하지 못하거나 세련되지 못한 여자들이 좋아하는 색이 된다. 영화 <금발이 너무해>를 보면 분홍색에 대한 편견이 그대로 표현됐다. 머리는 비었을 것 같고, 철없는 사고뭉치 캐릭터의 여주인공을 한층 도드라지게 만드는 건 헤어 액세서리부터 옷, 신발까지 분홍색으로 치장한 분홍색 패션이었다. 촌스럽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번 시즌에는 그마저 트렌드로 승화될 조짐이다. 파스텔 핑크부터 쇼킹 핑크에 이르기까지 분홍색이 양념처럼 등장하지 않은 컬렉션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분홍색을 선택할 때에는 명도와 채도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분홍색 중에서도 지나치게 강렬한 푸셔 핑크 계열보다는 더스트 핑크의 활약이 도드라진다. 드리스 반 노튼에서 선보인 누드 컬러에 가까운 분홍색을 비롯해 세린느의 분홍색 물감을 물에 푼 것 같은 연분홍색, 다락방에서 오랫동안 빛이 바랜 듯한 마크 제이콥스의 분홍색까지 모두 파스텔 계열의 연분홍색이다.

11 PVC 소재와 토끼털 소재 클러치백은 10만6천원, 202 팩토리(202 Factory). 12 면 소재 셔츠는 62만원, 질 샌더 네이비(Jil Sander Navy).13 캔버스 소재와 금속 소재 자수 장식 클러치백은 가격미정, 올림피아 르탱 바이 라꼴렉시옹(Olympia Le-Tan by La Collection). 14 뱀피 소재 벨트는 가격미정, 토즈(Tod’s). 15 트위드 소재 쇼츠는 26만5천원, SJ SJ.  16 소가죽 소재 펌프스는 13만9천원, 지니킴(Jinny Kim). 17 폴리에스테르 소재 재킷은 가격미정, 르베이지(Lebeige). 18 에나멜 가죽소재 슈즈는 가격미정, 디올(Dior).19 시폰과 폴리에스테르 소재 원피스는 54만9천원, 미샤(Michaa).

11 PVC 소재와 토끼털 소재 클러치백은 10만6천원, 202 팩토리(202 Factory).
12 면 소재 셔츠는 62만원, 질 샌더 네이비(Jil Sander Navy).
13 캔버스 소재와 금속 소재 자수 장식 클러치백은 가격미정, 올림피아 르탱 바이 라꼴렉시옹(Olympia Le-Tan by La Collection).
14 뱀피 소재 벨트는 가격미정, 토즈(Tod’s).
15 트위드 소재 쇼츠는 26만5천원, SJ SJ.
16 소가죽 소재 펌프스는 13만9천원, 지니킴(Jinny Kim).
17 폴리에스테르 소재 재킷은 가격미정, 르베이지(Lebeige).
18 에나멜 가죽소재 슈즈는 가격미정, 디올(Dior).
19 시폰과 폴리에스테르 소재 원피스는 54만9천원, 미샤(Michaa).

아무리 컬러감이 없는 연분홍색이라도 포인트가 아니라 위아래로 소화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잘못 다루면 워스트 드레서로 낙인찍히는 것은 물론이요, 분홍색이 가진 지나치게 달콤하고 로맨틱한 분위기가 옷입기에 방해 공작을 펼치기도 한다. 다행히 런웨이의 몇몇 룩은 좋은 모범 답안이 되고 있다. 첫 번째로 분홍색으로 클래식한 레이디 룩을 연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건 프라다였다. 분홍색 깅엄 체크 드레스를 입고 나온 모델 줄리아 노비스의 모습은 분홍색은 촌스럽다는 이미지를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분홍색을 다루는 방식이 이전과는 확실히 달랐는데, 어깨를 드러낸 우아한 스타일링, 검은색 니트 스웨터를 함께 매치해 세련미를 더했고, 포인트를 주기 좋은 은색 벨트와 샌들, 클러치백 외에 액세서리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 그렇다. N°21의 분홍빛 페플럼 스커트에 단정한 회색 셔츠를 매치한룩 역시 분홍색도 클래식하고 우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다. 두 번째는 사랑스럽고 소녀스러운 색상의 대명사인 분홍색이 모던하고 시크하게 변신했다. 조나단 선더스의 일자로 똑 떨어지는 재킷과 스커트 슈트를 비롯해 니나 리치의 팬츠 슈트, 디올의 50년대 풍 원피스 등은 심지어 매니시하게 느껴질 정도다. 세 번째는 평소 컬러를 좀 즐기는 고수라면 DKNY나 모스키노 칩앤시크 컬렉션에서 선보인 펑크 룩에 도전해도 좋다. 분홍색 톱이나 스커트에 그래피티 패턴 아이템을 매치하는 과감한 룩은 분홍색이 주는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를 더한다.
근사한 분홍색의 멋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함께 매치하는 색상도 중요하다. 평소 분홍색을 즐겨 사용하는 디올의 라프 시몬스는 분홍색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검은색을 선택했다. 분홍색 원피스에 이너 웨어로 검은색 니트 스웨터나 톱을 매치하거나 분홍색 코트 안에 검은색 원피스를 선택하면 칙칙한 가을/겨울 룩에 상쾌한 봄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다. 반면 회색이나 갈색은 분홍색을 우아해 보이게 한다. 멀버리에서는 분홍색 미디스커트에 회색 카디건으로 여성스러운 비즈니스 룩을 연출했고, N°21에서는 갈색 톱에 분홍색 배기 팬츠로 유럽 시골 감성의 빈티지 룩을 선보였다. 겨울이라고 해서 무조건 톤 다운된 색상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드리스 반 노튼과 조나단 선더스는 분홍색에 노랑과 빨간색으로 세련된 컬러 블록 룩을 연출해 면 분할 효과로 몸매의 단점을 커버했다. 이번 시즌 분홍색으로 치장한 옷을 보고 있으면 내내 유쾌한 기분이 든다. 이게 분홍색의 효과다. 분홍색은 긍정적이면서 나이와 피부색에 구애 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어울리는 몇 안 되는 색이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숨기지 말고 분홍색을 마음껏 사랑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