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 가득한 두오모 근처의 코르소 마젠타 길. 이탈리아 전통 유기농 브랜드 오엠의 회장인 루이지 스코냐밀리오 파지니를 그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밀라노의 집에서 만났다. 그는 오롯이 자연과 전통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움을 말하고 있었다.

1. 자신의 뜰에서 포즈를 취한 오엠의 회장 루이지. 2. 밀라노 매장에서는 화장품뿐만 아니라 티와 꿀도 판매한다. 3,4. 토스카나 지방의 전통이 묻어나는 매장 인테리어.

1. 자신의 뜰에서 포즈를 취한 오엠의 회장 루이지. 2. 밀라노 매장에서는 화장품뿐만 아니라 티와 꿀도 판매한다. 3,4. 토스카나 지방의 전통이 묻어나는 매장 인테리어.

젊어서 좀 놀랐어요. 한 브랜드의 회장님이며 토스카나의 유지치고는 너무 젊은 것 아닌가요?
그렇게 보인다니 고마워요. 사실 가문 얘기를 좋아하지는 않아요. 예전 중세 로마제국 때는 상당한 부와 권력을 가졌었다고 해요. 하지만 현재 저희 가족과 친지들은 각자의 소신대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어요. 솔직히 귀족이 된 건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죠. 이 집안에서 태어났으니까(웃음). 가문의 전통을 가슴에 품고 치열하게 살았던 시절도 있어요. 시카고대학에서 MBA를 마치고 스위스 은행에서 일하며 홍콩, 런던을 거쳐 이탈리아로 돌아왔죠. 화장품을 만드는 일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금융맨이 화장품을요?
흥미로운 것을 찾아서 바꾼 것뿐이에요. 전 토스카나의 농장에서 태어나서 자유롭게 뛰노는 동물과 식물,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며 자랐어요. 어린 시절의 자연과의 교감은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에 영감이 되었죠. 감사하게도 공격적으로 이윤을 남기지 않아도 크게 상관없는 환경을 물려받아서 제대로 된 천연, 제대로 된 유기농 제품을 만들 수 있었어요. 대부분의 원료가 토스카나 지방의 제 땅에서 생산되는데 모든 제품은 유기농 인증을 받았어요.

유기농 브랜드를 포함한 화장품 브랜드 하면 프랑스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탈리아 유기농은 좀 다른가요?
매우 비슷해요. 같은 라틴 문화가 배경이기 때문이죠. 음식이나 패션 등도 마찬가지고요. 단지 프랑스가 좀 더 일찍 글로벌 브랜드화해서 더 많이 알려지게 된 거죠.

천연원료만 지나치게 고집하면 유통이나 대량생산이 힘들지 않나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제품은 쉽게 만나고 싶은데 말이에요.
사실 그 점이 고민이에요. 가뭄이 들어 올리브 생산이 현저히 줄어드는 해에는 거둬들인 올리브 양만큼만 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어요. 당연히 원료 생산량에 따라 제품의 개수가 달라지죠. 아무 원료나 사용해 양을 맞추고 싶지는 않고, 이탈리아 말고도 스위스, 체코, 스웨덴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일본과 한국까지 진출하게 되어 제품을 더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유럽 특정지역에서 엄선한 원료를 수입해서 만들기도 하죠.

원론적인 질문이지만 도대체 왜 유기농을 써야 하는 건가요?
무척 많은 이유가 있지만 우선 효과 한 가지 면에서만 말할게요. 피부는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을 가진 우리의 몸 중에 가장 광범위한 기관이에요. 유기농 화장품의 재료와 활성 성분은 식품의 주 재료이기 때문에 피부는 물론 우리 신체가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받아들이죠. 이러한 기능 때문에 유기농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몸 안에 독소를 만들지 않으면서 영양과 수분을 늘 공급할 수 있게 되죠.

유기농 원료에는 살충제나 살균제를 뿌리지 않나요?
유기농이라고 해서 재배 기간 중 어떠한 농약도 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영향이 미치지 않게 하죠. 예를 들자면 올리브나무나 포도나무에 해충이 많이 몰릴 때면 해충을 끌어들이는 농약을 나무 근처에 걸어놓아 그쪽으로 해충이 몰리게 하고요, 습도가 높아져 균이 많아지는 여름철에는 현명하게 살균제를 뿌려요. 보통은 균이 생기기도 전에 2~3달씩 비에도 끄떡없는 살균제를 미리 뿌리고 기다리는데 유기농법은 비가 오기 직전에 물에 씻기는 살균제를 뿌려 식물에 남지 않게 하면서 퇴치하는 방법을 써요. 유기농 방식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과거의 좋은 것들을 되찾고 동시에 현대 과학과 함께한다고 생각해요.

유기농 화장품은 모든 피부에 알레르기 없이 좋고 순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왜 민감한 사람에게 좋다고 하는 거죠?
모든 화학 물질과 마찬가지로 자연 제품과 자연 식품 등에도 과민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먼저 테스트를 해보고 사용하는 것을 권하죠. 그래도 유기농 제품은 적어도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합성 화학 물질의 독성은 없어요.

유기농 화장품은 일반 화장품보다 유통기한이 짧은가요?
일반 화장품은 파라벤 같은 독성이 강한 방부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더 길 수 있어요. 오엠은 안전한 화학 보존제를 1~2.5% 함유하고 있어 3년 정도의 유통기한을 갖고 있죠. 물론 개봉 후 6개월 안에 사용하기를 권하고 있기는 하죠. 공기가 들어가면 산화 현상이 일어나 박테리아가 자랄 수 있으니까요. 습하고 더운 곳을 피하고 서늘한 곳에 두는 것을 잊지 마세요. 하지만 저라면 유통기한이 길고 아무 데나 놔두어도 변하지 않는 크림은 쓰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화장품 용기에 성분표가 있네요. 어떻게 읽나요?
화장품 성분표는 식품 성분표처럼 읽으면 돼요. 제일 처음 나오는것이 비율상 가장 많이 들어간 것이고 뒤로 갈수록 비율이 낮아지죠. 오엠 크림의 경우 40%의 물, 40%의 오일, 5%의 에센스 오일, 5%의 향, 5%의 유화제(물과 기름을 섞는), 5%의 보존제로 이루어져요.

화장품 성분 표시에서 유기농 성분은 어떻게 찾을 수 있나요?
화장품 성분표를 보면 성분명 끝에 별 표시가 있어요. 예를 들면 Lavandula angustifolia (Lavender) oil*. 이 표시가 오가닉 식물에
서 추출한 원료라는 뜻이에요. 성분 표시는 어떠한 유기농 인증 마크보다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죠.

유기농 화장품은 왠지 기능이 떨어질 것 같은데 제품의 효능은 실제로 어디까지 기대할 수 있을까요?
‘Quality is Simple’ 이란 말은 오엠의 슬로건이에요. 좋은 디자인일수록 심플하고, 좋은 요리일수록 심플하죠. 하지만 간결함에 이르기 까지는 가지를 쳐내는 과정이 있고, 화장품 역시 그렇죠. 좋은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원료가 필수적이고, 좋은 원료는 농부의 섬세한 관리와 좋은 물과 비료가 필요해요. 오엠의 화장품 원료가 되는 에센스 식물 오일은 80% 이상이 토스카나 농장에서 수확 후 바로 그 다음 날 오일로 만들어지고 7일을 넘기지 않아요. 식물이 신선할 때 가장 좋은 오일을 추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죠. 식물 에센스 오일의 품질이 좋다면 화장품의 기능 역시 좋은 거예요. 유기농 화장품을 선택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화장품은 그 효능을 2~3개월만 지속시키는 데 목적이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피부 자체가 스스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피부를 ‘나는 할 수 있다’라고 교육하면서 자꾸 스스로 활동하게 만드는 것이죠.

오엠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 어디에서 만날 수 있나요?
밀라노 마젠타 거리에 본매장이 있고, 스위스의 생 모리츠, 일본의 이세탄 백화점, 미국에서는 바니스 뉴욕 백화점에서 만날 수 있어요. 한국에서는 청담동에 위치한 슈퍼노말, 도데카, 그리고 홈페이지(www.omkorea.co.kr)에서 찾아볼 수 있고요. 또한 청담동의 저스트 스킨케어센터에서는 오엠 전문 스킨케어 프로그램이 있어, 오엠의 페이스 바디라인을 체험해볼 수 있어요.

오엠의 회장 루이지가 꼽은 베스트 아이템 5

1. 세이지 클린징 밀크. 세이지 성분이 피지를 조절하고 얼굴의 부기를 가라앉히는 진정효과의 클렌징 밀크. 250ml 6만9천원.
2. 부처브룸 토너 아스트린젠트. 피지에 의한 번들거림을 방지하고 모공 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비타민 성분의 토너. 200ml 5만4천원.
3. 엘리지리아 안티에이징 세럼. 안티에이징 성분인 히알루로닉산을 천연 식물 원료에서 추출한 젤 타입 세럼으로 피부결을 매끄럽게 가꾼다. 20ml 16만원.
4. 라벤더 하이드레이팅 크림. 토스카나에서 수확한 라벤더가 들어 있는 수분크림으로 피부를 건강하게 만든다. 50ml 9만6천원.
5. 히드로올리바 슈퍼 하이드레이팅 크림. 물처럼 스며들어 오일처럼 24시간 촉촉함을 남기는 수분크림. 항산화 작용과 노화 방지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50ml 1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