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사람도 무장 해제시키는 미소, 이제 막 꽃피우려는 재능, 예쁜 얼굴만으로도 많은 사람을 부럽게 할 그녀는 심지어 클라란스 가문의 딸이기까지 하다. 세상 참 불공평하지, 라고 되뇌기 전에 그녀의 시크한, 아니 에코시크한 라이프스타일에 반했다.

클레어 쿠르탱은 프랑스의 영 에코 디자이너로 클라란스 회장의 딸이기도 하다. 일러스트는 그녀가 디자인한 것으로, 클라란스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상징한다

ALLURE 혹시 지금 긴장하고 있는 건 아니죠?
CLAIRE 아티스트나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자주 만나지만 에코디자이너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거든요. 나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졌지만 제 또래의 디자이너를 만난다고 하니 무척 설레요.

ALLURE 오늘의 워크숍에 어떤 기대를 갖고 있어요?
CLAIRE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부분은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에코’라는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새로운 아이디어라면 어떤 것이든 듣고 싶어요. 아티스트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제겐 자극이 되고, 영감을 줄 거예요.

ALLURE 벽에 걸려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 로고가 당신의 작품이죠?
CLAIRE 2007년 어느 날, 아버지 사무실에 갔어요. 아버지가 회사의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팀과 회사가 진행하는 이 지속 가능한 발전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심벌을 디자인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해서 시작한 작업이에요. 심벌은 즉각적으로 의미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단순 명료한 디자인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죠.

ALLURE 이 디자인을 전 세계 클라란스에서 사용하고 있어요. 어떤 이야기를 숨겨놨는지 직접 설명해줄래요?
CLAIRE 우리는 지구가 만들어준 환경에 맞추어 살고 있는 동시에 또 지구를 지배하죠. 환경이라는 것은 특히 우리의 심장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에 손바닥 중앙에 놓았어요. 이 환경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사랑, 인간, 건강, 자연이 모두 조화되어야 해요. 그래서 각 손가락에 이것을 상징하는 일러스트를 그렸어요. 이 모든 요소는 심플하고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에 컬러도 가장 기본적인 컬러를 사용했죠. 개인적으로 몬드리안의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몇 분 만에 스케치한 로고인데, 사실 이렇게 정식으로 회사에서 사용될지는 정말 몰랐어요!

ALLURE 에코가 정신이라면 디자인은 방식이죠. 그 둘을 어떻게 조화시키나요? 예를 들자면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에코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그 작품이 못생겼다면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했어요.
CLAIRE 사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익숙해요. 저는 에코라는 정신을 놓치고 싶진 않아요. 디자인을 하게 된다면 당연히 친환경에 대해서 생각하고 참고할 거예요. 제 전공이 건축디자인이기도 하거든요. 친환경과 디자인을 조화하는 프로젝트는 항상 지켜야겠죠. 프랑스의 친환경 건축물도 관심 있게 보고 있어요.

ALLURE 우리나라에는 ‘가풍’이 중요하다는 문화가 있어요. 집안에 친환경적인 가풍이 있나요?
CLAIRE 할아버지(창업주)와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환경을 늘 생각하게 되었고 이제는 너무 일상적인 일이 되었어요. 그런데 환경에 대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철학에는 조금의 차이가 있어요. 할아버지가 ‘자연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면 아버지는 자연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ALLURE 환경 보호에 관한 많은 추억이 있겠죠?
CLAIRE 아버지한테 선물받을 때 예쁘게 포장된 상태로 받아본 적이 없어요! 포장으로 인한 종이 낭비를 싫어해서 과대포장은 물론 기본적인 포장도 하지 않아요. 그래서 프랑스의 클라란스 매장과 온라인 몰에서는 고객이 동의하면 제품이 담겨 있는 박스 케이스를 다시 수거해 재활용해요. 처음에는 10~15%만 회수되었지만 최근에는 70%까지 증가했다고 들었어요. 샤워할 때 물을 불필요하게 낭비하지 말아라, 가능한 한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을 사용하고 재활용을 실천하라 같은 말은 정말 많이 들었죠. 그래서 제가 혼자 살고 있는 집에도 당연히 음식물, 종이, 플라스 틱을 분리 배출하기 위해 쓰레기통이 3개나 있어요. 남자 친구가 샤워할 때 물을 계속 틀어놓는 문제로 다투곤 해요.

ALLURE <얼루어> 독자들을 위해 소개할 수 있는 에코 습관이 있어요?
CLAIRE 가급적 선물 포장을 하지 않지만 그래도 예쁘게 선물하고 싶을 땐 예쁜 바구니에 담아요. 그럼 나중에 그 바구니를 다시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거나, 피크닉 때라도 쓸 수 있으니까요. 구입해야 하는 생활 용품에 친환경 제품이 있다면, 딱 내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려고 해요. 우리가 쓰는 물이 몇 백년 전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욕조 목욕의 횟수도 줄이게 되죠.

ALLURE 또 당신은 프랑스의 뷰티 아이콘이기도 하죠. 특히 좋아하는 제품이 있어요? 인터뷰가 나가고 새로운 베스트셀러가 될지도 몰라요.
CLAIRE 토닉 오일! 추운 겨울철에 건조한 피부를 위한 필수 제품이에요. 이 토닉 오일은 브랜드의 창립과 함께 시작되었고 현재의 클라란스를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어요. 에센셜 오일이 함유된 100% 식물성 오일로 피부를 실크처럼 부드러운 감촉으로 만들며 탈수 작용을 막고, 탄력을 향상시켜 피부 늘어짐을 막아요. 또 더블 세럼 제너레이션 6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가장 자랑스러워하고 저도 굉장히 아끼는 제품이에요. 5개 대륙에서 발견한 젊음을 유지하는 탁월한 식물 성분과 6번째 대륙에서 발견된 과학적 기술력이 종합된 피부 종합 영양제죠. 최상의 성분으로 구성된 제품이기 때문에 재료와 제조에 드는 비용이 가장 높은 제품이기도 해요. 피부가 필요로 하는 모든 기능, 수분, 영양, 산소, 보호, 재생에 효과가 있어서 노화를 방지해요. 식물 성분이 최상의 상태로 보존되고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두 개로 분리되어 있는데, 사용할 때는 유, 수분이 섞여서 나와요. 이 제품을 ‘할아버지의 마사지법’으로 바르죠.

ALLURE 할아버지의 마사지법? 그거 솔깃한데요? 한번 보여주세요.
CLAIRE 얼굴에 바를 때 절대 문지르지 않고 꾹꾹 눌러 바르는 거예요. 할아버지가 개발한 ‘오토 리프팅 마사지’는 시간 날 때마다 자주 해요. 혈액과 림프 순환을 촉진하기 때문에 매끈한 피부와 얼굴 라인을 유지할 수 있어요. 할아버지는 꽤 동안이었는데, 아무래도 이 마사지법의 효과를 보신 것 같아요.

ALLURE 오늘 출국하죠? 건조한 기내에서는 어떻게 관리해요?
CLAIRE 비행기를 타기 전에 피부에 수분 공급을 위해 하이드라 퀀치 수분 크림을 바르는데, 수분 공급력이 뛰어나서 할아버지는 이건 크림이 아니라 피부 치료제라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기내에 들어서면 우선 얼굴을 깨끗이 세안하고 토닝 로션으로 얼굴을 가볍게 닦아요. 전 민감성 피부라 블루 오키데 페이스 오일을 가볍게 발라 피부에 유분을 공급하는 동시에 수분 보호막을 만들죠. 손도 많이 건조해지기 때문에 손의 피부를 보호 및 재생해주는 핸드 앤 네일 트리트먼트 크림을 발라요. 마지막으로 발을 편안히 하기 위해 항상 발가락이 오픈 된 슈즈를 신고, 발과 다리에 에너자이링 에멀전을 발라 부기를 예방하죠.

ALLURE 서울 여자들의 뷰티 인상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지금 프랑스에선 어떤 트렌드가 있는 지도요.
CLAIRE 서울에서 만난 한국 여자들은 정말 아름다워요. 세련되고, 우아하며, 패셔너블해요. 아버지와 함께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한국 여자들은 완벽한 메이크업을 추구하는 것 같은데, 저는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표현하는 방식이 좋아요. 무엇보다 결과적으로도 매우 아름답잖아요? 나라마다 추구하는 방식이 있어요. 예를 들면 저와 같은 유럽인은 태닝을 무척 좋아하죠. 저도 물론 태닝을 했죠. 파리요? 파리는 요즘 로큰롤 무드가 유행이라 화장도 온통 로큰롤 무드예요.

크리스티앙 쿠르탱 회장과 국내 영 에코디자이너와의 한 때. 작품 하나하나마다 깊은 대화가 오갔다.

ECO Booster, 클라란스
지난 12월 1일, W 서울의 스위트룸에서는 아주 특별한 자리가 있었다. 클라란스 그룹 회장 크리스티앙 쿠르탱 클라란스 회장과 그녀의 딸 클레어 쿠르탱 클라란스 그리고 한국의 영 에코 디자이너 8인의 작은 워크숍이 열린 것. <얼루어>만 참여하고,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기업의 홍보 활동이 아니라 클라란스 그룹의 친환경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 비공개 워크숍이었기에 더 의미가 컸다. 나는 몇 번이나 되물었다. “그러니까 이번 워크숍은 그저 에코 디자인에 대한 클라란스 회장 일가의 관심 때문에 열린다는 거죠? 그 어떤 홍보 활동도 아니고요?”

호기심 반, 정말 순수한 자리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 반으로 우리는 W 서울에 잠입했다. 순수미술과 디자인 등을 전공하는 학생인 동시에 다양한 전시 활동에 참여 중인 디자이너들이 속속 도착했다. 낯선 만남에 살짝 긴장한 듯해 보이기도 했지만, 국민 MC를 맡아도 될 정도의 클라란스 회장의 여유 있는 진행력 덕분에 이내 각자의 작품을 꺼내놓고 작품의 취지와 표현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안경을 코에 건 크리스티앙 쿠르탱 회장은 따뜻하면서도 진지한 시선으로 모든 디자이너의 작품을 살펴봤으며 애정 어린 코멘트를 잊지 않았다. 그 옆에서는 클레어 쿠르탱이 눈을 반짝였고, 또 질문과 화답이 오고갔다. 물 절약을 유머러스한 일러스트로 표현한 스티커 작품에서 클라란스 포맨의 일러스트 커뮤니케이션과의 공통된 코드를 발견했을 땐 공감의 분위기가 넘실댔고, 이면지 사용을 알리는 예쁜 스탬프 작품은 탐을 냈다(안타깝게도 한 개뿐이라 뜻은 이루지 못했다). 이 워크숍은 회장과 생애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클레어 쿠르탱의 출국 전 마지막 일정이었다. 빠듯한 일정에서 두세 시간을 꺼내어, 잠시 환경을 더 멋지고 예쁘게 전하는 일에 푹 빠진 것이다. 클라란스 주최인데도, 워크숍이 열리는 테이블에는 클라란스의 제품 대신 종이, 버려진 테이크아웃 잔, 천으로 만든 작품이 가득했고, 화장품 이야기 대신 멸종되고 있는 아마존의 동식물, 핑크 돌고래에 대한이야기들이 오갔다. 클라란스와 그룹을 이끄는 회장도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아쉬운 만남을 정리하고, 아티스트들이 선물한 작품을 꼼꼼히 챙긴 회장은 자신을 꼭 닮은 딸과 함께 작별 인사를 건넸다. 지금쯤 프랑스의 본사에, 회장의 저택에, 클레어의 아파트먼트 곳곳에 우리 아티스트의 물 절약 스티커가 붙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이제야 말이지만, 나도 한 장 갖고 싶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유럽 스킨케어 1위 식물성 브랜드인 클라란스는 식물성 화장품 전문 브랜드답게 일찍부터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공정 무역은 물론이거니와 어떤 식물성 재료의 개체가 줄어들고 있다면 마땅히 대체할 다른 제품을 찾아야 한다는 심지 곧은 철학을 가지고 있다. 클라란스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그린팀’은 전 세계의 식물 학자들로 구성되어, 자유롭게 전 세계를 여행하며 각종 식물에 대해 연구한다. 식물을 탐구하는 이 인디애나 존스들 덕분에 클라란스는 450여 종의 식물에 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렇게 얻은 연구 결과를 다시 지역의 사람들과 나눈다.

클라란스는 인류가 자연에 빚을 지고 있으며 자연에 다시 보답해야 한다는 과거 동양의 철학을 이어가며,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친다. EU 집행위원회가 지원하는 태양광 비행기 개발 프로젝트인 솔라 임펄스를 공식 후원하고, 1993년부터 ‘알프 액션’과 같은 환경 보호 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알프 액션’은 알프스의 자연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알프스의 청정지역을 해마다 일부 사들이는 운동이다. 영국의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과 비슷한데, 이윤 추구가 기업의 본능적인 활동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클라란스가 이 알프스의 땅을 구입해 그냥 가만히 둘 뿐이라는 건 놀라운 일이다. 스위스 앙타뉴의 나비 보호지역, 이탈리아의 주니페루스 포에우이세아, 프랑스의 클뤼스 뒤 락 다네시, 프랑스의 바르지 등도 클라란스의 손으로 평화를 얻었다. 한편 아마존 지역의 동식물을 보호하는 국제 단체인 프로나투라의 활동을 지원하기도 하며, 환경과 자연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남성에게 수여하는 ‘클라란스맨 환경 어워드’를 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