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스위스 ‘디자인 바젤’ 아트페어에서 브래드 피트가 이헌정의 도예 작품 ‘아트벤치’를 구입하면서, 그는 스타작가의 대열에 합류했다

2009년 스위스‘ 디자인 바젤’ 아트페어에서 브래드 피트가 이헌정의 도예 작품 ‘아트벤치’를 구입하면서, 그는 스타작가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때 청계천의 세계 최대 도자벽화인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를 제작했을 당시에도 얻지 못했던 유명세를 얻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일우 스페이스에서 열린 개인전 ‘The Model of Architecture’에서 그가 선보인 작품은 건축적 형태의 설치 작품이다. 지난해 건축학 박사 과정을 마친 이헌정 작가는 현대 도시에 관한 개념적인 작업을 도자, 목재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대규모 설치 작업의 형태로 완성했다. 그중 하나가 거대한 집 형태의 조형 작품인 ‘공예가의 방 혹은 건축가의 그릇’. 하얀 빛의 공간에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설치 미술작품이다. 명상의 공간을 지향 한 이 작품은 비어 있는 공간과 빛이 빚어내는 감동이 가히 예술적이다.

이쯤 되고 보니 이헌정의 아이덴티티가 궁금해진다. ‘유목적 예술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그는 작가 데뷔 이후 도예그릇전, 설치작품전, 조형도자전, 가구조형전 등 다양한 형식의 전시를 선보였고, 드로잉과 회화, 도판, 타일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으며, 흙, 시멘트, 철물, 나무 등 재료에도 끊임없이 실험적인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건축을 전공하면서 건축적 형태의 예술에도 도전했다. 이헌정의 예술적 정체성은 무엇이고, 그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작품 <공예가의 방 혹은 건축가의 그릇>은 빛을 잘 이용한 작품인 것 같아요.
이 작품은 건축의 가장 중요한 요소, 필연적인 요소만으로 완성했어요. 공간을 에워싸는 벽, 입구, 빛만으로 완성한 작품입니다. 미술뿐 아니라 건축에서도 빛은 중요한 요소죠.

도예, 조각, 가구, 이번에는 건축적 설치미술까지 선보였는데, 매번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나요?
아티스트는 누구나 새로운 작업을 하죠. 저는 다만 새로운 작업을 하는 폭이, 움직이는 폭이 다른 사람보다 넓은 편일 뿐이에요. 대학교 때부터 나는 항상 새로운 것을 해왔고, 그래서 작업이 즐거웠고 또 불안했어요. 선생님들께 걱정도 많이 들었죠. ‘너는 왜 이것저것 하느냐. 하나도 제대로 못하면서’라고.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도 내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