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향을 전달하기 위해 향수를 뿌리는 것처럼 공간에도 그 공간에 어울리는 향이 있다. 그 공간에 썩 잘 어울리는 향을 풍기는, 향초가 있는 공간 여덟.

손대식의 메이크업 스튜디오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대식의 메이크업 스튜디오는 향초 멀티숍을 방불케 한다. 신부 화장과 여배우 메이크업을 위해 마련한 공간인 만큼 언제나 좋은 향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트러스 향이 풍긴다. 조 말론의 라임 바질 앤 만다린, 잉글리시 펄 앤 프리시아 향초가 사이즈별로 놓여 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한쪽에는 은은한 나무 향이 풍기는 로라 제임스 하퍼의 레드 가든, 달콤한 향이 인상적인 판퓨리의 포트나이트 헨스, 유칼립투스와 오렌지꽃 향이 어우러진 펜할리곤스의 엘릭시어 클래식, 군침 도는 달콤한 향의 보트르의 베이 자이언트 등 다양한 브랜드의 향초가 놓여 있다. 이렇게 여러 브랜드의 향초가 어우러져 있으니 향초에 불을 붙이지 않아도 향의 매력에 흠뻑 취하게 된다.
손앤박의 CEO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손대식의 메이크업 서비스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문의 02-547-0660

스위스퍼펙션 스파

스파는 심신의 안정을 위해 찾는 곳이기에 향은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 안에 있는 스위스퍼펙션 스파에 들어서면 알싸한 차 향이 풍긴다. 뮤지엄과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로 꾸몄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과 제임스 브라운의 작품이 곳곳에 놓여 있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상담실에는 얼그레이와 아삼 티, 네롤리 향이 풍기는 펜할리곤스의 티 캔들 컬렉션이 놓여 있다. 또, 마사지를 받는 동안에는 원하는 향의 초를 선택할 수 있어 아로마테라피
효과를 더한다.
정형화된 프로그램이 아닌 개인별 맞춤 서비스가 진행되는 회원제 스파. 모든 프로그램에 스위스퍼펙션 제품을 사용한다. 문의 02-555-5152

한국 가구 박물관

한국 가구 박물관과 파리의 감성을 담은 딥티크의 만남이라니. 처음에는 동서양의 만남이 약간 어색하지만, 이 둘은 모두 공간의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공간에서 우러나오는 향을 인테리어의 일부이자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으로 여긴다는 점까지 그렇다. 소나무와 대나무, 은행나무로 만든 전통 가구에서는 은은한 나무 향이 풍기고, 한쪽에 놓인 딥티크의 베이 캔들은 소박한 정원의 꽃 향을 방 안으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한국 가구 박물관은 사전 예약을 통해 1~2시간이 소요되는 가이드 투어가 가능하다. 일요일과 월요일, 공휴일은 휴무. 관람료는 2만원, 애프터눈티를 마실 수 있는 패키지는 4만원. 문의 02-745-0181

메종 드 유지

헤어 아티스트 유지의 1인 헤어 살롱 ‘메종 드 유지’는 미용실 특유의 파마약 냄새 대신 은은한 장미 향이 풍긴다. 향에 민감한 헤어 아티스트 유지는 장미 향의 타블렛을 매장 곳곳에 걸어둬 각종 냄새를 제거하고, 손님이 없는 틈틈이 향초를 켜서 은은한 꽃 향이 공간 곳곳에 배도록 한다. 그가 즐겨 켜는 향초는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칸 델라 프로푸마타 로사다. 이 밖에 일주일에 한 번씩 계절 꽃을 직접 사와 장식하고, 징검다리처럼 꾸며진 출입구와 계단 곳곳에 소이 왁스 캔들을 비치하는 등 부지런한 아티스트 덕분에 메종 드 유지는 향과 인테리어가 유독 돋보이는 공간이 되었다.
헤어 아티스트 유지는 내추럴한 헤어 스타일링으로 유명하다. 메종 드 유지는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무. 문의 02-549-2345

시리즈 코너

한남동에 있는 멀티숍 ‘시리즈 코너’는 리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레코드, 핸드메이드 가구 브랜드 우드 스튜디오를 비롯해 히스토릭리서치와 뮤지엄, 왁스드 등 인위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젊고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모여 있다. 그래서 향 역시 인공적인 향보다는 자연을 담은 향이 어울리고, 매장 한가운데에 자리한 레흐에서는 배스앤블룸, 어브, 카르마카멧 등 태국에서 찾아낸 보디와 방향 제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카르마카멧의 향초는 콩과 꽃, 각종 허브로 만들어 ‘치유 향초’로 유명한데, 카르마카멧의 샌들우드 향초는 시리즈 코너가 추구하는 세련된 자연주의 스타일과 무척 잘 어울린다.
옷과 액세서리, 인테리어 소품은 물론 뷰티 쇼핑을 위한 레흐와 런드레스가 입점돼 있다. 문의 02-797-0710

카페 노르딕

한남동의 브런치 카페, ‘카페 노르딕’의 테이블 위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용환과 게스 진의 디자이너 박하정이 만든 앙디어의 향초가 놓여 있다. 음식 옆에 향초를 켜둘 때는 향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그을음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달콤한 무화과와 부드러운 꽃향이 어우러진 앙디어의 르네 드 마틴-리셰스가 적격이라고. 무엇보다 앙디어의 집 모양 향초는 카페 노르딕의 북유럽풍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소품 역할을 톡톡히 한다.
화학 조미료를 배제한 파니니와 샌드위치, 오가닉 주스처럼 건강한 브런치를 판매한다. 일요일 휴무. 문의 070-7563-9533

패리스 가든

플라워 숍인 ‘패리스 가든’의 대표인 홍예원은 계절 꽃을 활용한 부케 만들기, 가드닝 등의 각종 플라워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향초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녀 역시 외국 여행을 가면 향초를 구입해 와서 패리스 가든의 화분 사이사이에 진열해 꽃향기와 아로마 향이 어우러지도록 하는 향초 마니아다. 그래서 종종 소규모의 향초 클래스를 열기도 한다. 콩, 쌀, 코코넛에서 추출한 천연 왁스에 원하는 향을 조합해 만든 향초는 꽃과 허브로 이루어진 리스를 더하면 테이블 센터피스로 활용할 수 있다. 수시로 켜야 하는데, 고가의 수입 향초가 부담스럽다면 향초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패리스 가든에서는 정규 플라워 클래스, 향초 만들기 등의 다양한 수업이 진행된다. 문의 02-555-4298

디누에

아크네와 까르벵, 그리고 국내 신진 디자이너의 옷을 판매하는 멀티숍 ‘디누에’의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향기에 놀란다. 1층의 뷰티 편집숍에 진열된 카우쉐드와 마르쥬, 앙디어의 향초들이 만들어내는 향기다. 이뿐만 아니라 옷과 가방, 액세서리가 진열된 곳곳에도 향초를 놓아 알싸한 향이 풍기도록 했다. 특히, 시나몬과 레몬을 돌돌 말아 뭉쳐놓은 것 같은 마르쥬의 시나몬 캔들의 향은 개성 강한 옷을 바잉하는 디누에의 색깔과 일치한다.
디누에는 패션 • 뷰티숍 • 브런치 카페가 모두 한곳에 모여 있는 복합 공간이다. 문의 02-3444-4756

5 Scented Items

향초 말고도 공간을 향으로 채우는 제품은 이토록 다양하다.

1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타볼레타 디 체라 라반다
라벤더와 장미꽃으로 장식된 왁스 타블렛. 은은한 라벤더 향이 아로마테라피 효과를 준다. 2개 5만3천원.
2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의 러버인센스 쥬라식 플라워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향이 물씬 풍기는 고무 소재의 방향제. 향은 1년 정도 지속된다. 3개 13만5천원.
3 딥티크의 휘기에 센티드 오팔
은은한 우드 향의 왁스가 도자기 프레임에 담겨 있다. 향은 3개월 정도 지속된다. 160g 7만8천원.
4 리토 by 메종드 파팡의 카태그 에블린
딱딱한 종이에 백합 향이 농축된 차 전용 방향제. 1매 1만9천원.
5 런드레스의 센티드 드로어 시트 세다
샌들우드 향을 담은 시트 타입의 디퓨저. 6장 3만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