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는데, 요즘에는 하루에만 세 번 운다. 눈물을 흘릴 만큼 슬픈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은 여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될 나이도 아닌데, 도대체 눈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침 출근길, 고작 걸어서 20분 남짓 걸리는 거리를 오면서 서너 번 눈물을 흘린다. 추운 겨울에는 찬 바람 때문에 눈이 시려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런데 바람 한 점 없는 따스한 봄 날씨에도 눈물이 난다. 아니 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피지가 나오는 것처럼 눈물은 눈을 보호하기 위한 생리현상이다. 그 말인즉 어떠한 원인이든 내 눈이 자극받고 있다는 말이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것도 아니고, 가끔 먼 산을 보며 안구 정화에도 힘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오는 자극일까?

스모그가 발생해도 안구건조증 환자가 최대 40% 증가한다는 미국 보건당국의 연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눈은 환경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겨우내 불던 칼바람이 지나갔다고 안심할 게 아니다. 지난 3월 미세먼지에 황사가 겹치면서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최고 수치인 308㎍/㎥를 기록했고, 4월에도 150㎍/㎥를 넘는 날이 많았다. 낯선 수치라 쉽게 감이 잡히지는 않겠지만, 이는 기상청에서 외출을 삼갈 것을 권유하는 120㎍/㎥의 3배에 가까운 농도이다. 미세먼지나 황사에 함유된 구리, 납 등 독성 중금속 성분은 눈꺼풀과 결막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확률을 높인다. 또한 황산염이나 질산염 등의 독성물질은 눈물을 구성하는 성분인 지방층과 수액층, 점액층의 균형을 깨뜨린다. 환경적인 오염 외에도 컴퓨터나 스마트폰도 눈의 건강을 해친다.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모니터 앞에서 집중하는 동안 우리의 눈은 쉬고 있을 때보다 깜빡임이 40% 이상 줄어 건조해지기 쉽다. 길을 걷거나 버스 안처럼 흔들리기 쉬운 상황에서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에 집중하면 눈의 굴절력에 영향을 주어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근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환경에 노출돼 있으니 눈물이 헤퍼지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눈물이 많아졌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세먼지와 황사 속 알레르기 유발 항원이 눈의 결막에 접촉하면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유발하기도 하고, 눈물이 부족하거나 눈물 구성성분의 균형이 맞지 않아 안구 표면이 손상돼 눈이 시린 증상을 보이는 안구건조증이 생기기도 한다. 건조한 피부만큼 주변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안구건조증은 주변 환경이 건조하면 발병할 확률도 높아지는데, 건조한 환경에서 피부가 땅기는 것처럼 우리의 눈도 신호를 보낸다. 눈에 이물질이 들어간 것처럼 자주 뻑뻑하고, 주변이 뿌옇게 보이기도 하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눈이 부은 것도 아닌데 눈꺼풀이 무겁게 느껴진다. 피곤한 몸 상태와 상관없이 자주 충혈되고, 심할 경우 눈이 화끈거리고 눈이 빠질 것 같은 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런 신호가 오면 즉각적으로 취해야 할 대비책으로는 인공눈물이 있다. 인공눈물은 말 그대로 수분을 함유한 눈물 유사 성분을 인공적으로 공급해 눈의 뻑뻑한 증상을 완화하는 원리인데, 순간적으로 오염물질이 씻겨나가는 청량감이 좋아 무분별하게 남용하기 쉬운 위험이 있다. 이럴 경우에는 눈이 자체적으로 눈물을 생성하는 힘을 약화시켜 안구건조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오염된 환경에 노출됐을 때를 기준으로 하루 4회 정도 사용이 적당하다. 외출할 때에도 미세먼지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듯 눈 보호를 위해 보호안경을 쓰는 게 좋은데, 패션 감각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선글라스라도 쓰는 게 낫다. 눈의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적인 부분에 대해 알면 알수록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사실이지만, 하루 종일 집에만 있을 때에도 눈이 피곤한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눈을 집중해서 사용하는 일이 많아지면 눈 주변 근육이 긴장해 피로감이 온다. 이럴 때에는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가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 하지만 충혈이나 안구건조, 시력 저하 등은 잘 먹는 것에서부터 예방이 시작된다. 섭취하면 좋은 음식으로는 제철 과일이나 채소가 가장 우선적으로 꼽힌다. 비타민A•C와 칼슘 등이 풍부한 당근과 피망, 토마토, 시금치는 눈으로 가는 영양분의 질을 높이고, 안토시아닌을 함유한 블루베리는 눈의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 또한 키위나 양배추, 브로콜리는 망막 중심에 있는 황반의 구성 성분인 루테인을 함유해 시력 저하를 예방한다. 눈에 좋기로 유명한 결명자차는 눈의 피로와 충혈된 눈,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을 때 효과적이지만 성질이 차기 때문에 장이 약한 경우에는 배탈을 유발할 수도 있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니 저혈압인 경우에는 피하는 게 좋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눈 건강을 챙기는 일은 좋은 것을 먹는 것보다 좋지 않은 것을 먹지 않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일상생활에서 건강에 해로운 음식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인데, 눈에 나쁜 음식 리스트만 봐도 알 수 있다. 술과 커피, 홍차, 설탕, 정제된 밀가루, 사탕, 케이크, 아이스크림, 콜라 등 대부분이 우리가 거의 매일 섭취하는 음식들이다. 이 식품들은 미네랄과 비타민이 부족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중에서도 정제된 백설탕은 눈의 건강을 유지하는 칼슘을 파괴하기 때문에 다량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근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괜히 질질 짰던 게 아니다. 눈이 보내는 구원의 손길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일단 물처럼 마시는 커피부터 좀 줄여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