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도 나아지는 게 없거나 건너뛰어도 달라지는 게 없는 화장품을 굳이 발라야 할까? 피부 관리는 열심히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바르는 단계보다 피부가 필요로 하는 효과에 신경 써야 한다는 말이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거나, 점원의 솔깃한 화술에 넘어가거나, 화장품에 기대게 하는 피부 고민 때문에 구매하는 화장품의 수가 너무 많다. 피부 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보다 화장품을 발라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습관처럼 구매한 제품, 성분에 대한 이해 없이 충동적으로 구매한 제품은 유통기한 내에 다 사용할 확률이 낮아진다. 그렇게 화장품을 버려야 하는 일이 생긴다. 계절이 바뀔 때쯤 화장대에 늘어놓은 화장품을 보며 다짐하는 화장품 다이어트는 대부분 이러한 이유에서 시작된다.

워낙 사용하던 제품이 많다 보니 일단은 사용하는 제품 수를 줄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토너에서 에센스, 에멀션, 크림, 아이크림, 자외선 차단제,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으로 이어지는 뷰티 루틴에서 효과가 겹치는 단계를 빼는 식이다. 예를 들면 클렌징을 제대로 했다면 노폐물을 제거하고 피부결을 정돈한다는 토너는 제외한다. 또한 똑같이 보습 역할을 하는 에멀션과 크림 중에 하나를 빼고, 메이크업을 최대한 얇게, 옅게 하는 게 유행하고 하나로 멀티 효과를 내는 제품이 많아지면서 베이스 메이크업 단계도 손쉽게 줄여나갈 수 있다. 제품의 수를 줄였는데도 피부가 땅긴다거나 트러블이 생기는 등 변화가 없었다면 그 제품은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으로 분류해도 된다. 화장품은 결국 피부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보조 역할이니 말이다. 그리고 꾸준히 사용했는데도 피부가 좋아지지 않는 제품도 과감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피부를 관리하는 것은 습관화하는 게 좋지만, 바르는 단계와 바르는 화장품을 습관화할 필요는 없다. 피부가 정말 좋아지고 있는지, 남들이 좋다는 제품을 바르면서 좋아지는 것 같은 기분에 취해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한다. 이렇게 단계를 줄인 다음에도 해결할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모공을 줄이고, 블랙헤드를 없애고, 뾰루지와 잡티를 지우고, 피부톤을 밝히기 위해 사용하는 기능성 제품이 피부에 필요 이상의 유분을 공급하고 지속적으로 자극을 줘 피부의 정상적인 각질 탈락을 막아 피부 트러블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화장품을 발라서 피부를 관리한다고 할 때 신경 써야 하는 것은 크게 클렌징과 각질 제거, 보습과 자외선 차단이다. 이 안에서도 클렌징이 유분 제거만으로 끝나도 되는지, 메이크업까지 지워야 하는지 등의 차이가 생길 수 있고, 각질 제거 역시 매일 필요한 단계는 아니니 선택 사항이 된다. 보습 단계에서는 피부 상태에 따라 탄력이나 화이트닝 등의 효과가 있는 다기능 보습제 하나만 사용하면 되고, 물론 오로지 수분 공급에 충실한 제품을 고를 수도 있다. 피부에 백해무익한 자외선은 일단 막고 볼 일이니 차단제는 다이어트를 핑계로 줄여서는 안 된다. 여기에서 말하는 각질 제거나 보습은 반드시 스크럽이나 크림 등의 제품에 국한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클렌저 하나로 각질 제거까지 끝낼 수 있고, 세안 후에도 피부가 땅김 없이 유분이 충분하다면 에센스만으로도 보습 단계를 끝낼 수 있다. 대부분의 자외선 차단제 제형이 크림이기 때문에 베이스 메이크업 단계를 거치지 않더라도 오염된 외부 환경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보호막 역할을 기대할 수 있으니 크림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는 아니다. 그러니 클렌저와 토너, 에센스, 보습제로 이어지는 제품의 단계보다는 제품이 피부에 전하는 효과로 단계를 기억하는 것이 현명하다.

개수가 전부는 아니다
화장품 다이어트라고 해서 매일 하는 피부 관리를 늘 똑같은 한 가지 제품으로 간단하게 해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건 올인원 제품 광고에나 어울릴 법한 이야기이다. 클렌저만 해도 비비 크림만 발랐을 때와 포인트 메이크업을 했을 때, 펄을 잔뜩 함유한 아이섀도를 발랐을 때 사용하면 좋은 제품이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 사용 개수를 줄인다고 세정력이 약한 제품으로 여러 번 박박 문지르는 것은 오히려 피부에 독이 된다. 클렌저를 화장솜에 묻힌 다음 눈가에 잠시 얹어두어 메이크업 제품이 피부에서 분리될 시간을 주는 것처럼 방법을 달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피부는 우리가 처한 환경, 예를 들면 습도와 온도, 오염 정도 등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체내의 변화, 생리 주기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나 스트레스, 수면 부족이나 다이어트 등으로 인한 영양 부족에도 빠르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자극적인 음식이나 밀가루, 설탕 등 단순 당질의 섭취조차도 주의해야 한다. 자극적인 음식은 피부 대사를 방해하고 피부 혈관 확장을 초래해 홍조와 색소 침착을 유발하고, 혈액의 양이 원상태로 돌아가지 못하고 표피가 얇아져 쉽게 자극 받는다. 혈당 변동폭을 높이는 밀가루나 설탕 등은 스트레스로 작용해 피부 대사를 떨어뜨린다. 결국 피부로 가는 영양분은 우리가 섭취하는 것에서 공급되는데, 피부 관리에 있어 ‘자외선을 차단하라’만큼 많이 듣는 물을 많이 마시라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물은 단순히 몸속에 수분을 공급해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준다. 체내에서 혈액 순환을 도와 피부에 생기를 주고, 독소 배출을 도와 피부 노화를 예방하며, 노폐물의 배출도 돕는다. 또한 비타민이나 무기질을 함유해 신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는 것은 혈액을 통해 진피로 전달되는 영양분의 질을 높여 피부를 건강하게 한다. 바르는 화장품이 아무리 좋아도 하루 만에 눈에 띄는 차이를 보기는 힘들지만, 먹는 게 바뀌거나 속이 좋지 않아서 안색이 달라지고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은 한순간인 것을 떠올려보면 먹는 게 피부에 끼치는 파급효과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먹는 게 다르고, 하는 일이나 기후 등이 바뀌어서 피부에 공급되는 영양분, 피부가 느끼는 환경 등이 변하기 때문에 피부가 필요로 하는 게 바뀌는 것도 당연하다. 늘 같은 제품으로 피부 관리를 완벽하게 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용하는 제품이 많으면 피부가 받아들여야 하는 성분, 즉 피부에 자극을 주거나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화학 성분에 노출될 확률도 높아진다. 하지만 스킨케어 단계를 줄이는 것이 자극원을 줄이기 위한 이유만은 아니다. 그럴 경우에는 올인원 아이템이 현명한 대안이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용하는 제품의 개수가 아니라 피부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스스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그때그때 채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작 피부에 필요한 효과보다 자신이 원하는 효과의 유혹에 빠져 무분별하게 사용하던 화장품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그렇게 피부를 부족함 없이 편안한 상태로 유지하면 메이크업이 밀릴 일도 없고, 피부 모공이 막혀 생기는 피부 염증도 줄어들고, 피부 속 활성산소의 배출을 도와 피부 노화를 늦추는 게 덤으로 따라온다. 피부도 숨을 쉬어야 한다. 그 숨을 트이게 하는 경제적이고 간단한 방법이 화장품 다이어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