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하얗게 각질이 일어났을 때 무턱대고 각질제거제부터 찾는다면 각질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증거다. 벗겨야 할 각질과 잠재워야 할 각질을 구분하는 법부터 피부 타입에 맞춘 각질관리법까지, 가을맞이 각질관리.

Q 일반적으로 각질을 제거한다고 이야기할 때 각질은 정확히 피부의 어떤 부분을 가리키는 건가요?

피부는 표피와 진피, 피하지방층으로 구성됩니다. 이 중 표피는 기저층과 가시층, 과립층, 각질층 등 총 네 개 층으로 이뤄지는데, 각질층이 가장 위쪽에 위치하죠. 기저층에서 생성된 각질세포는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성숙 과정을 거치고 각질층에 도달하면 생명력을 잃고 하얀 비늘처럼 변해 탈락하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각질을 제거한다는 표현을 쓸 때 ‘각질’이 의미하는 것이 바로 이 죽은 각질세포죠. 정상적인 피부라면 보통 28일을 주기로 각질이 생성되고 탈락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 윤성환(모델로피부과 청담점 원장)

 

Q 제때에 탈락하지 않은 오래된 각질을 없애더라도 피부에 꼭 필요한 각질까지 없애면 안 된다고 하는데요. 각질층은 피부에 어떤 작용을 하나요?

각질층은 평평한 모양의 각질세포가 여러 층으로 이뤄진 구조물이에요. 마치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벽처럼 각질세포 사이사이를 세라마이드와 콜레스테롤, 지방산으로 구성된 지질이 메우고 있죠. 각질층은 피부의 수분과 영양 손실을 막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피부장벽 기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피부 노화와 자외선, 외부 자극 등에 의해 각질이 제때에 탈락하지 못하거나 지질을 구성하는 성분 중 어느 하나가 부족해지면 피부장벽이 약해져 피부가 건조해지고 잔주름이 생기기 쉽고,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피부에 침투해 염증이나 피부질환을 일으키게 됩니다. – 김현주(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

Q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질을 주기적으로 꼭 제거해야 하나요?

피부가 건강하면 오래된 각질이 자연적으로 떨어져나가기 때문에 정상적인 피부라면 각질이 일어나지 않아요. 따라서 각질제거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각질의 탈락주기는 개개인에 따라 조금씩 다르므로 피부상태를 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각질제거가 필요하다는 신호예요.
– 윤성환(모델로피부과 청담점 원장)

Q 피부에 하얗게 각질이 일어났을 때 각질제거제를 사용해 각질을 없애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가요?

죽은 각질세포가 정상적으로 탈락하려면 효소가 각질세포 간의 단단한 연결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효소가 제대로 작용하려면 각질층의 수분함량이 높아야 합니다. 각질층의 이상적인 수분함량은 20~35%로, 수분함량이 10% 이하로 떨어지면 각질 세포가 제때에 탈락하지 못하고 피부 표면에 쌓여 피부가 하얗게 일어나게 됩니다. 이때 각질을 과도하게 벗겨내면 오히려 각질층의 수분증발이 가속화되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요. 특히 가을철에는 일교차가 심하고 공기 중의 습도가 급격히 떨어져 피부의 수분보유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각질층의 수분함량이 10%대로 낮아지게 됩니다. 이럴 때는 무조건 각질을 벗겨내기보다 피부 타입에 맞는 보습제를 발라 각질층의 수분함량을 높여 효소의 작용을 통해 각질이 정상적으로 탈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에요. 유분이 많은 지성 피부는 수분함량이 높은 젤 타입의 보습제를, 건성 피부는 유분도 함께 공급하는 크림이나 로션 타입의 보습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 윤성환(모델로피부과 청담점 원장)

 

Q 피부 타입이나 상태에 따라 각질제거 방법과 각질제거 주기도 달라져야 하나요?

물론입니다. 지성피부는 피부가 두꺼운 경우가 많고 피지가 많이 분비되요. 묵은 각질이 모공을 막아 피지가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염증이나 여드름이 생기기 쉬우므로 주기적으로 불필요한 각질을 없애야 합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각질을 제거하고 보습제품을 충분히 바르세요. 외부 자극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고, 물리적 자극이나 화학적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민감성 피부는 각질제거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각질제거를 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대신 각질 정돈과 보습기능이 있고 자극이 적은 토너나 에센스 같은 기초제품으로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안전해요. 중성 피부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각질을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 김현주(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

Q 피부가 건성이라 세안만 해도 피부가 땅기고 건조해져서 각질제거제를 사용하기가 부담스러울 때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건성 피부는 각질세포 사이를 메우고 있는 지질 성분이 부족해 공기 중으로 수분을 쉽게 빼앗기죠. 때문에 각질세포가 제때에 탈락하지 않아 입가나 볼을 중심으로 하얗게 각질이 일어나기 쉬워요. 따라서 각질제거를 최소화하고 보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낫습니다. 순한 세정제를 사용하고 세안 후 화장솜에 알코올 성분이 없고 보습효과가 좋은 토너를 충분히 적셔 얼굴에 올려 수분을 공급하세요. 그러고 나서 곧바로 크림 제형의 보습제를 발라 수분이 증발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수분부족으로 약해진 각질층을 강화하면 됩니다. – 이규엽(후즈후피부과 원장)

Q 알갱이가 들어 있는 스크럽 제품은 피부에 자극적인가요?
각질제거제의 종류의 따라 각각의 장단점이 다르므로 잘 살펴보고 본인의 피부 타입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됩니다. 각질제거제는 각질을 없애는 방법에 따라 크게 물리적 각질제거제와 화학적 각질제거제로 나뉩니다. 물리적 각질제거는 손으로 힘을 주어 가볍게 문질러내는 방법으로, 알갱이가 들어 있는 스크럽 제품이 대표적이죠. 화학적 각질제거제에 비해 묵은 각질을 조금 더 깊이, 강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각질이 균일하지 않게 벗겨지거나 피부에 물리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기도 해요.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사용하는 것이 적당해요. 피부자극이 염려된다면 피지분비가 많고 모공이 넓은 T존 위주로 사용하세요. 여드름이나 염증이 있는 피부는 알갱이가 없는 젤 타입의 제품이 적합해요. – 이규엽(후즈후피부과 원장)

Q 피부에 바르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닦아내거나 씻어내는 필링제품은 스크럽 제품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화학적 각질제거의 원리는 AHA(Alpha Hydroxy Acid) 계열의 글리콜산과 락틱산, 젖산, BHA(Beta Hydroxy Acid) 계열의 살리실산 같은 화학성분을 피부에 발라 각질을 부드럽게 녹여내는 거예요. 화학적 각질제거 성분은 죽은 각질세포인 불필요한 각질을 제거해 그 밑의 살아 있는 세포가 노출되도록 하는 역할을 해요. 화학적 각질제거 성분이 제 기능을 하려면 피부에 도포하고 일정시간이 지난 후 닦아내거나 씻어내야 하는데, 적절한 시간을 지키지 못해 각질제거 성분이 피부에 오랫동안 남아 있으면 각질층 밑의 살아 있는 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어 제품에 적혀 있는 사용법을 반드시 지켜야 해요. 특히 피부의 표피가 얇거나 민감성 피부의 경우 피부가 붉어지거나 건조해지기 쉬우므로 얼굴에 바르기 전에 팔 안쪽에 발라 자극 여부를 확인하고, 사용 후 피부가 붉어지거나 따끔거리면 사용을 중단하세요. AHA 성분은 건성 피부나 민감성 피부에, BHA 성분은 지성 피부나 여드름 피부에 적합해요. – 김방순(에스앤유 김방순피부과 원장)

Q 각질을 제거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인위적으로 각질을 제거하다 보니 피부가 어느 정도는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어 아침보다는 저녁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각질제거를 하기 전에 스팀타월로 5분정도 얼굴을 감싸면 뜨거운 수증기가 모공을 열어줄 뿐 아니라 오래된 각질을 불려줘 각질이 떨어져나가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 피부 자극도 줄이고 각질제거 효과도 높일 수 있어요. 각질을 제거한 후에 팩을 하거나 수분크림이나 보습크림을 바르고 잠자리에 들면 화장품 속 유효성분이 피부 깊숙이 흡수될 뿐 아니라 민감해진 피부를 진정시키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단, 각질제거 후 화이트닝이나 안티에이징 화장품 같은 기능성 제품을 바를 때는 주의가 필요해요. 기능성 화장품은 일반적인 기초 화장품에 비해 피부에 자극을 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죠. 특히 안티에이징 화장품의 대표적인 성분인 레티놀이 묵은 각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각질을 제거하고 곧바로 레티놀이 함유된 화장품을 바르면 피부가 붉어지거나 따가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각질제거 후에는 보습만큼 자외선 차단도 중요해요. 외출하기 최소 30분 전에는 자외선차단제를 충분히 발라 흡수시키세요. – 김방순(에스앤유 김방순피부과 원장)

Q 각질제거 방법 중 하나로 진동클렌저가 인기인데, 피부 자극을 최소화려면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요?

같은 진동클렌저라도 브러시의 모질이나 진동의 강도와 원리에 따라 세정력과 자극의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직접 사용해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은 피부 타입을 고려해서 다양한 종류의 브러시가 출시되고 있어요. 민감성 피부에는 가늘고 부드러운 브러시가, 모공이 넓은 지성 피부에는 모질의 탄성이 좋은 브러시가 적합해요. 진동클렌저를 사용할 때 얼굴에 직접 클렌저를 묻히는 대신 브러시에 물을 살짝 묻히고 클렌저를 얹어 거품을 충분히 낸 다음 사용하면 브러시와 피부 사이의 마찰을 줄여 자극을 줄일 수 있어요. 세정력을 높이려고 진동클렌저를 얼굴에 대고 꾹 누르면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으니 피해야 해요. 진동클렌저를 얼굴에 살짝 올려만 주어도 충분히 세정이 됩니다. 진동클렌저는 최대 하루 1~2회까지 사용이 가능한데, 처음에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사용하며 피부상태를 체크해보고 2~3주 후에도 피부에 무리가 없다면 점차 횟수를 늘려가는 것이 좋아요. 진동클렌저를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것만으로 각질제거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각질이 심한 편이 아니라면 별도로 각질제거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용 후에는 브러시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세척한 후 브러시를 분리해 습하지 않은 곳에서 완전히 말리세요. – 황정환(아모레퍼시픽 어플리케이터연구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