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은 진리다. 그 어느 시즌에도 트렌드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블랙이지만 올 가을, 겨울에는 블랙을 새롭게 해석한 다채로운 룩이 가득하다는 사실! 이젠 컬러에 작별을 고하고 블랙을 환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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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에 단 하나만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컬러를 꼽으라면 바로 블랙이다. 그렇다고 블랙이 매번 뻔하고 지루하다는 생각은 금물. 2019 가을, 겨울 시즌을 위한 백스테이지에서는 고정 관념을 깨줄 다양한 블랙 아이 메이크업 연출이 가득했으니 말이다.

‘블랙 아이 메이크업’ 하면 바로 생각나는 건 볼드한 아이라인이다. 아무리 이번 시즌, 전통에서 벗어난 메이크업을 추구한다 해도 블랙 캐츠아이를 버릴 수는 없는 법. 에르뎀과 돌체앤가바나 쇼 무대에 선 모델들은 뾰족하게 올라간 눈매를 강조하는 아이라인으로 완연한 클래식한 룩을 연출했다. 동시에 이를 재해석한 그래픽적인 블랙 아이라인 역시 대세를 이뤘다. 디올과 롱샴, 스포트막스 쇼의 메이크업을 보면 같은 볼드 아이라인이라고 해도, 라인을 구조적으로 표현하면 정반대의 모던한 느낌이 연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도 이번 시즌만의 특징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마치 스케치를 한 것처럼 라인이 보다 러프해졌다는 것이다. 어떤 느낌인지 감이 안 온다면 센트럴 세인트마틴스 쇼의 메이크업을 참고해보자. 삐뚤빼뚤 그린 라인과 눈두덩에 번진 듯한 자국이 특징적인 메이크업이다. “실제로 지워지거나 망가진 게 아니에요. 목적에 딱 맞도록 섬세하게 계산된 거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테리 바버의 말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존 스테플레톤 역시 이에 동조한다. “이번 시즌의 블랙 아이가 재미있는 건 바로 이런 은근한 반항 때문이에요.” 이젠 아이라인을 그리다 라인이 어긋났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겠다. 불완전한 메이크업일지라도 자신만만하게 즐길 마음의 자세만 준비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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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블랙 아이 메이크업이 쇼를 위한 메이크업에 가깝다고 생각되면, 이제는 보다 현실에서 쉽게 응용할 수 있는 버전에 시선을 돌려보자. 이번 시즌엔 블랙 스모키 메이크업이 유행이니, 홀리데이 컬렉션 팔레트에나 들어 있을 법한 블랙 아이섀도를 오랜만에 화장대 속에서 꺼내보도록. 여기서 포인트는 화장을 미처 지우지 못하고 잠이 든 다음 날 아침처럼, 자연스럽게 번지게 연출하는 것이다. 팻 맥그라스가 디렉팅을 맡은 베르사체 쇼의 모델들을 보자. 90년대의 그런지 요소를 물씬 연출하기 위해 점막까지 블랙 아이라인 펜슬을 이용해 채운 다음 은근하게 번진 듯한 느낌을 연출했다. 그렇다고 이를 위해 무턱대고 손으로 눈을 비벼서는 안 된다. 앞서서도 테리가 말했듯 자연스러울수록 섬세하게 계산돼야 할 것이다. 그 힌트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백스테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 린다 칸텔로는 회색빛이 감도는 아이섀도를 이용해 아이홀과 언더라인 부분에 투명하게 음영을 준 다음, 블랙 라이너를 이용해 면밀하게 눈 밑에 라인을 그려 넣었다. 비록 작은 라인이지만 이 시도 하나만으로 지저분하게 번진 메이크업이 아닌, 시크하게 스머지한 메이크업으로 변신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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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지만 에지 있는 블랙 아이 메이크업은 마스카라 하나만으로도 연출이 가능하다. 이번 시즌에는 마스카라를 지그재그로 옆으로 쓸 듯이 두껍게 바른 모델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필로소피의 모델들은 위 속눈썹뿐만 아니라 아래 속눈썹까지 뭉치듯 청키하게 연출해 또렷한 눈매를 강조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마스카라 연출에 역시도 불완전한 포인트를 적용했다는 것. 평소 같았으면 조심스럽게 브러시로 털어냈을 마스카라 가루를 그대로 눈가에 놔둔 것이다.

자 이쯤 되면, 곰손이라도 혹은 메이크업 초보자라도 좀 더 마음 편하게 이번 시즌 블랙 아이 메이크업 연출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나만의 블랙 아이 메이크업을 만끽해보도록. 그 어떤 실수도 당당한 애티튜드와 함께라면 시크하게 용납될 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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