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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의 계절

여름 내내 이어지던 각종 뮤직 페스티벌의 유행이 시들해지더니, 쾌청한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한 소풍 같은 뮤직 페스티벌이 그 자리를 꿰찼다. 여름의 페스티벌이 주로 록이나 테크노처럼 비트 위에 영혼을 맡겨야 했다면, 가을은 낭만이다. 9월 28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은 도심의 숲에서 국내 재즈 1세대 재즈 보컬리스트 박성연을 비롯, 김현철, 정재형 등의 친숙한 이름이 함께한다. 1인당 한 마리의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다.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제16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아직은 생소한 장르 ‘재즈’를 친숙하게 알린, 국내 재즈 페스티벌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올해는 세계적인 트럼페터이자 재즈계의 혁명가로 불리는 테런스 블랜차드가 자라섬을 찾는다.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10월 19일부터 20일까지 올림픽 공원의 너른 잔디밭에서 13회째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 열린다. 데이 브레이크와 샘킴, 빈지노, 가을방학 등이 환경과 사랑을 노래한다. 서늘한 밤, 체온을 높여주는 붉은 와인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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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미래로

2019년 오늘, 어딘가에서는 과거를 소환하는 동안 당차고 도발적인 매력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트렌드세터의 자리에 오른 찰리 XCX는 2099년을 노래하기에 이른다. 과거를 회상하며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담은 노래 ‘1999’를 함께한 트로이시반과 이번에도 함께했는데, 그로부터 100년 후를 노래하는 이 남과 여는 과연 어떤 마음을 먹고 있을까. 강력한 신시사이저 사운드와 다양한 기계음을 섞어 강력한 일렉트로닉 팝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인다. ‘2099’가 포함된 정규 앨범 <Charli>에는 트로이시반을 비롯한 리조, 스카이 페레이라, 한국의 뮤지션 예지까지 재능과 개성을 겸비한 젊은 실력자들과 프로듀서가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미래는 멀지만 이만큼 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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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의 귀환

1990년대 말 한국의 분위기는 싱숭생숭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졌고,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는 순간 모든 컴퓨터는 먹통이 된다느니, 지구가 멸망한다느니 음울한 소문만 자자했다. 서기 2000년이 됐다. 아무런 사건이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2010년대가 두어 달밖에 남지 않은 지금, 한국 대중음악사의 타임머신은 때 아닌 2000년으로 향한다. SBS가 유튜브에 개설한 ‘SBS KPOP Classic’ 채널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방송된 SBS 인기가요 방송분을 차례로 스트리밍하며 우리의 여행을 돕는다. 이 ‘온라인 탑골공원’에는 금세 17만 명에 육박하는 구독자가 모여들었다. 세기말을 집어 삼킨 이정현부터, God, 핑클, 샤크라와 구피, 김현정 등 그때 그 무대를 다시 보는 건 어떤 노스탤지어라기보다는 차라리 파격적인 아방가르드 시대와의 조우라고 해야 할 판이다. 서기 2000년이 다시금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