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피펌은 더 이상 여름 헤어의 대명사가 아니다. 러블리하고 귀엽기만 한 줄 알았던 뽀글 머리가 디테일을 입고 우아한 가을 여인이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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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히피

때가 되면 한 번씩 전염병처럼 몰려오는 헤어 트렌드가 있다. 백신도 없는 단발병, 머릿결과 영혼을 맞바꿔야 한다는 탈색병, 최근에 합류한 히피펌병까지. 단발과 탈색을 모두 경험해본 에디터도 재작년부터 줄곧 설리, 구하라의 꼬불꼬불한 컬을 보며 히피펌병에 시달렸다. 바스락거리는 헤어를 매만지며 간신히 참아오고 있었는데, 얼마 전 위태로운 고비가 찾아오고야 말았다. 히피펌은 비치 웨이브, 서퍼 웨이브라고도 불리는 만큼 여름 한 철 장사라고 생각했건만, 2019 가을/겨울 컬렉션에 선 모델들이 하나같이 부스스한 컬로 영업을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자유분방한 히피펌에게 더 이상 계절의 제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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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히피펌의 생명은 가르마

2019 가을/겨울 컬렉션 속 히피펌에서 주목할 만한 디테일은 가르마다. 가르마의 변주 하나로 다채로운 분위기를 시도한 것. 작년까지는 모발 뿌리부터 강렬하게 말아 올려 볼륨을 살리는 게 트렌드였다면, 이번엔 뿌리 쪽에 아예 컬을 넣지 않거나 앞머리 전체를 슬릭하게 뒤로 넘겨 시크한 무드를 자아냈다. 탱글탱글한 컬에 집착하기보다는 자잘한 컬을 일부러 빗어 내린 듯 내추럴하게 연출한 것도 특징이다. 기존 히피펌의 귀엽고 발랄하기만 한 이미지를 버리고, 우아하고 부드럽게 변모했다. “올가을 히피펌은 컬이 훨씬 더 작고 부스스해졌어요. 전보다 과감한 도전이 돋보이죠.” 헤어 아티스트 이일중의 말처럼 필립 림과 캐롤리나 헤레라 쇼에 선 모델들은 빗질을 대여섯 번 한 자잘한 히피펌을 선보였다. 여기에 모발 뿌리부터 눈썹에 닿는 윗부분까지는 단정하게 쓸어 내린 것이 포인트. 눈썹 위만 보면 생머리와 다를 것 없을 만큼 정적이다. 5:5 가르마로 청순함을 배가시킨 것도 주목할 만하다.

반대로 히피펌과 상반된 슬릭한 디테일을 가미한 스타일링도 눈에 띈다. 끌로에, 지암바티스타 발리 쇼에 선 모델의 룩이 바로 그것. 목선을 다 덮는 풍성하고 뽀글뽀글한 컬과 가르마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확 넘긴 앞머리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프로페셔널하고 시크한 커리어 우먼이 떠오르는 느낌? 이처럼 그간의 히피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쿨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모발 뿌리부터 탄탄한 컬을 넣은 다음, 왁스를 묻힌 두 손으로 과감하게 앞머리를 쓸어 올리면 된다. 모발이 자라난 반대 방향으로 끌어올리기 때문에 볼륨감도 한층 살아나는 걸 느낄 수 있다. 광택감이 있는 포마드 왁스로 촉촉한 웨트 텍스처를 살리면 훨씬 더 매력적이다. 꼭 여름이 아니어도 좋다. 히피펌은 언제나 옳으니, 올가을에는 이 트렌드를 제대로 즐겨보자. 가르마 디테일 하나로 다채로운 분위기를 뿜어내는 히피펌이야말로 메이크오버를 위한 최고의 액세서리니까!

 

풍성한 히피펌 유지하는 TIP

1 샴푸 전, 꼼꼼하게 브러싱하기
펌을 하고 나서 컬이 풀릴까봐 아예 브러싱을 하지 않는다면 주목! 샴푸 전에 하는 브러싱은 두피에 붙은 각질과 노폐물을 탈락시켜 뭉침 없이 살아 있는 컬을 만들어준다.

2 컬 크림과 하드 왁스 믹스하기
물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타월 드라이한 뒤, 손바닥에 묽은 컬 크림과 진득한 왁스를 덜어 잘 섞일 때까지 녹인다. 텍스처가 묻은 손으로 머리카락을 끌어올리듯이 주먹 쥐어가며 바르면 생생한 컬이 하루 종일 유지된다.

3 찬 바람으로 두피만 말리기
히피펌 후에는 두피와 뿌리 부분만 드라이하는 것이 좋다. 정수리 쪽 모발을 살짝 들어 찬바람을 넣어가며 말릴 것. 나머지는 컬을 잡아 구겨가며 약간의 물기만 제거하고 자연 건조해야 컬의 탄탄함이 오래간다. 절대 머리카락을 밑으로 끌어내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4 스프레이를 손가락에 뿌려 부분적으로 픽스하기
히피펌을 고정하려고 헤어 전체에 스프레이를 뿌리면 딱딱하게 굳어 처지기 쉽다. 소프트 스프레이를 손가락에 뿌려 한 올 한 올 살리고 싶은 부분에만 비벼 바른다.

 


히피펌 관리를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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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X
비욘드의 아르간 테라피 세팅 왁스
풍부한 오일 추출물을 담아 모발에 건강한 윤기를 되찾아준다. 부드럽게 발리지만 세팅력은 강해 자극이 적다. 50g 1만2천원.

이솝의 바이올렛 리프 헤어 밤
두껍고 뻣뻣해 다루기 힘든 모발도 고정한다. 촉촉한 보태니컬 성분을 함유해 두피에 직접 발라 수분을 공급할 수도 있다. 60ml 3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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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AY
앤아더스토리즈의 풀니스 텍스처라이징 스프레이
완두콩, 비파잎, 해초 추출물이 모발에 수분을 불어넣어 탱탱한 컬을 연출한다. 가볍고 산뜻한 질감이라 장시간 처지지 않는다. 250ml 1만5천원.

오리베 by라페르바의 맥시미스타 씨크닝 스프레이
모발에 도톰한 코팅막을 씌워 드라이 열로부터 보호한다. 강한 세팅력으로 오래도록 꺼지지 않는 볼륨을 선사한다. 200ml 4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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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L CREAM
러쉬의 알앤비
큐티클이 벗겨지고 끊어진 모발을 위해 다양한 식물성 오일을 함유했다. 부스스하게 뻗치는 헤어를 차분하게 정돈하고 내추럴한 세팅력까지 갖췄다. 225g 6만2천원.

더샘의 실크 헤어 리페어 컬 크림
콜라겐, 케라틴, 콩단백질 등 7가지 단백질이 모발에 빛나는 윤기를 부여한다. 가벼운 세팅력으로 자연스럽게 볼륨감을 줄 수 있다. 100ml 7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