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타임을 안 하는 대학생은 있어도 모르는 대학생은 없다. 대학 문화의 거대한 축을 맡고 있는 익명 커뮤니티, ‘에타’가 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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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다운로드 1위 앱

“에타 해?” 이 말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면 30대 이상일 가능성이 크다. 혹은 20대이더라도 10학번에 가깝진 않은가? ‘요즘 대학생’은 입학도 전에 에타로 예습을 해간다. 오프라인에서는 “야, 에타 봤어?”라는 물음으로 하루의 대화를 시작하는가 하면 온라인상에서는 ‘OO대 에타현황.jpg’로 ‘박제’되어 돌아다니는 ‘짤’이 하루가 다르게 업데이트된다. 에타는 이미 명명백백, 대학생활의 중심이다. 그래서, 에타가 대체 뭐길래?

에타는 에브리타임의 약자다.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은 대학생을 위한 SNS 앱이자 온라인 커뮤니티다. 2011년에 출시돼 전국 400여 개 캠퍼스를 지원하며 현재까지 366만 명 이상이 가입했고 게시글 수만 해도 4억 5774만 개가 넘어가고 있다. 단기간 내 빠른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에타가 학교생활에 필요한 시간표, 취업 자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같은 학교 학생들끼리만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에타 게시판의 가장 큰 특징은 익명성과 자율성이다. 가장 많은 게시글이 올라오는 비밀 게시판과 BEST 게시판, 실시간 조회수가 높은 HOT 게시물은 본교 재학생 혹은 졸업생으로 인증을 거친 계정만 볼 수 있다. 인증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대학 증명서와 학생증을 첨부하거나 학교 웹메일로 인증 후 학생증을 첨부하면 된다. 복잡하지 않지만 확실한 인증 방법으로 ‘우리 학교’ 학생들만 모인 공간이다 보니 나름의 소속감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인기를 끌었다.

은밀하게 솔직하게

에타가 최초의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는 아니다. 이전에 페이스북에서 활성화되었던 ‘OO대학교 대나무숲’, ‘OO대 대신 전달해드립니다’ 등의 페이지도 학생 간의 이슈 공유가 가능했던 공간이다. 하지만 에타가 생긴 이후로는 대나무숲을 찾는 이들이 많이 줄었다. 대나무숲은 누가 듣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말하고 싶은 것을 외치고 보는 사방으로 뻥 뚫린 공간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돌아오는 메아리가 있든 말든 내가 발화하는 것으로 끝나고 그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일방적인 성격이 강하다. 당사자가 아닌 페이지 관리자가 게시글을 선별해 올린다는 점, 댓글을 다는 사람은 신원이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공개 SNS라는 점 모두 솔직하고 즉각적인 소통을 불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에 비해 에타는 인증된 재학생, 졸업생만 모였다는 점에서 더 폐쇄적이며 상호적이다. 모두가 익명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나자 다른 곳에서는 하지 못할 내밀하고도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문제는 거름망이 없다는 거다. “내 옆자리 앉은 여자 짧은 치마 입는데 다리 XX 예쁨. XX서 공부가 안 된다.” 같은 일상적인 희롱과 혐오가 퍼진 지는 오래. 작년 A대학교에서는 미투 운동의 피해자와 그에 연대하는 학생들의 신상을 올리며 2차 가해가 일어난 바 있으며 올해 B대학교에서는 밤마다 ‘나체 인증사진’이 잇따라 게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사건도 있었다. 불과 한 시간 동안에만 60여 건의 음란물이 올라왔고 몇 초 만에 삭제된 신체 주요 부위 사진이 캡처되어 유포되기도 했다. 솔직함을 가장한 성폭력과, 인신공격, 혐오 발화, 범죄 행위 등으로 일찍이 에타를 떠난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물론 에브리타임에도 이용 규칙은 존재한다. ‘욕설, 비하, 음란물, 개인 정보가 포함된 게시물, 특정인이나 단체 지역을 비방하는 행위 금지’ 등이 있지만 정작 이러한 규칙을 어기는 게시글에 제재를 가하는 관리자가 없다. 결국 에타는 표현의 자유만 보장되고 그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는 무법지대로 전락했다는 의견도 있다.

에브리타임의 명암

그럼에도 에브리타임의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의 어느 플랫폼보다도 효율적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며 누구든 익명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누구든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커다란 전지에 수고스럽게 줄 맞추어 쓴 대자보는 외면받을지라도 이용자수가 많은 피크타임에 쓴 글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할 수 있으니까. 동아리 내 부조리한 군기 문화를 규탄하는 것도, 성차별을 일삼는 학교 앞 카페를 고발하며 불매운동을 제안하는 것도 요즘은 모두 에브리타임에서 이루어진다. 보복당하리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개인은 용감해진다. 익명의 가호가 있기를!

그러나 모두가 익명이라는 점의 빈틈을 파고든다면, 특정한 의도를 가진 외부인이 여론을 조작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학교 인증 절차가 있다지만 처음부터 아예 인증된 계정을 사고팔면 그만이다.

실제로 대학가의 자영업자들은 가까운 학교의 에타를 보기 위해 알바생에게 계정 공유를 강요하기도 한다. 주 소비층을 형성하고 있는 20대 대학생들이 하루 종일 모여 있는 곳이니 광고글을 올리는 사람이 왜 없겠는가? 한 마케터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에타’가 뭔지 모른다고 놀리는 신입사원의 말에 자존심이 상해서 동생의 아이디를 공유했죠. 요즘 대학생 문화와 그들 사이의 인기템을 파악해보는 창구로는 좋았어요. 하지만 결국은 몇 가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는 그들끼리의 문화라는 점을 깨닫게 됐습니다. 아직 경험이 적기에 잘못된 정보, 잘못된 상식 역시 빠르게 공유되더군요.”

자, 대학을 졸업한 지 한참 되는 당신에게 ‘에브리타임’을 설명하는 이유다. 이미 자신의 학번도 기억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에브리타임이라는 게 있더라는, 그게 정관장의 홍삼 제품이 아니더라는, 그것만 알아도 충분하다. 다시 대학생이 될 건 아니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