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 갓세븐, NCT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아이돌이라는 점 외에 이른바 옷 잘 입는 패션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에게 ‘패셔너블한 아이돌’이라는 수식을 안겨준 실력자들, 세 명의 패션 스타일리스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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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 비주얼 디렉터
NCT 스타일리스트 김영진

NCT, 웨이션브이, 남태현 등 많은 아이돌과 함께하고 있다. 비결이 뭔가?
나는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로 시작한 게 아니라, 그동안 화보 작업을 많이 했었다. 작업물을 보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 아이돌들이 찾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NCT나 웨이션브이는 멤버가 많아서 스타일링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자신만의 노하우는?
가수를 많이 하는 이유는 순전히 음악을 좋아해서다. 음악을 들으면 콘셉트가 명확해지며 어떤 스타일링을 할지 머리에 그려진다. 정리하면, 해당 아이돌의 음악을 많이 듣고 엔터테인먼트사와 많은 대화를 통해 멤버별로 콘셉트를 정리한다.

NCT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자. 무대의상은 어떤 과정으로 준비하는가?
보통 책에서 시안을 찾는다. 인터넷을 잘 못해서 책이 편하다. 책을 보다가 그때그때 콘셉트에 맞는 이미지를 정리해둔다. 이번에는 미래적인 것을 구현하기 위해 레이싱복과 니콜라스 제스키에르 시절의 발렌시아가 풍으로 무드보드를 만들었고, 그것을 윈도우00에서 제작했다.

책으로 시안을 찾는다는 게 인상적이다. 모바일 폰이 편리한 시대가 아닌가?
새로운 것이 익숙함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 같다. 요즘에도 해외를 나갈 때면 다른 건 몰라도 패션&아트 북 2~3권씩은 꼭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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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127의 4번째 미니앨범 <We are Superhuman>.

최근 여러 디자이너와 협업이 눈에 띈다.
특수 원단으로만 옷을 만드는 강혁, 디자이너 정태양이 이끄는 브랜드 윈도우00과 작업했다. 강혁은 화이트 옷만 만드는데 배경 컬러를 고려해 블랙으로 만들자고 설득했다. 결과적으로 디자이너 본인도 매우 만족하는 결과물이 나왔다. 윈도우00과는 제작 단계부터 영감을 주고받았다. 안 하던 것을 시도하게 만들어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역시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그동안 해왔던 NCT 스타일링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작년에 했던 사이먼 세일즈 뮤직비디오 의상이다. 아홉 명을 따로 또 같이 하나의 패션 하우스의 컬렉션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좋은 반응을 얻었던 스타일은?
NCT 정규 1집 프로모션 티저를 찍는데 회사에 들어가서 일탈하는 콘셉트로 슈트를 입혀야 했다. 클래식 슈트가 아이돌 멤버들에게 잘 어울릴까 우려했지만, 란스미어, 드레익스 등 클래식한 슈트를 멤버의 개성에 맞게 입혔다. 팬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뮤직뱅크> 출근길에 한 번 더 입힐 정도였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멤버는 누구인가? 
태용과 재현이 관심이 많다. 특히 태용은 좋아하는 브랜드의 신제품이 출시되면 직접 가서 착용해볼 정도로 적극적이다.

본인은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나? 
클래식한 스타일? 요즘 생긴 브랜드보다 역사가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편이다. 기존 브랜드에서 요즘의 키워드를 담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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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127의 정규 1집 <Regulate> 리패키지 앨범.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책과 음악이다.

최근에 즐겨 들은 음악은? 
‘스트록스’라는 밴드 음악. NCT 미국 수록곡으로 촬영할 당시 이 밴드를 보여주며 시안을 잡았다(멤버들도 모두 좋아했다). 잠시 잊고 있다가 이 일을 계기로 다시 빠져든 음악이다.

본인의 옷장에 가장 많은 옷과 신발 브랜드는? 
옷은 블랙 옷, 그중 가장 많은 것은 꼼데가르송. 신발은 여지 없이 나이키다.

이것만 있다면 바로 스타일 업! 하는 스타일링 비법은?
목걸이와 벨트다. 화려한 직업이 아닌 이상 남자가 할 수 있는 액세서리는 매우 제한적이다. 볼드한 목걸이는 블랙 옷을 즐겨 입는 내게도 잘 어울리는 포인트 액세서리가 된다. 또 포멀하고 미니멀한 룩에는 핏이 가장 중요한데 이 핏과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바로 벨트다. 특히 이왕이면 흉내 낼 수 없는 정교한 멋이 깃든 빈티지 벨트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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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 127의 정규 1집 <Regulate> 리패키지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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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콘셉트 메이커
갓세븐 스타일리스트 강성도

갓세븐과 함께한 지 얼마나 되었나? 
2018년 7월부터 작업했으니 이제 1년이 꽉 찼다.

멤버가 많아서 스타일링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멤버별로 콘셉트가 어떻게 다른가?
멤버별로 체형, 비율 등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쉽지 않았는데 몇 개월이 지나고 나니 멤버별로 어떤 의상이 어울리는지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진영이 차분한 스타일을 선호한다면, 뱀뱀은 오버핏이나 어깨에 디테일이 들어간 아우터가 잘 어울리는 식이다.

현재(2019년 7월 기준) 월드투어 중이다. 월드 투어의 의상 콘셉트는 어떤 것인가?
현재 북미 투어 중이고, 8월에 호주, 홍콩 등 투어 일정이 있다. 워낙 큰 콘서트라 포인트 없는 의상을 입으면 밋밋하고 지루할 것 같았다. 콘셉트는 18세기 유럽에서 여성들이 즐겨 입었던 화려한 비즈 장식이 들어간 드레스에서 영감을 받았고, 그 포인트를 구현하기 위해 많은 의상을 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제작에 관해 묻고 싶었다.(스타일리스트 강성도는 원래 패션 디자이너이기도!) 최근 제작한 의상은 어떤 것들이 있나?
잭슨 솔로 뮤직 비디오 의상과 월드 투어 의상, 일본 콘서트 등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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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회 골든디스크 무대에서.

스타일링할 때 가장 수월한 멤버와 어려운 멤버가 있나?
마크, 뱀뱀은 워낙 패션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기에 수월한 편이다. 본인만의 스타일이 확고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잘 알고 있다. 어려운 멤버는 따로 없고, 멤버 개인마다 본인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매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각각의 개성을 살리고 모두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그동안 해왔던 갓세븐의 스타일링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
33회 골든디스크에서 골드 디테일이 들어간 의상, ‘Asia Artist Awards’에서 입었던 자수, 비즈 디테일이 들어간 아우터들, 정규 3집 <미라클>의 플라워 프린트 의상이 기억에 남는다. 플라워 프린트 디자인은 에스팀 소속 연누리 실장에게 그래픽 디자인을 부탁했고, 그 디자인을 원단에 프린트했는데 생각보다 결과물이 굉장히 잘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그중 대중적으로 최고의 반응을 얻은 의상을 기억하는가?
33회 골든디스크와 <미라클> 재킷 의상이다.

멤버들이 평소에도 스타일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가?
멤버 중 진영이 가끔 질문 하는 편이다. 편하게 추천해준다.

본인이 보기에 평소 가장 옷을 잘 입는 멤버는 누구인가? 그 이유는?
뱀뱀이다. 뱀뱀은 본인의 체형을 가장 잘 알고, 어떤 게 잘 어울릴지 알고 옷을 사기 때문에 스타일리스트로서도 감탄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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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세븐 정규 3집 <Miracle> 리패키지 앨범.

멤버들에게는 화려함을 선물하지만 정작 본인은 깔끔한 의상을 즐겨 입는 것 같다. 어떤가?
아무래도 어린(?) 나이가 아니다 보니 깔끔하게 입는 게 마음이 편하다. 과하게 입으면 일을 할 때 불편하다.

일을 할 때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매거진 화보 촬영이 즐겁기도 하고 보람을 느낀다.

쉬는 날에는 주로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나?
아이돌 스케줄이 많기 때문에 활동 기간에는 거의 쉬는 날 없이 바쁘게 지낸다. 그래서 긴 호흡의 취미 생활을 가질 여유는 없는 편, 쉬는 날에는 전시를 보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이것만 있다면 바로 스타일 업! 하는 스타일링 비법이 있나?
고리 액세서리는 밋밋한 여름 의상에 포인트를 주기 좋은 액세서리다. 여름에 주로 입는 과한 프린트나 컬러풀한 옷이 부담스럽다면 액세서리로 스타일링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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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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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나누는 동반자
현아 스타일리스트 정설

인스타그램을 보면 현아의 것인지 정설의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현아의 사진이 많다. 그만큼 애정이 느껴진달까. 그녀와 함께한 지 얼마나 되었나? 
2009년 포미닛 데뷔 때부터니까 10년이 되었다. 포미닛의 스타일링을 하다가 현아가 솔로 활동을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맡게 되었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둘의 분위기가 비슷하다. 자매라고 해도 될 정도. 현아의 스타일이 평소 당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인가?
자주 듣는 얘기다.(웃음) 평소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고, 다양한 사진과 감정을 공유하다 보니, 누구의 취향이랄 것 없이 좋아하는 게 비슷해졌다.

현아의 스타일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레트로가 아닐까. 현아가 즐겨 입는 크롭트 톱과 벌키한 슈즈 등은 모두 90년대에 유행했던 것들이다. 또 그녀가 워낙 빈티지 아이템을 좋아해서 새 제품과 빈티지 제품을 섞어서 스타일링하기를 즐긴다.

무대의상은 어떻게 준비하나?
현아는 곡 작업은 물론 스타일을 만드는 데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평소 마음에 드는 이미지나 물건이 있으면 그때그때 보내주는 편. 내가 추려놓은 시안과 현아가 보내주는 이미지에서 공통적인 것을 추려서 범위를 좁혀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무드보드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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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발렌티노 행사에 참석한 현아.

제작이나 리폼을 하는 경우도 많겠다.
물론이다. 빈티지를 사서 리폼하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대개 그렇게 만든 옷에는 어울리는 액세서리가 없어 액세서리도 직접 만든다.

그동안 작업했던 무대의상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인가?
현아가 립앤힙 활동을 할 때 MBC <쇼! 음악중심>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하늘색 실크 미니원피스에 형광색 모피 재킷을 입었던 적이 있다. 사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이상한 매치라고도 할 수 있다. 망사 스타킹에 모피가 달린 구두까지 신었으니까. 화보 의상이 아니라 입고 무대에서 춤까지 춰야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이상하기는커녕 너무 예뻤고, 팬들의 반응도 좋아서 기억에 남는다.

현아의 데일리 룩에도 조언을 하는 편인가?
썰스타일(정설이 운영하는 패션 스타일 팀)에 아예 현아의 전담 스타일리스트가 있다. 현아가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놓으면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착장을 맞춰준다. 무대복과 데일리 룩의 경계가 없고, 그 과정이 일이 아닌 친구처럼 느껴진다. 항상 함께 비주얼을 고민해서 그런 것 같다.

둘이 겹치는 아이템도 많겠다.
맞다! 가끔씩 쇼핑몰 장바구니를 보면 담은 아이템도 비슷하고, 어떤 날은 내가 착용하고 나온 옷이나 신발을 보고, “언니! 그거 내가 사려던 건데 언니가 먼저 샀네!” 하는 경우도 꽤 많다.

썰스타일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팀원은 전체 여덟 명이고, 그중 나와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주로 작업하는 친구가 둘이다. 패션 신에 오래 있다 보니 어느 날 내 스스로 만든 굴레에 갇힐까봐 걱정이 되더라. 많은 친구들이 거쳐갔는데 지금 있는 멤버들이 거침없이 의견을 내고, 파이팅이 넘쳐 그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에너지를 많이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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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H의 <Retro Future> 앨범.

썰스타일에서 스타일링하는 아티스트는 또 누가 있나?
효종, 송지효, 에버글로우, 모모랜드, 다비치, 10cm, 폴킴, 옥상달빛 등이 있다.

평소 영감은 어디서 받나?
나는 확실히 사람에게서 영감을 받는다. 가장 가까이에 현아와 효종 같은 아티스트이자 친구들이 있고, 그리고 함께 일하는 썰스타일 멤버들이 있다. 내가 텐션이 떨어지면 친구들이 먼저 알고 말을 건다. 특히 현아는 그녀 자체가 워낙 치열하게 사는 친구라, 현아가 옆에서 말 한마디만 해도 텐션이 살아난다. 그들로부터 자극받고, 리프레시도 하는 셈. 친구들이 가장 소중하다.

스타일링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나?
일단 손을 놓는다. 그리고 휴식을 가진 후에 더 나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스타일링이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적이 있나?
현아는 섹시한 의상만 즐겨 입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처음 <트리플H> 앨범 나왔을 때 그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실루엣이 그다지 예뻐 보이지 않는 니트로 된 구찌 투피스를 시도했는데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다.

이것만 있다면 바로 스타일 업! 하는 스타일링 비법이 있나?
크롭트 톱이다. 90년대 패션이 유행하며 다양한 디자인의 크롭트 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크롭트 톱을 통이 넓은 하이웨이스트 바지에 매치하면 몸에서 가장 마른 부분만 부각시킬 수 있어서 날씬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아이돌들도 선호하는 스타일이니, 올여름이 가기 전에 꼭 시도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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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스타일에서 직접 만든 모피 구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