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으로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를 쓴 작가 린디 웨스트는 미국에서 가장 유쾌한 칼럼니스트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다. 10대들을 위한 상담 블로그를 열고, 트위터에서 여성의 낙태 경험을 공유하고 여성의 권리를 말하는 ‘Shout Your Abortion’를 주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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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은 이세이 마야케 플리츠 플리즈(Issey Miyake). 드레스는 아일린 피셔(Eileen Fisher). 이어링은 문저(Mounser). 24/7 글라이드 온 아이 펜슬 위스키와 바이스 립스틱은 모두 어반 디케이(Urban Decay) 제품.

2000년대 초중반에는 온라인에 자신의 일기를 적는 것이 유행했습니다. 그 시점부터 일인칭 에세이를 선보이는 작가들의 수가 크게 늘었어요. 당시에는 20대였는데 어떤 글을 썼나요? 
문화 비평과 페미니즘에 대한 글로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친구이자 에디터인 댄 세비지와 함께 ‘비만에 대한 공포(Fat-phobia)’에 대한 토론 형식의 수필을 쓰기도 했어요. 저는 ‘Hello, I Am Fat’을, 댄은 ‘Hello, I’m Not the Enemy’라는 글을 썼죠.

당시에 엄청난 악플을 받기도 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는 여성들의 고백적 글쓰기라는 문학 장르에 대한 평가가 분분했어요. 고백적 글쓰기라는 장르가 큰 인기를 끌었던 게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었나 나쁜 일이었나?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둘 다”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좀 웃긴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점이 그랬죠? 
여성들의 글이 영향력이 있었지만 그만큼 비난과 멸시를 받았어요. 남성 작가의 글은 위대한 문학 작품으로 칭송받고 여성 작가들이 쓰는 글은 안줏거리로 취급받는 게 아주 우스웠죠.

이후 5년이 지났습니다. 당신의 글쓰기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Shrill)>는 베스트셀러가 되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번역되었고, 또 책을 각색한 티비 프로그램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훌루(Hulu)에서 선보이게 됐죠.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어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웹드라마 <Shrill>은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Shrill>의 TV <더 메리 타일러 무어 쇼>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저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한낱 무능하고 뚱뚱한 여자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여주인공이 명랑하고, 행복하고, 진취적이기를 바랐죠. 그래서 전 Shrill을 무어와 비슷한 발음인 ‘More to Love’라고 불렀어요.

영상화된다는 점에 우려도 했을 텐데요. 
저와 제작진은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사람들, 평범한 직장 동료나 친구와 같은 친근한 모습의 배우들을 캐스팅했어요. 비슷한 외모에 비슷한 복장을 한 비슷한 체형의 배우들은 캐스팅하지 않았어요.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고 싶은 거죠.

아름다움의 전형성은 당신이 계속 싸우는 주제이기도 하죠. 
지금은 아름다움의 기준이 너무 각박하죠.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미의 기준에 부합해요. 이러한 미의 기준은 억압의 도구가 되었죠.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돈과 자신감 그리고 더 나아가 힘까지 잃게 돼요. 그런 부조리를 바로잡고 싶어요.

스스로 혁명으로 부르고 있는데, 어떤 혁명을 하고 있어요? 
혁명의 첫 번째 단계는 아름다움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에요. 사회에서 정의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구하죠. 제 주위의 친구들은 뚱뚱하지만 충분히 섹시하고, 쿨하고, 때로는 이상하지만 더 알아가고 싶은 매력을 가진 사람들이죠. 예전에는 뚱뚱한 사람을 보면 반사적으로 “으” 하고 경악했어요. 저도 살집이 있는데도 불구하고요. 어쩔 때는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을 보고도 “으!” 하면서 혀를 내두르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 제 친구들 옆에 있으면 뚱뚱한 사람과 있다는 생각 자체를 잊게 되거든요.

‘완벽한 몸매’라고 불리는 것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군요. 
다양한 몸매를 보고 사람마다 자신만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에요. 사실 완벽한 몸매라는 건 허상에 불과하잖아요.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왔다면 케이트 모스의 몸매를 보고 “오 예” 하면서 감탄할까요? 저를 보고는 “우웩” 하면서 고개를 돌릴까요? 아니겠죠. 외계인의 입장에서는 케이트 모스나 저나 이상하게 생겼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러니까 결국 아름다움의 기준은 사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거죠”.

지금은 무엇을 쓰고 있어요? 
<Shrill>은 시즌 2가 제작 중이고 이제는 픽션으로 진행될 거예요. 하지만 페미니즘, 몸매, 사회적 정의 등의 주제는 11월에 출간되는 <The Witches are Coming>에서 충분히 다룰 거예요. 혁명은 계속되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