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큰 논란을 가져온 사건사의 배경에는 ‘단톡방’이 있었다. 여러 사람과 쉽게 의견과 대화를 주고받는 단톡방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그 대화는 과연 ‘사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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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보다 라인 메시지를 즐겨 쓸 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의지의 문제를 벗어났다. 평소 사용하는 모든 곳에 카톡을 설치하고 말았던 것. 셀러브리티와 해외 화보 촬영을 떠날 때에도, 새로운 후배가 입사할 때도, 친구들과 약속을 정할 때에도 익숙하게 여는 것은 단톡방이다. “오늘 야근하시는 분?”부터 “웹하드 꽉 찼습니다”, “휴가 계획서 제출하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까지 많은 일이 단톡방에서 진행된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것만 해도 팀장방, 피처팀방, 전체방 등 다양하고, 사적인 톡방까지 더한다면 셀 수 없을 정도. 이전에는 메일로 보냈던 자료와 원고도 실시간 카톡으로 전달되며 단톡방에서는 매일 공과 사의 일들이 벌어진다. 올해 초 유명인들의 사건사고가 이어질 때에도 톡방의 읽지 않은 메시지를 알리는 숫자 역시 빠르게 올라갔다. 울분과 분개 사이, 조용한 자기 반성도 이어졌다. “지난번에 누가 지라시 공유했었잖아.” “믿진 않았어….”

모두가 악의는 없었다고 한다. 연예인의 이름이 A, B, C의 이니셜로 암시된 가짜뉴스(지라시)는 나의 많은 톡방 안 어딘가에도 있었을 것이다. 이름이 오른 배우와 피디는 전면적으로 대응했다. 경찰의 수사 내용에 따르면 가짜 뉴스의 진원지는 두 명이었다. 한 갈래는 프리랜서 작가가 자신이 들은 소문을 카카오톡으로 작성해 지인들에게 보낸 것으로 시작되었다. 메시지를 받은 지인은 가짜뉴스 형태로 가공해 동료들에게 전송했고, 이후 50여 단계를 거쳐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퍼졌다. 다른 방송작가가 작성한 지라시 역시 70여 단계를 거치면서 퍼져나갔다. 당신이 받았을 지라시 역시 두 개의 갈래에서 나온 것일 테다. 경찰은 그중 6명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최초 유포자뿐만 아니라 단순 유포자 역시 명예훼손죄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음란물을 단톡방을 통해 공유하는 행위도 있다. 역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이다.

범죄 성립의 조건

단톡방에 불법적인 내용을 유포하여 고소당하거나 처벌받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카카오톡 사용자는 4천만 명이 넘고 한국인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점유율은 94.4%(2018년 기준)다. 사건사고도 빠르게 증가 중이다. 커뮤니티에서도 명예훼손 처벌 수위를 묻는, 일명 ‘고소각’을 재는 게시물이 자주 오르내리고, 법률 상담을 제공한다는 변호사의 영업글도 자주 눈에 띈다. 앞선 사례처럼 ‘받은글’로 시작되는 온갖 가짜뉴스는 가짜, 허위이기 때문에 처벌의 수위가 더 높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사실을 적시했다고 해도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면 처벌 대상이다. 적시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명예훼손죄를 적용하지 말자는 일부의 주장이 있지만 여전히 사실이든 허위든 명예훼손은 명확한 처벌의 대상. 단톡방이 이러한 명예훼손죄의 주역이 된 것은 ‘전파 가능성’과 ‘공연성’이 있기 때문에 현행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조건을 쉽게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명예훼손죄보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더욱 무겁다.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인터넷을 통해서 공공연하게 드러냈다면, 기록이 남는 동시에 전파성이 인정된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타인을 비방하는 글을 남겼다면 누군가가 봤으리라는 것이며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었는지 추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법원에서는 전파 가능성에 대해 단톡방뿐만 아니라 일대일 대화까지 인정한 판례가 있었다. 법원은 두 사람 간의 대화라도 전파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있다고 보았다.

여러 사건으로 단톡방에서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일이 범죄임이 널리 알려졌지만 유포하지 않기로 맘먹은 것으로 끝나는 것일까? 윤리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다수의 음란물을 공유한 사실이 알려진 연예인 단톡방 사례를 다시 보자. 음란 동영상이 공유되었다고 해도 단순히 단톡방에 참여한 경우에는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었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의 경우에도 방조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직접 음란물을 유포하지 않았더라도 단톡방 참여자들은 쏟아지는 비난에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뒤늦게 대중에게 사과했지만, 이미 스스로의 커리어와 이미지가 크게 망가진 후였다.

비밀은 없다

초대와 수락을 통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단톡방은 언뜻 폐쇄적인 커뮤니티처럼 보인다. 마치 친분과 믿음으로 구성된 공동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는 사람을 믿는 문화, ‘우리가 남인가’라는 끼리끼리 문화가 단톡방에도 그대로 이어진 것. 이 안에서는 하지 말아야할 말과 행위가 공공연하고도 평범하게 이뤄진다. 비밀과 불법과 합법을 오가는 사적인 대화들이 더욱 친밀해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단톡방의 대화는 공개될 수 있다. 누군가를 만날 때, 테이블 위에 녹음기가 놓여 있다면 단어 사용부터 대화 주제까지 좀 더 신중해질 것이다. 단톡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의식하지 못할 뿐, 단톡방의 모든 대화는 기록이 되고, 언제 어느 때고 유출될 수 있다. 대학교의 과톡방에서의 저질스러운 대화가 어느 학교 무슨 과의 대화라는 제목을 달고 널리 퍼진다. ‘알바생의 사이다톡’이라거나 ‘상사에게 잘못 보낸 톡’ 같은 것도 심심치 않게 화제가 된다. 남학생 단톡방에서 같은 과 학우에게 “얼굴은 별로니 봉지 씌워서 하자” 등의 대화를 나눈 사건에 대해 법원은 “남학생만으로 구성돼도 가해 학생들 의견에 동조하지 않은 학생이 있어 대화 내용이 언제든 외부로 유출될 위험성이 있었다”고 판결했다.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졌기에 성범죄는 성립하지 않더라도 제3자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당신이 회사 동료를 카카오톡방에서 악의적으로 비난했다면 누군가 그 메시지를 캡처해서 당사자나 상급자에 보고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그때에도 ‘믿고 말했다’고 화를 낼 것인가? 그 믿음은 언제라도, 개인적 관계의 변화, 누군가의 악의와 이익 또는 정의와 죄책감 등 다양한 이유로 깨어지며 공론화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건의 제보자는 단톡방의 참여자이다. 수면 위로 떠오른 당신의 말들이 단톡방 밖으로 빠져나와 타인에게 전시된다고 상상해보길. 일시적인 감정이었으며 진심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홧김이거나, 적당히 그룹의 분위기를 맞춘 것뿐이고, 또한 그 순간 무리한 개그 욕심이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에는 누구도 당신이 진심이 아니었다고, 동조한 게 아니었다고 변명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단톡방을 비밀이 지켜지는 사적인 공간이라고 믿고 있다면 다시 생각하길. 법원은 명확하게 말한다. 내용의 보존과 유출, 유포가 쉬운 채팅방은 사적인 공간이 아닌 ‘공적인 공간’이라고. 그러니 당신의 평판을 망치고, 복잡한 사건에 휘말리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면 부디 지금 열려 있는 단톡방에서 말을 아끼고, 행동을 조심할지어다.

초대와 수락의 과정을 거쳐야만 참여할 수 있는 단톡방은 폐쇄적인 커뮤니티처럼 보인다. 법원의 판단은 다르다. 대화의 보존과 유포가 쉬운 단톡방은 사적인 공간이 아닌 ‘공적인 공간’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