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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여름 손님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가 어김없이 돌아왔다. 모은영 프로그래머에게 물었다.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는 영화인들이 좋아하는 영화제로 유명하다. 그 비결은?
정말로?(웃음) 다양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만나서가 아닐까 싶다. 예전에 한 감독이 격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도 관객들이 즐겨주는 게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영화인들도 해외의 새롭고 재미있는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아하는 것 같다. 한마디로 부천 영화들은 재밌다!

개막작, 폐막작은 어떻게 선정되었나?
개막작은 멕시코 영화 <기름도둑>이다. 감독의 데뷔작이자 트라이베카 단편 경쟁작으로, 현실적인 문제를 남미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잘 보여준 영화다. 폐막작은 한국 작품인 <남산 시인 살인사건>이다. 1950년대 명동의 다방을 배경으로 시인과 문인들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저예산이지만 그 한계를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풀어냈다. 한국 사회의 청산되지 않은 과거의 원인을 찾아가는 영화다. 부천의 제작사가 이곳에서 개발을 했다는 의미도 있다.

특별전으로 배우 김혜수의 회고전 ‘매혹 김혜수’가 있다. 선정의 이유는? 
한국에서 감독 위주로 영화사를 정리하는 일이 많은데, 한국 영화의 전성기인 2000년대의 영화의 주역 또한 배우다. 이들로 영화사를 정리해보는 의미로 배우 특별전을 시작했다. 김혜수 배우는 80년대 데뷔한 이후로 항상 주연을 놓치지 않은 전무후무한 사람이다. 한국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아닌가 생각한다. 동시에 스타로서 다양한 대중 영화에 출연했기에, 거꾸로 그의 행보를 통해 대중이 사랑해온 장르를 읽어볼 수도 있다.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첫사랑>, <타짜>, <이층의 악당>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이명세 감독의 <첫사랑>은 기존 스타의 이미지에서 배우의 모습을 찾은 작품이자, 데뷔 당시부터 성인을 연기해온 김혜수 배우가 또래의 이미지를 연기한 의미 있는 작품이다.

한국 영화 거장의 숨겨진 작품이 다수 공개된다는데.
유동일 감독의 1949년 작품 <푸른 언덕>, 김기영 감독의 1979년 작 <수녀> 등이다. <수녀>는 김기영 감독의 숨은 작품이다. 또 이미례 감독과 <영심이>를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다. 충무로 도제 시스템을 거친 첫 여성감독인 이미례 감독은 할 이야기가 정말 많은 감독이다. 여러모로 재평가할 분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작품을 상영하는 데 있어서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원래 리스트는 좀 더 방대했다. 하지만 저작권 관리를 체계적으로 한 지 얼마 안 돼서, 저작권을 찾을 수 없는 영화가 많아 상영이 굉장히 어렵다. 오래되었기 때문에 소스 자체의 문제도 있다. 모든 작품을 복원할 수는 없었다. 화질이 너무 안 좋으면 관객들에게 죄송하다.

관객들의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 달라.
고수들은 우산과 부채를 항상 가져오신다.(웃음) 대대로 ‘우천영화제’라 불릴 정도로 비가 많이 왔다. 더위 대책도 세우셔야 한다. 올해는 B39라는 새로운 공간을 마련했다. 그곳에 VR 공간을 좀 더 확대했다. 40여 편이 넘기 때문에 시간을 내어 체험해보시기를 권한다. 관객과의 대화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보시기를 바란다.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 3가지를 말한다면. 
할로윈 데이의 이태원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한 소동극 <팡파레>. <현기증> 이돈구 감독의 신작이다.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는 서핑과 취업을 두고 기로에 선 청년의 이야기다. 서핑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면서 서핑을 배우는데, 갑자기 취업 면접을 봐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학주 배우가 출연해 청년 문제를 유쾌하게 그린다. 마지막으로는 <괴시>다. 괴상한 시체, 즉 좀비 영화다. 한국 최초의 좀비 영화로, 한국적인 물귀신 좀비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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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의 여왕

클레이 모레츠가 지하철에서 이자벨 위페르의 잃어버린 핸드백을 찾아주면서 스릴러가 시작된다. 무해해 보이는 우아하고 따뜻한 중년 여성에게 마음을 열지만…그녀는 다름 아닌 스토커! <마담 싸이코>는 사소한 친절이 이내 악몽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그린다. 어머니를 잃은 불안정한 상태의 인물을 연기하는 클레이 모레츠와 연기로는 의심할 여지없는 이자벨 위페르가 자아내는 긴장감이 팽팽하다. 배우 유선이 송새벽과 함께 호흡을 맞춘 <진범>은 살인사건으로 만나게 된 두 사람을 다룬다. 유선은 용의자의 아내를, 송새벽은 피해자의 남편을 맡아 진실을 위해 ‘공조’하게 되지만, 점점 서로의 거짓말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NEW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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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
로랑 가족은 지역의 유지다. 이혼한 며느리가 맡아 키우던 손녀 에브는 엄마가 입원하게 되면서 로랑 가문에 돌아오며 가족들의 위선이 조금씩 드러난다. 이 주제에 일가견이 있는 미카엘 하네케 작품. 출연 이자벨 위페르, 장-루이 트린티냥 개봉일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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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디바>
세기의 디바로 불린 마리아 칼라스의 일생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사망 3년 전 인터뷰와 미공개 편지, 출판되지 않은 회고록 등으로 마리아 칼라스의 내면에 좀 더 다가선다. 출연 마리아 칼라스 개봉일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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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일본에서는 6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로 만화, 드라마에 이어 영화화했다. 가마쿠라에 있는 헌책방 고서당을 배경으로 고서를 모티프로 한 손님들의 비밀을 풀어간다. 출연 쿠로키 하루, 노무라 슈헤이 개봉일 6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