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화보 속 모델들의 주근깨 참 예쁘던데,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뷰티 트렌드세터 에디터의 주근깨 메이크업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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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화보를 찍는 에디터들에겐 한 번쯤 따라 해보고 싶은 로망 메이크업이 있다. 누구에겐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일 수도 또 다른 이에겐 글리터 메이크업일 수도 있는데, 나에겐 주근깨 메이크업이 그러하다. 이 욕망은 촬영장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옆에 붙어 귀동냥, 눈동냥할 때부터 시작됐다. 모델의 말갛고 깨끗한 얼굴에 점을 몇 개 툭툭 찍는 것만으로 단숨에 캘리포니아 걸로 변하는 마법을 봤기 때문이다. 옆에서 봤을 땐 딱히 메이크업이 복잡하거나 어려워 보이지도 않아서 꼭 도전해보리라 홀로 다짐했었다. 어느새 날씨가 훅 더워졌고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에 뺨도 적당히 그을려졌겠다, 주근깨 메이크업에 도전하기에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바로 친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에게 전화해 SOS를 외쳤다. 나의 첫 번째 메이크업 선생님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오가영. “가장 쉬운 방법은 면봉을 사용하는 거야!” 그녀는 끝이 뾰족한 면봉에 연한 브라운 컬러 아이섀도를 묻혀 눈 밑 광대 부분과 콧잔등에 군데군데 톡톡 찍어주라고 이야기했다. 면봉을 사용하다 보면 끝이 뭉툭해져 주근깨의 크기가 제각각이 되는데 그래서 더욱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했다. 두 번째 선생님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나겸이다. 그녀는 세필 브러시를 사용할 것을 추천했다. 브러시 끝에 살짝 물을 적신 다음 뉴트럴 베이지, 브라운, 브릭 컬러 섀도를 묻혀 점을 찍으라고 조언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공통적인 포인트가 있었다. 너무 진한 컬러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것. 연한 컬러의 주근깨가 가장 많아야 자연스럽기 때문에 아주 연한 베이지 컬러의 주근깨를 넓게 베이스처럼 깔아주고 그 위에 중간 브라운 컬러를 콕콕 포인트로 찍을 것을 권했다. 그리고 모양이나 크기, 색이 일정할수록 오히려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자유롭게 발색하라고 귀띔했다.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의 팁을 전수 받았으니 이젠 도전할 일만 남았다.

주근깨를 그린 채 출근을 하기엔 왠지 부끄러워 휴일에 도전을 했다. 가장 먼저 면봉에 섀도를 묻혀 양 볼에 찍기 시작했다. 늘 얼굴에 있는 잡티를 커버하려고만 했지 일부러 주근깨를 그리는 것은 처음이라 손놀림이 어눌했다. 면봉에 연한 브라운 컬러의 섀도를 묻혀 점 여러 개를 찍었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던 면봉은 너무 쉽게 뭉툭해져 큰 모양으로만 발색이 됐다는 게 문제. 끝이 좀 더 뾰족하면서도 단단한 면봉이어야 할 듯했다(이후 그러한 면봉을 구입해서 다시 시도했는데 훨씬 정교하게 점을 찍을 수 있었다). 일단 나의 잘못된 도구 선택으로 인해 첫 번째 도전은 실패. 얼굴을 말끔하게 지운 다음 정샘물 뷰티의 세필 브러시를 꺼냈다. 만약 세필 브러시가 없다면 아이라이너 브러시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다양한 채도의 브라운 섀도가 내장된 네이처리퍼블릭의 프로 터치 컬러 마스터 섀도 팔레트를 세필 브러시에 묻혀 얼굴에 조심스럽게 점을 찍어나갔다. 색을 적당히 섞어줬더니 훨씬 자연스러웠다. 콧잔등과 양 볼에 작은 주근깨들을 채우다 보니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주근깨 위에 오렌지나 브라운 계열의 블러셔를 덧바르면 좀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지 않나, 바로 실행에 옮겼다. 톤 다운된 주황빛 블러셔를 뺨과 콧잔등에 가볍게 터치했다. 두근두근, 과연 결과는?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던 캘리포니아 걸의 모습! 왠지 갓 LA에서 귀국한 것 같고, 신나게 서핑하다 온 것 같은 헬시 룩이 완성된 거다. 물론 아티스트들이 연출한 것보다는 살짝 어설프고 가까이에서 보면 가짜인 티가 나지만, 그래도 ‘곰손’인 내가 이 정도를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좀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의외의 난관에 봉착했다. 주근깨를 그린 상태에서 외출하려고 옷을 입었더니 평소 에디터가 입고 다니는 매니시한 룩과 너무도 어울리지 않았던 것. 주근깨가 어려 보이고 통통 튀는 느낌을 주는 반면 나의 스타일은 상대적으로 너무 차분해서 왠지 우스꽝스러웠다. 주근깨 메이크업을 완벽하게 소화하려면 부수적인 노력도 필요한 거였다. 이날 입으려던 무채색 재킷 대신 캐주얼한 반팔 티에 청바지를 매칭했더니 그제야 조화로웠다. 너무 여성스러운 룩이나 매니시한 룩, 그리고 포멀한 룩보다는 귀여운 원피스, 자유분방한 스트리트 패션 또는 요즘 유행하는 뉴트로 룩에 어울릴 듯하다.

오랜 로망이었던 주근깨 메이크업을 직접 해보니 어땠냐고? 흠, 우선 32세 에디터에게는 살짝 낯부끄러운 도전이긴 했다. 실물을 직접 본 주변 이들의 반응도 ‘우와!’라기보다는 흠칫 놀라는 모습이 다수였다. 심지어 선배와 후배까지 에디터가 보낸 인증 사진에 폭소를 남발했다는 슬픈 소식(그래도 마지막엔 ‘의외로 어울려’ ‘귀여워’라는 말로 위로해주었다). 직접 주근깨를 그려보니 의외로 그리는 것보다 소화하기가 더 어렵다는 걸 실감했다. 평소의 스타일, 애티튜드와도 딱 맞아떨어져야 원래 있던 주근깨처럼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것. 아무래도 에디터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메이크업이긴 했지만, 분명 잘 어울리는 이들이 어딘가 있을 거다. 화보 메이크업이라고만 치부하지 말고 올여름엔 한번 과감하게 도전해보는 게 어떨까? 아쉽지만 에디터는 휴양지에서나 한번 더 시도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