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바캉스 룩에 분위기를 더할 한 가지. 라탄, 라피아, 스트로 등 내추럴 소재로 만든 아이템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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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패션계에서 소신에 따라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며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은 얼마나 큰 미덕인가. 여름을 대표하는 소재로, 어느 때에는 네오프렌이, PVC가 각각 다시 없을 히트를 치며 패션계를 휩쓰는 중에도 꾸준하게 제 개성대로 모습을 드러내던 것이 바로 라탄, 라피아, 스트로 등 내추럴 소재들이다. 최근에는 우븐(엮는 기법으로 만든 소재), 크로셰(코바늘 뜨개질 기법으로 만든 소재) 등 수공예적 디테일까지 더해 보다 확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내추럴 소재가 여름을 지배할 수밖에 없는 데는 절대적인 이유가 있다. 바캉스를 즐기는 모든 젯셋의 필수 아이템이기 때문! 빡빡하고 고된, 혹은 반복적인 현실을 살다 잠시 일탈을 하는 이들에게 자연을 닮은 소품은 어쩐지 반드시 지켜야 할 문법과도 같다. 착용 즉시 자연으로 내던져진(?) 느낌이 들며 텐션이 오르고 곧장 바캉스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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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샤넬은 이 문법에 가장 충실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샤넬이 2019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이던 날 파리의 그랑 팔레는 하얀 모래가 부서지는 해변으로 변모했다. 모델들은 모두 신발을 손에 든 채 맨발로 해변을 걸어 나왔다. 챙이 넓은 스트로 햇은 물론 볼 캡 형태의 밀짚모자, 라탄으로 엮은 토트백, 크로셰 니트 백 등은 샤넬의 시그니처인 트위드 재킷, 카멜리아 모티프, 브랜드 로고 등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바캉스 무드를 완성했다. 컬렉션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로 하여금 이국적인 곳으로 휴가를 충동질한 것은 물론이다. 다음으로 내추럴 소재를 적극 활용한 컬렉션은 로에베다. 로에베의 수장 조나단 앤더슨은 마치 예술가적 심미안을 지녔을 것 같은 여인들에게 라탄 소재의 가방을 안겼다. 빈틈없어 보이는 여인들의 스타일에 숨통이 트이는 대목. 토트로 들기도 하고, 어깨에 툭 메기도 하고, 옆구리에 푹 껴안는 등 드는 방법도 다양했다. 라피아와 스트로를 이용해 쿠튀르적인 드레스를 완성한 돌체앤가바나의 쇼 피스도 눈여겨볼 만하다. 조금은 낯선 모습으로 등장한 내추럴 소재의 변주는 꽃, 폼폼 등 친숙한 장식과 어우러져 입체적인 분위기를 선사했다. 비건 패션을 선보이는 것으로 잘 알려진 스텔라 매카트니는 축 늘어지는 벌키한 니트 풀오버에 크로셰 디테일의 가방과 우븐 플랫폼 슈즈를 매치했고, 엠 미쏘니는 크로셰 디테일의 의상에 같은 방식으로 짠 가방과 스트랩 슈즈를 더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추럴 스타일로 통일했다. 유화적 터치가 돋보이는 의상에 장식적인 라탄 모자로 방점을 찍은 이세이 미야케, 관능적인 소녀의 페전트 룩에 둥근 스트로 햇으로 순수함을 부여한 존 갈리아노의 스타일링도 눈에 띄는 부분. 개인적 취향으로는 알베르토 페레티와 자크뮈스처럼 대비되는 질감의 의상에 포인트로 착용한 내추럴 소재 아이템이 마음을 현혹한다. 휴가를 앞둔 사람에게든 아니든 내추럴 소재 아이템은 여름의 절정에서 가장 빛나는 아이템이 되어줄 것. 새로운 아이템으로 스타일을 환기하기에 여름은 참 좋은 핑곗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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