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평균 근속 연수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같은 직장에서 성실하게 커리어를 쌓아가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장기 근속, 좋을까? 나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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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근 욱

MCM 코리아 마케팅팀 소속 8년 차. 공채로 입사해 MCM 매장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글로벌 마케팅팀에서 컬래버레이션 및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후에는 MCM 코리아 마케팅팀에서 4년 동안 리테일 프로모션 및 이벤트를 기획했으며 MCM R&D팀에서도 6개월간 근무했다.

하는 일 MCM 코리아의 디지털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근속의 장점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 MCM에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업무도 직간접적으로 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케터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브랜드나 유관 부서의 업무 이해도가 높아지고 타 부서의 동료들과 친분이 생겨 업무 처리의 효율성이 높아졌다.
근속의 원동력 브랜드가 글로벌적으로 성장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자부심 덕이다. 공채 동기들 역시 큰 힘이 되어준다.
근속의 혜택 일정 기간을 근무할 때마다 포상이 있다.
나만의 워라밸법 유연근무제가 실시되고 난 후부터 균형이 생기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최대한 이메일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사표를 던지고 싶을 때는 나에게도 아침에 눈조차 뜨기 싫을 때가 있었다. 몇 번의 어려운 고비를 넘겼더니 힘든 순간이 오면 우선은 덤덤히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러고는 일정 시간을 아무런 생각 없이 보낸다. 힘든 그 순간에는 판단력이 흐려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황을 모면하거나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 보이니까. ‘한 달 뒤에도 내가 이 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인가?’라고 생각하며 차분히 해결책을 찾는다. 마인드 컨트롤이 가장 중요하다.
이직의 유혹 예전 회사의 동료나 에이전시를 통해 이직 제안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아직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한 분야가 아닌 다양한 일이 내게 주어지고 있다는 점도 거절의 이유 중 하나였다. 이직을 많이 한 사람들에 비해 직급이나 연봉이 많이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단점이다. 하지만 인생도, 커리어도 마라톤. 지금은 업무에 대한 스킬과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내게 더 중요하다. 다만 3년, 5년, 10년 뒤의 미래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상사와 잘 지내려면 일단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 상대방의 단점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기보다는, 최대한 장점을 보려고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 물론 쉽지 않은 걸 안다. 하지만 반대로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후배들이 생길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사표를 품고 사는 당신에게 이직을 하자마자 몇 달이 지나 다시 이직하는 사람들을 그동안 너무 많이 봐왔다. 그만큼 자신과 맞는 회사를 찾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 자신의 적성과 커리어에 도움이 될 만한 회사라면 적당한 시간을 두고 고심해볼 것. 회사의 간판이나 연봉만 보고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단순히 한순간의 감정으로 ‘욱’해서 그만두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 혜 원 

프랑스관광청 부소장. 올해 21년 차가 됐다. 동시통역 대학원을 준비하던 중, 프랑스 관광청에 입사했고 초기에는 홍보 마케팅 업무를 보조했으며 이후에는 프레스 및 여행사 대상 실무 업무를 거쳤다.

하는 일 일반인 및 여행사를 대상으로 프랑스 관광을 홍보하는 전반적인 일을 한다. 연간 활동 계획을 세우고 이벤트 등을 기획, 진행하며 예산 관리도 맡고 있다.
근속의 장점 업무의 숙련도가 높아진다. 업무가 능숙해지면 좀 더 넓은 시야로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일을 하면서 한국, 프랑스 현지의 파트너들과 맺은 인연도 소중하다. 업무를 하는 데 스킬만큼 중요한 것이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곳의 분위기도 이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자 즐거움이다.
근속의 원동력 프랑스가 가진 풍부한 문화와 콘텐츠를 홍보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 해마다 비슷한 일을 되풀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해 지역별로 새로워진 모습을 발견하고 그 내용을 홍보하기 위해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다. 그래서 지난 20여 년의 흐름을 잘 느끼지 못한 채 일했다.
나만의 워라밸법 평일 저녁에는 지인들과 약속을 잡는다. 일과 분리되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근속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사표를 던지고 싶을 때는 힘든 일을 잘 이겨냈던 시간을 떠올리며 마인드 컨트롤 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일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를 생각했다. 여전히 일은 재미있고 즐거우니까.
이직의 유혹 20년간 한 번도 이직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직을 하면 할수록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고, 각기 다른 환경에서 빠른 적응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라 생각한다. 반면, 오랜 경험과 관계를 바탕으로 쌓은 업무 내공은 그에 비해 부족할 수 있다.
상사와 잘 지내려면 열심히 하는 자세, 배우고 경청하는 태도를 지닌다면 어떤 상사와도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서툴고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한 시기에 자신의 일만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업무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주변의 일들에도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분명히 만족할 만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 듯. 어려운 일이 생기면 반드시 선배들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라. 다만 해결 방법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제시하며 묻는 게 중요하다. 무조건 물어보고 그대로 따라 하려고 한다면 그것 또한 발전하기 어려울 테니까. 가장 기본인, 밝은 태도도 잊어서는 안 된다. 웃는 얼굴로 하루를 시작하고 업무를 하는 직원을 싫어할 상사는 아무도 없다.
사표를 품고 사는 당신에게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면서 내가 가장 만족할 수 있을지 깊이 고심해볼 것. 그 후 지금 있는 자리에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겠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박 정 준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서 12년을 근무했다. 현재는 이지온글로벌의 대표로 재직 중이다. 최근, 아마존에서 배운 점들을 묶어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라는 책을 썼다.

했던 일 아마존에서는 디스커버리, 콘텐츠 플랫폼, 킨들, 아마존 로컬 등의 부서에서 개발자, 마케팅 경영 분석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엔지니어 등 5개 직종을 거쳤다. 개발자로 7~8년 정도 가장 오래 일했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끝으로 퇴사 전, 경영과 마케팅 분야를 경험하고 싶어 직종을 변경했다.
근속의 장점 하나의 스타트업이 세계 제일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그 원리를 가까이서 목격한 것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는 사실은 언제나 자랑스럽다. 새로운 사업이 성장하거나 쇠퇴하는 전 과정을 함께하면서 간접적으로 배우는 것이 많았다. 나는 회사가 평생 다닐 곳이 아니라 독립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새롭고 어려운 문제와 씨름하고 또 해냈던 경험이 쌓여 아마존 밖에서 어떠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겁먹지 않을 수 있었다. 입사 초기에는 회사 내에서 잘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지금은 회사 밖 세상에서 사회에 직접 가치를 제공하면서 스스로 설 힘을 배우게 됐다.
근속의 원동력 업무 강도가 세다 보니, 한 부서에서 2년 정도 일하면 침체기가 왔다. 그때마다 사내 이직제도를 이용했다. 회사 내에서 다른 부서로 이동해 다른 업무를 할 수 있었던 게 근속에 가장 큰 도움이 됐다. 이곳은 내 평생 직장이 아니라는 관점도, 역설적으로는 10년 이상 근무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었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나중에 카페를 차릴 계획으로 일한다면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게다가 경쟁이나 승진에 대한 압박으로부터도 초연했다.
근속의 혜택 연차의 변화. 처음에는 1년에 2주, 다음 해부터는 1년에 3주, 그리고 5년 이상 근속자는 1년에 4주의 유급휴가를 쓸 수 있었다.
나만의 워라밸법 보통은 일이 잘 해결되지 않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나는 항상 한 걸음씩 일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구글닥을 활용해 하나의 질문을 적고 그에 대해 답하는 것이다. 그러면 기록도 남고, 스트레스도 줄어들었다. 주중 시간을 잘 활용하여 퇴근은 반드시 제시간에 했고, 주말에는 업무를 하지 않았다. 간단한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된다. 나는 요즘 스포츠 클라이밍을 취미로 즐기고 있다.
사표를 던지고 싶을 때는 개발자로 7~8년 일한 후에야 이 일이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은 물론, 평생 개발자로 일할 자신이 없어졌다. 그때는 정말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전문성 때문에 아마존에 입사했고, 개발자가 점차 수요가 많아지는 시기였기 때문에 그만두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에 내린 결정은, 개발자로서 가장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마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영역이 새로운 블루오션이 되고 있던 시점이라, 부서와 직종을 옮겨 1년 정도를 원 없이 일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개발자에 대한 미련이 하나도 없어졌다.
이직의 유혹 내 궁극적인 목적은 회사로부터의 독립과 자유였기 때문에 단순히 회사를 옮기는 것이 내게는 아무런 해결책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독립을 목표로 최대한 아마존의 시간을 활용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배우고 싶던 경영과 마케팅 분야까지 배울 수 있었고, 몇 년 뒤에 독립에 성공했다. 회사 생활을 독립의 과정으로 본 것. 물론 이직을 하면 연봉을 높일 수 있겠지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무게가 따를 것이다. 한 회사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사다리를 잘 오르거나 지속적으로 배울 것이 많다면 한곳에 오래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표를 품고 사는 당신에게 회사에 다니는 기간에는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이 회사 내에서 자신이 내리는 판단의 기준이 되도록 하면 좋다. 예를 들어 아마존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고객 중심’이었다. 이걸 기준으로 삼아 일하는 사람이야말로 회사가 가장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상사나 다른 사람 눈치를 보는 것보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일하는 걸 추천한다. 회사를 목표가 아닌 과정으로 보면 회사가 나를 괴롭힌다거나, 나를 책임져줄 곳이 아니라 돈도 주고 가르침도 주는 감사한 곳으로 바뀔 수 있다. 모든 준비를 마치면 그때 사표를 던질 것. 당신의 커리어는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 훨씬 크니까.

 

한 진

산업 전반을 다루는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기업 에델만 코리아에 9년째 근무 중.

하는 일 헬스케어팀 소속으로 주로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홍보, 마케팅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근속의 장점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 입사 초기보다 좀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그저 손이 많이 가고 오래 걸리는 힘든 일들이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매니지먼트나 교육적인 차원의 기초 업무였다는 걸 깨달을 때가 많다.
근속의 원동력 계급이 없는 개인을 존중해주는 기업 문화와 나와 많은 공감대를 가진 팀원들 덕분이다. 대외적인 일이 많은 만큼, 회사 내부에서 더 똘똘 뭉쳐 일했던 추억들이 큰 힘이 된다.
근속의 혜택 3, 6, 9년 단위로 장기 근속자를 위한 제도를 운영한다. 연차에 따라 유급 휴가와 보너스가 지급되는데, 9년의 경우 4주의 유급 휴가와 2백만원의 보너스가 제공된다.
나만의 워라밸법 업무 스트레스는 최대한 집까지 가져가지 않으려고 한다. 야근을 줄이기 위해 업무 시간 내에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한다.
사표를 던지고 싶을 때는 타인이나 외부적인 상황에 의해 이직하거나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되새긴다.
이직의 유혹 누구에게나 이직하고 싶은 순간이 오겠지만, 이직의 장단점에 대해 시간을 두고 차근히 고민해볼 것. 지금 소속되어 있는 회사에서의 로열티를 가지고 갈 것인지, 지금 조직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해볼 것인지에 대해.
상사와 잘 지내려면 힘들면 힘들다고 표현하는 것도 상사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 함께 해결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을 테니까.
사표를 품고 사는 당신에게 사표를 과감히 던져야 할 순간은, ‘스스로 포기하고 싶을 때’다. 더 이상 이 일이 아무런 흥미도, 의미도 없을 때 꺼내야 한다. 타인이나 외부적인 상황에 의해 관둔다면 끊임없이 미련이 다시 자라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