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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여행

오랜만에 만나는 김영하의 산문은 ‘여행’ 이야기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다며 ‘인간들은 왜 여행을 하는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구하고 싶었다.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을 기준으로 보면, 나는 그 무엇보다 우선 작가였고, 그 다음으로는 역시 여행자였다’라고 고백한다. 첫 글인 ‘추방과 멀미’는 작가가 중국에서 입국을 거부당하고 추방당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무엇인가를 얻는 경험이야말로 많은 사람이 사랑해온 ‘여행기’의 기본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마지막 글인 ‘여행으로 돌아가다’에서는 작가가 천착해온 소설과 여행의 공통점을 찾는다. 시작과 끝이 있다는 점,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는 점 등이다. 소설을 읽는 경험과 여행을 하는 경험은 어느 순간 ‘문득 새롭다’라는 지점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말한다. 여행은 독자가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 이유와도 같다고.

김영하가 여행에 대해 철학적, 문학적으로 사유한다면 유쾌하게 여행을 권하는 책도 있다. 이달 포착한 두 권의 책은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와 <마이클 부스의 유럽 육로 여행기>다. 전자는 오사카를 술과 미식으로 여행한 책으로 남다른 식견과 ‘글발’을 자랑하는 박찬일의 관록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후자는 유명 칼럼니스트인 부스가 안데르센의 여정을 따라 유럽을 여행한 여행기다. 빌 브라이슨 식으로 투덜대는 글을 좋아한다면 마음에 들 것이다. 그는 일단 덴마크의 삶에 대해서는 ‘축축한 기저귀를 찬 갓난아기’ 같다고 표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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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끝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로 유명해진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원작은 요시다 아키미의 만화다. 영화는 주인공 스즈가 이복언니 셋과 가마쿠라 바닷가에 사는 모습으로 끝나지만 이후 만화는 계속 출간되고 있었다. 섬세한 감정 표현과 따뜻한 시선, 모두가 선한 사람들인 등장인물 등…. 그사이 만화 속에서는 봄이 세 번이나 지났다. 잊을 만하면 찾아온 그들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건 즐거움이었지만 마침내 9권인 <다녀올게>로 이 이야기가 끝을 내린다. 2006년 첫 연재를 시작한 지 1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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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용 요리책

오래전이지만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셰 파니스’에 간 적이 있다. 유명 여성 셰프 앨리스 워터스가 운영하는 곳으로, 세계 레스토랑 순위를 다투는 곳이다. 이 책을 쓴 칼 피터넬은 그 셰 파니스에서 22년간 일했다. 큰아들이 대학에 진학해 집을 떠난 후 칼은 “아빠, 로스트 치킨은 어떻게 만들어요?” 라는 식의 전화를 수없이 받게 된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 마치 아이에게 알려주듯 토스트, 토마토 파스타, 샐러드, 치킨 등 서양 기본 요리법을 다정하게 일러준다.

 


NEW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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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유예인지, 번복인지 끝없는 논란 중인 브렉시트. 이미 포스트 브렉시트로 분류되는 소설이 등장했다. 국내에서 ‘알리 스미스’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던 작가의 신작으로 사계절 4부작으로 기획한 연작 중 첫 소설. 2016년 국민투표 전후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저자 앨리 스미스 출판사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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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세계에 독일 영화의 생존을 신고했던 <파니 핑크>. 이 영화의 감독인 도리스 되뢰는 또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 열여덟 편을 연작 형식으로 묶은 작품이다. <파니 핑크>는 수록된 ‘오르페오’에서 시작된 영화다. 사랑의 기쁨과 슬픔, 환멸의 내면을 그렸다.
저자 도리스 되뢰 출판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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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의 재구성>
판사 겸 작가 도진기가 20년의 판사 생활 동안 지켜본 ‘문제적 재판’ 30건을 다시 들여다봤다. 경향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묶고 더했다. 김성재 살인사건, 부산 시신 없는 살인사건, 낙지 살인사건 등 한번쯤 들어봤거나, 법적으로 중요한 쟁점을 만든 사건이다.
저자 도진기 출판사 비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