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바&다이닝 신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6인을 만났다. 애써 트렌드를 좇는 대신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그만의 방식으로 펼쳐 보인다. 우리는 그 결과물을 즐겁게 맛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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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스터들의 에너지 충전소
TSP737의 안성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TSP737은 ‘에스프레소 스탠드’라는 부제를 달고 탄생한 투썸플레이스의 에스프레소 전문점이다. 힙스터들이 모이는 이태원 한복판에서 클래식한 커피인 에스프레소를 가장 ‘힙’한 방식으로 제안한다. 브랜딩은 매거진 <아레나>의 편집장 출신 안성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맡았다. 콘셉트부터 메뉴 구성, 굿즈 기획 등 매거진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게 공간 전체의 콘텐츠 플로우를 고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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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P737의 내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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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메뉴가 적힌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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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와 어울리는 한입 크기 디저트인 스몰 바이츠.

탄생 배경 2002년에 탄생한 투썸플레이스가 내세웠던 ‘유러피언 커피 문화를 알린다’는 초심을 2019년 버전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다양한 커피 중에서도 에스프레소를 내건 이유는 기본으로 돌아가 커피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에스프레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국내 에스프레소 시장의 저변 확대라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에스프레소의 존재감이 이 공간을 통해 더 커졌으면 좋겠다.
공간의 콘셉트 TSP737의 부제를 ‘에스프레소 스탠드’로 잡은 이유는 이 공간이 일과 중 언제든 편안하게 들러, 음료와 공간을 즐기고 또 일상으로 돌아갈 에너지를 주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골목 골목을 여행하다 지쳐갈 때쯤, 눈앞에 광장을 마주했을 때 ‘반짝’하고 에너지가 솟는 경험을 해봤을 거다. 그처럼 이곳을 잠깐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마치 ‘에너지 충전소’처럼.
가장 공들인 것 시각의 ‘단’ 차이에 신경을 썼다. 이곳에 놓인 의자들의 높낮이를 모두 달리해 어디에 앉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뷰가 된다. 광장에서 다양한 뷰를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 비주얼 북을 곳곳에 두어 커피를 고르고, 기다리고 마시는 동안 영감을 충전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 큐레이션 회사와 협업해 음악 선정에도 고심했다.
가장 공들인 메뉴 에스프레소를 편하고 쉽게 제안하고자 했다. 이탈리아 특유의 다크로스팅의 진하고 묵직한 1세대형 전통 스타일보다는 미디엄 다크로스팅의 순한 에스프레소 블렌딩을 택했다. 4가지 라인이 있는데, 진한 블랙커피 풍미에 집중할 수 있는 블랙 라인, 우유 베이스의 화이트 라인, 에스프레소에 재밌는 변주를 더한 펀 라인, 에스프레소에 술을 믹싱한 부즈 라인으로 준비되어 있다. 라인별로 4가지 메뉴가 있어 총 16가지의 다양한 에스프레소를 맛볼 수 있다.
TSP737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광장.
가장 뿌듯한 순간 우리 에스프레소를 마셔보고 ‘맛있다’라고 말해줄 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그게 가장 보람이다. 내가 만든 콘텐츠가 대중에게 호응받는 것.
더 즐기기 위한 팁 이곳에서만큼은 항상 편한 자리를 찾는 대신 각각의 다른 자리에 앉아 TSP737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눈에 닿는 풍경들이 모두 다를 거다. 이왕이면 우리가 준비한 16가지 메뉴를 하나씩 맛보면 좋겠다. 위트를 담은 굿즈까지!
앞으로의 계획 곧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한 여름 음료를 만나볼 수 있다. 화창한 날, 밖에서도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구상 중이다.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11 한남빌딩 1층
문의 02-3785-2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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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다이닝을 위하여
이타카 김태윤 셰프

한식주점 주반의 김태윤 셰프가 작년 7월 새로 오픈한 공간이다. 이타카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영웅 오디세우스가 역경을 뚫고 돌아가고자 했던 고향이다. 다이닝의 기본,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자는 뜻을 이름에 담았다. 셰프는 말한다. ”우리 마음속의 이타카는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일이다”. 이타카는 의식 있는 지역 생산자를 찾아 직접 거래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한 식재료로 만든 양식 기반의 코스 요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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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카의 내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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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카와 거래하고 있는 농장과 개인 생산자의 이름 등이 적힌 메뉴판.

탄생 배경 좋은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분주히 다니다 보니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를 빼놓고는 음식을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지난 3~4년간, 이 가치를 높이 사는 농부와 요리인들을 만나고 다녔다. 내가 예전에 고용되었던 곳에선 얼굴 없는 생산자의 재료를 받아 썼는데, 그렇게 되면 재료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직접 생산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커지고, 다루는 태도도 달라지며 요리 해석에도 깊이가 생긴다. 다이닝의 기본으로 돌아가 식재료에 대한 생각을 요리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가게의 콘셉트 이타카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요리를 매개로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가장 공들인 점 농가와 면대면으로 소통하면서 직거래를 하기에 농가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했다. 메뉴판 한 면에 거래하고 있는 농장과 개인 생산자의 이름, 레스토랑에서의 거리와 시간을 적어둔 이유도 이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다. 내부적으로는 복지, 처우, 결속력 등 팀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신경 쓰고 고민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와 오래 같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더 즐기기 위한 팁 우리는 음식 개발만큼 주류 페어링에 투자한다. 여섯 코스에 맞춰서 6가지 주류가 준비되어 있는데, 하프 페어링으로도 즐길 수 있다. 사케. 와인. 스파클링, 맥주 등 다양한 주종을 가리지 않고 선보인다.
독특한 경험 식탁 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강의를 한다거나, 우리가 흔히 안다고 생각했던 식재료를 더 자세히 살펴보고, 맛보는 시간을 마련하는 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콘텐츠를 계속해서 기획하고 있다. 한때의 유행이 아닌, 삶의 일부가 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여정에 많은 이들이 동참해주었으면 좋겠다.
뿌듯한 순간 셰프로서는 맛있다고 해줄 때, 레스토랑 운영자로서는 우리가 해주는 일에 공감하고 응원해줄 때.
앞으로의 계획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려고 한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좋은 사례를 남기고 싶다.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174길 30 1층
문의 02-542-7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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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편의점
고잉메리의 박리안 부대표

고잉메리는 ‘요괴라면’이라는 독특한 콘셉트의 라면을 온라인에 데뷔시키며 이름을 알린 옥토끼프로젝트의 오프라인 플랫폼이다. 아침 7시 30분부터 밤 11시까지 여는 이곳은 감성 편의점을 지향한다. 셰프의 요리를 3천원대부터 맛보고, 리테일 가격으로 와인을 쇼핑하며 든든한 한 끼 이상의 만족을 넘어 행복을 느끼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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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끼프로젝트의 대표 제품인 요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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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온 손님을 위한 1인석 자리.

옥토끼프로젝트의 시작 7~8년 전 지인 6명이 갖던 모임이 출발이었다. 쉽게 말해 우린 맛있는 거 같이 먹으러 다니는 멤버였다. 특별했던 점은 스터디그룹처럼 학구적으로 임했다는 거다. 이를테면 잘되는 맛집에 가서 이 집이 왜 20대에게 인기가 많은지 분석하곤 했다. 그러다 함께 융합 플랫폼을 만들어보는 건 어떻겠냐고 뜻을 모았다.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 유통까지 하기로. 처음 선보인 게 요괴라면이다.
제품의 특징 라면의 경우 국물떡볶이맛, 봉골레맛과 크림크림 3가지 맛이 있는데, 어른들을 위한 해장라면 콘셉트였다. 우리가 만든 만두나 볶음밥도 바질페스토맛, 살사맛, 짜장맛, 마라맛 등 평범함에서 조금 벗어난, 옥토끼프로젝트만의 색깔을 넣었다.
내 브랜드의 콘셉트 저렴한 가격으로 소확행을 누릴 수 있는 감성 편의점이자, 셰프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프리미엄 분식점이자, 잔술을 즐길 수 있는 비스트로이자, 초저가 디저트 카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가성비다. 분식 메뉴가 3천원대부터 있고 5천원을 넘지 않는다. 스테이크 메뉴는 한남동의 부첼리하우스의 스테이크를 받아 쓰는데, 200그램에 1만5천원이다. 두 사람이 와서 와인 한 병 마시고 스테이크를 먹어도 5만원이 안 나온다. 우리는 그만큼 고객 가치를 최우선시한다.
고잉메리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소확행.
가장 뿌듯한 순간 “여기 참 괜찮다.” “이런 곳이 있다니 너무 재밌다”는 피드백이 들릴 때.
더 즐기기 위한 팁 요괴라면 봉골레맛을 주문하면 바지락과 파를 넣어 끓여준다. 과음한 날 해장으로 딱이다. 셰프가 직접 담근 5백원짜리 피클과 함께 먹어보라. 논알코올 칵테일부터 다양한 도수의 잔술도 판매하니 가볍게 한잔하고 가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 고잉메리는 편의점이기도 하지만 광고 플랫폼이기도 하다.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함께 신메뉴를 만드는 등 흥미로운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점 확대도 계획 중이다.
주소 서울 종로구 종로 34 문의 02-723-9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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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형 술집
라꾸쁘의 양진원, 손기은, 홍지원

술을 좋아하는 세 명의 대표가 재미있는 술의 세계로 초대한다. 와인 에듀케이터 양진원, <지큐 코리아>에 오래 몸담은 프리랜스 에디터 손기은, 플라워 프로젝트팀을 운영하는 홍지원이 수없이 술잔을 부딪으며 쌓아온 경험을 라꾸쁘에 녹여냈다. 라꾸쁘는 3가지 섹션으로 운영한다. 누구든 원하는 술과 음식을 들고 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셰어드 바, 주정 강화 와인을 전문으로 다루는 바, 합리적인 가격대의 보틀 셀렉트 숍. 술 즐기는 사람들의 니즈를 모두 반영했다. 인터뷰는 손기은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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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술과 간단한 안주를 즐길 수 있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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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가격으로 술을 구입할 수 있는 보틀숍.

탄생 배경 ‘작업실에서 술도 마시고 우리가 좋아하는 술도 한번 팔아볼까?’라는 생각이 시작이었다. 우리의 공통분모라면 당연히 ‘술’이다. 3명의 커리어에서도 술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좋은 술을 갖추고, 좋은 술을 즐기는 법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내 가게의 콘셉트 술 중심의 문화공간이다. 큰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셰어드 바’다.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자는 뜻이기도, 손님이 이 공간을 셰어해서 쓸 수 있다는 뜻도 담고 있다.
각자 맡은 역할 양 대표는 와인, 나는 위스키 쪽으로 특화돼 있어 이 분야를 책임진다. 주방도 함께 담당하고 있다. 홍 대표는 패키징과 브랜딩을 담당하며 꽃으로 공간을 우아하게 만들어준다. 역할 분담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져서 마치 미드 범죄수사물의 한 장면처럼 각자가 할 일을 딱딱 해내고 서로 무언의 윙크를 하는 느낌이다.
특별한 경험 보틀숍이나 바에서 소개하는 와인과 위스키는 그 자체로 우리의 콘텐츠다. 손님들에게 소개할 때도 ‘이 술은 어디에서 만든, 어느 양조장의 무엇이에요’라고 설명하기보단 ‘제가 이 증류소를 가봤을 때 이런 일이 있었어요’라는 식으로 설명한다. 메뉴판의 안주나 술의 셀렉션은 모두 이런 우리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가장 공들인 점 셰리, 포트, 마데이라 같은 주정 강화 와인 셀렉션에 아주 힘을 줬다. 모두 잔으로 마실 수 있다. 20여 종이 넘는 주정 강화 와인을 이렇게 잔으로 마실 수 있는 곳이 서울에 아마 거의 처음일 거다.
가장 뿌듯한 순간 “이 술 정말 맛있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
더 즐기기 위한 팁 하루 전날 장을 봐서 라꾸쁘로 보내두고, 여럿이 모여 요리하면서 식사와 술을 함께 즐기는 모임을 하는 것.
앞으로의 계획 술과 관련된 원데이 클래스 등 각 대표의 장기를 발휘해 다양한 형태의 클래스를 선보일 것 같다.
주소 서울 종로구 계동길 15 지하1층 문의 070-757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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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인연이 된다
ㅁㅅㅂ의 유나리 셰프

ㅁㅅㅂ의 운영 방식은 독특하다. 열흘은 레시피를 짜고 식재료를 구하러 다니고, 매달 11일부터 말일까지 운영한다. 메뉴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으로 공지하고 예약 손님만 받는다. 한데 포털 사이트에 ㅁㅅㅂ를 검색해도 후기를 찾기 어렵다. 예약은 메뉴를 공지하기도 전에 꽉 찬다. ㅁㅅㅂ를 찾은 이들은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한자리에 둘러앉아 함께 먹는다. 식재료, 셰프, 그리고 사람과의 인연이 그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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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자들이 함께 둘러 앉아 식사하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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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ㅅㅂ에서 가장 중요한 식재료인 소금과 봄철 식재료인 냉이와 송하버섯.

탄생 배경 어릴 때부터 절기마다 우리나라의 좋은 식재료를 맛보며 자랐다. 장을 직접 담그고, 식재료에 관심 많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음식을 본격적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한 건 어느 날 여행 중에 현지 음식이 지나치게 ‘관광객용’으로 변했다고 느꼈을 때였다. 참 슬펐다. 내 친구들만이라도 좋은 식재료에 맛있는 걸 먹게 하고 싶었다. 식재료에 따라, 사람 손이 어떻게 닿느냐에 따라 이렇게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내 가게의 콘셉트 식재료와 사람을 이어주는 것. 이곳에서의 경험이 좋았던 손님은 다른 손님을 데려와 인연이 이어진다. ㅁㅅㅂ는 일본어 ‘무스비’의 자음을 따온 건데, 일본어로 매듭을 뜻한다. 여기에 ‘오’를 붙이면 주먹밥의 공손한 표현이 되기도 한다. 나는 그걸 밥알과 사람이 연결된다는 의미로 생각했다. 그 느낌이 좋았다. 사실 공간에 이름을 붙였다기보다 나에게 붙인 이름이다. 내가 가는 곳이 곧 식당이 되니까.
가장 공들인 점 ㅁㅅㅂ를 시작한 이유 중에는 ‘이 식재료를 이렇게 다르게 먹을 수도 있다’고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최적의 조리법을 찾아 식재료의 힘을 한껏 끌어올려주고 싶달까. 냉이는 된장찌개로 많이 먹지만, 냉이튀김이나 잘게 다진 후 버터와 섞어 스프레드로 만들어 먹으면 그 매력이 더 살아난다. 청귤은 청을 담가 먹는 것보다 마멀레이드로 만들어 먹으면 훨씬 맛있다. 식재료가 이 땅에 태어나서 온전히 제 역할을 하도록 맛있게 요리하는 것, 그리고 그 요리를 맛있게 만드는 게 내 역할인 것 같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식재료 소금. 어머니가 직접 항아리에 담가 6년 정도 숙성한 소금을 쓴다. 좋은 소금은 손에 쥐면 모래처럼 빠져나간다. 그 상태의 소금이 가장 맛있다. 다른 양념이 거의 필요 없다. 어머니표 소금과 제철 식재료만 있으면 식탁이 완성된다.
ㅁㅅㅂ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스카르페타. 이탈리아어로 빵으로 접시를 닦아 먹는 것을 말한다. 한국어로 바꿔 말한다면 ‘빈 접시’. 손님들이 접시를 싹싹 비워줘서 고맙다.
가장 뿌듯한 순간 손님들이 평소 못 먹는 식재료를 먹을 줄 알게 됐을 때. 소금과 연근만 사용해서 파스타를 메뉴로 낸 적이 있는데, 연근을 못 먹던 손님이 그랬다. ‘그동안 연근한테 미안했다’고. 오해받던 연근이 제대로 평가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더 즐기기 위한 팁 월말에 ‘냉장고 털이’라는 걸 하는데 남은 식재료를 손님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메뉴에 없는 요리를 뚝딱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가장 인기 있는 예약 날짜가 말일이다.
앞으로의 계획 지금 장소에 5월 말일까지만 있을 생각이다. 잠시 여행을 떠난 뒤,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게 될 것 같다. 제철 재료를 쓴 단품과 코스 요리를 내는 것과 운영 방식은 지금과 같겠지만, 내가 아는 조리법을 총동원해 다국적 요리를 선보이고 싶다.
주소 서울 마포구 연희로 15길 27 2층 문의 인스타그램 @spacekat_musu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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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이고 섬세한 불맛
SOOT의 이재훈, 최효의 대표

우드 파이어는 숯을 자체적으로 제작해 나무에서 나오는 연기와 숯불로만 음식을 만드는 조리법이다. SOOT은 그 원초적 조리법을 사용한 갖가지 메뉴를 파는 우드파이어 그릴 레스토랑이다. 사진을 전공한 포토그래퍼 이재훈과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셰프 최효의가 원초적이지만 섬세한 그릴 요리를 낸다. 이재훈이 공간 디렉팅과 주류 메뉴를, 최효의가 전체 요리를 책임진다. 인터뷰는 이재훈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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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작불과 숯만 사용하는 우드 파이어 그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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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 파이어 조리법과 닮은 토속적인 느낌을 살린 인테리어.

탄생 배경 우리의 연결고리는 ‘음식’이다. 10년 가까이 친구로 지내며 언젠가 같은 일을 하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푸드 매거진의 포토그래퍼로 일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동업을 구상하게 됐다. 마침 호주의 숯 전문 레스토랑에서 일해본 최 대표는 국내에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우드파이어 조리법을 널리 알리고 싶어 했고, 숯요리와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발휘하는 버번 위스키를 좋아하는 나의 협업이 이루어졌다.
우드파이어의 매력 식재료가 익으며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한다. 장작불에 고기를 구우면 장작 향이 배어 마이야르 반응이 더 잘 일어나 겉은 노릇노릇하고 속은 육즙이 풍부하게 살아 있는 고기를 맛볼 수 있다. 단순히 고기를 숯불에 굽고 마는 것이 아니다. 우드파이어는 장작의 양, 불과의 거리와 높이 등을 섬세하게 따져가며 재료 속을 고루 익혀내야 하는 섬세한 조리법이다. 원초적인 동시에 섬세한, 반전 매력이 있다.
맛볼 수 있는 메뉴 식사가 될 만한 메인 메뉴인 스테이크, 제철 생선, 통삼겹, 닭고기 요리부터 알감자 튀김, 피시앤칩스, 훈연 모차렐라 스틱 같은 튀김 요리, 채소 타파스도 준비되어 있다.
가장 공들인 점 요리에서는 장작과 불 향이 밴 요리에 각각 어울리는 가니시와 소스를 살짝 더해 버라이어티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요리 외적인 것을 말하자면, 우드 파이어의 원초적이고 토속적인 느낌을 인테리어에도 살리기 위해 공들였다.
더 즐기기 위한 팁 미국식 하이볼을 경험해보길. 버번이나 라이 등 위스키 베이스를 달리한 하이볼이나 피트 향이 강한 스카치위스키를 사용해 훈연 향이 나는 하이볼 등 다채로운 하이볼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앞으로의 계획 우드 파이어 그릴 레스토랑이라는 정체성은 지키면서 세계의 다양한 요리를 하고 싶다. 맛있는 요리와 그에 어울리는 술을 즐기러 부담 없이 찾아와주면 좋겠다.
주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대로23길7
문의 @soot_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