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부족 국가 1위’. 이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은 바로 우리나라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극심한 불면증과 수면 부족으로 괴로워하는 현대인을 위해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슬리포노믹스’ 시장 속 핫 키워드를 들여다봤다.

 

0405-066-1

분홍색 드레스는 제인 송(Jain Song). 살구색 스니커즈는 컨버스(Converse).

먹으면 잠이 온다, 슬리핑 서플리먼트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1순위로 찾는 건 간편하고 효과 빠른 수면 보조제다. 수면제를 복용하기엔 겁나는 사람들이 찾는 대안인데, 의외로 종류가 다양하다. 테아닌과 녹차 카테킨이 들어 있어 자기 전 복용하면 스트레스와 피로를 완화하는 서플리먼트에서부터 아이디어의 전환으로 탄생한 릴랙싱 음료도 존재한다. 에너지 드링크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안티-에너지 드링크인데, 심신을 안정시키는 허브 추출물과 테아닌을 함유해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다. 직접 마셔보니 자양강장제 맛과 비슷한 탄산 음료인데, 플라시보 효과인지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졸음이 살살 쏟아지는 기분. 그 외에도 멜라토닌을 함유한 성인용 초코볼인 굿데이 초콜릿의 ‘슬립 서플리먼트’를 직구까지 해서 먹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만큼 수면 보조제에 대한 접근성이 넓어지는 추세다.

0405-066-2

1 GRN+의 안티스트레스 다이어트 하늘이. 800mg×63정 4만5천원. 2 한국쥬멕스㈜의 슬로우카우 스테비아. 250ml 1천8백원.

잠깐 자고 올게요, 낮잠 카페

밤새 악몽에 시달리거나 뒤척이기라도 한 날엔 아침부터 피곤하다. 우리나라도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처럼 ‘시에스타(이른 오후에 자는 낮잠 시간)’ 제도가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밥보다 잠’을 택해 점심시간에 쪽잠을 자야 하는 신세.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불편하게 자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잠시나마 꿀잠을 잘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낮잠 카페에 가는 것. 요즘 강남과 여의도, 홍대에서 성황인 이 낮잠 카페에는 수면 공간은 기본이고 성능 좋은 안마의자까지 구비돼 있다. 각 카페들마다 차이가 있지만 수면실에 5성급 호텔의 침대가 비치돼 있기도 하고 은은한 아로마 향이 나는 데다 피톤치드 산소 공급기까지 존재한다. 또한 일어나야 하는 시간을 알려주면 스태프가 깨워주기까지! 덕분에 시끄러운 알람도 필요 없다. 음료와 간단한 식사류도 판매하는 곳이 대부분이라 잠시 자고 일어나서 빠르게 식사한 다음 회사로 복귀하기에도 좋다. 비용은 한 시간 이용에 약 1만원 이하로 음료 포함인 곳과 아닌 곳이 있는 등 각기 천차만별이니 미리 알아보고 방문하는 게 좋겠다.

꿀잠 돕는 선생님, 수면 앱

스마트폰을 한시도 손에서 떼지 않는 현대인들.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수면에는 방해될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숙면을 도와주는 여러 수면 앱이 존재한다. 수면을 유도하는 다양한 힐링 사운드가 나오는 앱은 기본이고, 자기 전에 앱을 켜두면 자는 동안 일어나는 일들을 분석하는 ‘수면 추적’ 앱도 있다. 자는 동안의 잠꼬대와 코 고는 소리까지 녹음한다. 스마트폰만 근처에 두고 자도 마치 전문 수면 관리 센터에서 선생님에게 밀착 관리받듯, 나의 수면 패턴에 대해 자세히 분석해주는 것. 이렇게 똑똑한 기능을 하는 수면 관련 앱 몇 가지를 소개할 테니 불면으로 고민하고 있다면 이 중에서 본인에게 맞는 앱을 한 번쯤 사용해보길 추천한다.

0405-066-4

SLEEP BETTER
유명한 수면 앱으로 매일의 수면 상태를 기록해 수면 그래프로 보여준다. 자는 동안 일어나는 움직임을 스마트폰이 인식해 선잠 상태와 숙면 상태로 분석한다.

0405-066-5SNORECLOCK
수면 중에 발생하는 소음을 모두 녹음한다. 최대 11시간까지 녹음이 되며 언제 가장 코를 많이 고는지도 알려준다. 코골이나 무호흡 치료를 받고 있다면 사용해볼 것.

0405-066-6SLEEP TOWN
자는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앱. 건물을 세우는 게임 인데, 취침 시간 이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지정한 시간에 일어나야 건물을 세울 수 있다.

비싸도 괜찮아, 럭셔리 베딩

늘 잠이 부족한 연예인들이 사용한다는 고가의 매트리스가 불티나게 팔리고, 이탈리아나 폴란드, 스웨덴에서 다양한 토퍼 매트리스를 직구하는 사람들이 급증했을 만큼 요즘 슬리포노믹스 시장에서 명품 침대, 럭셔리 침구는 핫한 아이템이다. 최상의 수면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 에디터 주변에도 고가의 침구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랫동안 수면 장애로 고생한 라 부티크 PR 어소시에이트의 남혜진 실장은 침구 선택에 깐깐하기로 유명하다. 그녀는 좋은 호텔의 침구에서만 숙면하던 경험을 통해, 한국 조선호텔에서 판매하는 침구 ‘헤븐리 베드’의 80 수면 스프레드, 구스 이불을 구매해 사용한다(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판매). 적당한 두께와 조직감으로 피부가 닿았을 때 쾌적하고 코튼 특유의 포근함이 있다는 평. 스프링이 들어 있는 베개를 이용해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귀띔한다. 그녀가 추천하는 제품은 프리미엄 침대 브랜드 덕시아나의 ‘엑슬립(포켓 스프링+구스)’과 현재 시몬스에서 수입하는 이탈리아 베개 ‘메모리 포켓드 코일 필로우(포켓 스프링+메모리 폼)’. 베개에 내장된 포켓 스프링과 표면의 비스코-엘라스틱 폼이 목과 머리의 무게를 균형 있게 지지해주는 느낌이라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하이엔드 베딩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더욱 증가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귀의 휴식, 사운드 이펙트

도로의 차 소리, 옆집의 TV 소리, 그리고 같이 자는 사람의 코 고는 소리까지.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소음은 수면을 방해한다. 이를 차단하는 동시에 숙면을 위한 소리까지 들려주는 마법의 이어폰이 있다.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보스가 선보인 ‘노이즈-마스킹 슬립버드’인데, 이 제품을 보자마자 무선 이어폰 ‘에어팟’이 처음 출시됐을 때만큼 감탄했다. 자는 내내 착용해도 불편함이 없는 유연한 디자인의 초소형 무선 이어버드로, 주변의 소음을 차단하는 ‘노이즈-마스킹’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며 수면을 위한 자연의 소리까지 구비하고 있다. 바스락 소리와 소나기 소리, 파도 소리, 캠프파이어 소리 등 사운드의 종류도 다양하다. 요즘 에디터도 사용 중인데 남편의 미세한 숨소리와 코 고는 소리가 차단되니 사용하기 전보다 훨씬 깊게 숙면하는 느낌. 출장 또는 여행으로 타인과 같은 방을 써야 한다거나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이런 이어폰을 꼭 구입하지 않더라도 ‘Relax Melodies’, ‘Relax Meditation’과 같은 사운드 앱을 자기 전에 실행해 편안한 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

0405-066-3

보스의 노이즈-마스킹 슬립버드. 32만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