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공, 소방관, 누군가의 작업복처럼 보여 보일러 슈트로 불리던 터프하고 매력적인 아이템 점프슈트. 꼭 편해서만 눈이 가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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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점프슈트는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작업복으로 입던 옷이다. 처음 명칭은 ‘보일러 슈트’, 말 그대로 보일러공들이 기름이나 흙 등이 맨살에 튀지 않도록 입는 덧옷이었다. 과거 보수당이었던 윈스턴 처칠이 서민적인 이미지를 위해 선택한 옷도 바로 이 보일러 슈트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 보일러 슈트를 반긴 건 오히려 여성들이었다. 영국에서는 전쟁이 일어나는 동안 여성들도 수시로 발생하는 공습 대피 훈련을 위해 이 슈트를 입었다. 보일러 슈트 하나면 상하의를 따로 입을 필요도, 스타킹도 필요 없었다. 입고 벗기 편한 것은 물론이다. 그것은 아마도 시대가 만든 유틸리티 룩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그런가 하면 같은 시대 미국에서는 이를 점프슈트라고 불렀다. 항공기에서 낙하할 때 필요한 기능적인 전투복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 공장에서 일을 하며 전쟁에 기여한 이 시대의 일하는 미국 여성들은 이 점프슈트를 입고 출퇴근을 시작했고 여성 노동자용 점프슈트는 애국, 일하는 여성, 독립적인 여성 등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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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스닉한 패턴이 인상적인 셔츠 스타일의 점프슈트는 83만8천원, 이자벨 마랑 에뚜왈(Isabel Marant Etoile). 2 쇼트 점프슈트는 가격미정, 제인 송(Jain Song). 3 밀리터리 스타일의 카키색 보일러 슈트는 60만원대, 폴로 랄프 로렌 (Polo Ralph Lauren).

이 같은 변화를 패션계가 놓쳤을 리 없다. 유명 디자이너와 배우, 모델들은 점프슈트를 입고 출퇴근하는 여성의 모습을 자주 내비치며 유행을 이어갔으며, 언론 또한 이 같은 트렌드를 자주 미디어에 노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행보는 오늘날까지 스포티, 애슬레저, 유틸리티 트렌드에 걸맞게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하나 둘씩 심심치 않게 등장하더니 이번 시즌 그 수가 단연 돋보인다. 런웨이에 이어 리얼웨이까지 다채로운 스타일의 점프슈트 룩을 매치한 여자들을 보자니 쇼핑 목록이 하나 둘 늘어난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세련된 스포티브 룩을 선보인 컬렉션에서 거칠게 홀치기 염색을 한 데님 점프슈트와 지퍼 디테일의 코튼 점프슈트 등을 선보였고 알베르타 페레티와 짐머만은 고급스러운 사파리 무드의 점프슈트를, 아크네 스튜디오와 에르메스는 실제 정비공을 방불케 하는 리얼한 모습의 점프슈트를 런웨이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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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점프슈트는 어떻게 입을까? 투박하지만 스타일링에 따라 더욱 관능적이고 매력적인 점프슈트는 셀러브리티에게도 단연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빅토리아 베컴부터 지지 하디드까지 그녀들의 쿨한 리얼웨이를 완성하는 데 일조한 것도 바로 이 점프슈트다. 옷 잘 입는 그녀들에게서 얻은 힌트는 바로 점프슈트라고 해서 꼭 컴뱃 부츠나 스니커즈 매치가 정답은 아니라는 것. 아찔한 스틸레토 힐도 날렵한 샌들도, 심지어 에스닉한 웨스턴 부츠도 분위기에 따라 다른 모습을 연출할 수 있으며, 트렌디한 힙백이나 스포티한 장갑 등 액세서리에 따라 천차만별의 매력을 더할 수 있다. 그러고 난 후 완벽한 점프슈트 스타일을 위한 다음 단계는? “강인함과 부드러움, 대담함과 연약함 등 상반된 요소를 감각적으로 조합하고 싶었어요”라는 이번 시즌을 여는 스텔라 매카트니의 말처럼 터프하면서도 유연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점프슈트를 입는 일이 아닐까. 처음 여성들이 환호에 마지않던 그때 그 순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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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금색 지퍼 디테일로 포인트를 준 보일러 슈트는 2백만원대, 스텔라 매카트니 (Stella MaCartney). 5 워싱과 스터드로 포인트를 준 데님 점프슈트는 63만원대, 서렌트 엘리엇 바이 네타포르테 (Current Elliott by Net-A-Porter). 6 분홍색 코튼 소재 점프슈트는 42만8천원, Y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