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마녀는 채식을 하고, 비건을 장려하는 콘텐츠를 만든다. 그녀에게 ‘비거니즘’에 대해 물었다.

 

초식마녀의 뜻이 궁금하다.
단순히 초식, 육식의 ‘초식’을 따왔다. 실제로는 초식이 아닌 채식이지만. 여기에 스스로 용기를 주고 싶어서 마녀라는 단어를 붙였다. 비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마녀사냥처럼 이슈가 되는 경우가 있을 것 같다. 물론 유명하지 않기 때문에 앞선 걱정이긴 하다.(웃음) 예전에 일상툰을 그리다가 악플을 경험한 적이 있다. 위축되고 무기력해지더라. 하지만 이젠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나가고 싶다.

비건 3년 차라고 들었다. 어떻게 비건이 되었나?
어느 날 동생이 유기견을 집에 데려왔다. 이를 계기로 유기견 센터에 방문해서 봉사를 하다 보니 많은 생각이 들더라. 사람이 좋아하는 개도 이렇게 버려지고 비참한 생활을 하는데, 우리가 먹는 동물들의 삶은 과연 어떨까? 그때 처음으로 언젠가는 채식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러시(Cowspiracy)>와 <왓더 헬스(What the Health)>를 보고 난 직후엔 확실히 결심이 섰다.

채식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당신의 선택은?
엄밀히 말해, 비건은 동물권을 이유로 동물성 식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물론 채식주의자라고 말하더라도 사람마다 섭취하는 음식 범위가 다를 수 있다. 나는 순수 식물성 음식만 먹는다. 기본적으로 육류, 해산물, 알, 유제품 등을 모두 거부한다. 그리고 이런 선택에 따르는 불편함은 거의 없다. 최근 비건 식품이 다양해졌다. 비건 마요네즈, 비건 스프레드, 비건 만두 등 웬만한 건 다 있다. 나뚜르에서 아이스크림을, 풀무원에서 식물성 건더기 스프가 들어간 라면을 출시했다. 정말 맛있어서 추천하고 다닐 정도다. 채식을 하면 먹을 게 없다는 것은 편견이고 핑계다. 한 가지 단점은 아직까지 비건 가공 식품이 비싸다는 정도?

채식만으로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채식만으로도 충분히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가 가능하다. 채식주의자인 전문의 이의철의 저서 <조금씩 천천히 자연 식물식>과 다양한 외국 논문을 살펴보면 꼭 육류에서 단백질을 섭취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지금은 영양 과잉의 시대다. 현대인은 이로 인해 성인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정작 영양 결핍으로 인한 질병은 드물다. 건강 때문에 채식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음으로써 몸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 가장 놀라운 장점은 아침잠이 줄었다는 것과 몸이 가벼워졌다는 것!

최근 퇴사를 했고 지금도 인스타툰 작가, 콘텐츠 크리에이터,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한 달 전에 퇴사하고 자유의 몸이 되었다. 책을 쓰고 싶은데 직장 생활, 유튜브, 인스타툰을 병행하니 너무 힘들더라. 원래 꿈이 작가였다. 계속해서 일상 만화를 그려왔는데, 비건을 선언하면서 관련 레시피 만화도 올리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정체성이 확실해진 것 같다. 유튜브는 채식을 시작하면서 요리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다는 주변의 추천을 받아 시작했다.

만화로 소개하고 있는 본인의 비건 레시피의 특징이라면?
나는 대부분 구하기 쉬운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비건이 아닌 사람도 장볼 때 많이 사는 것들인데 이것으로 어떻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지 방법을 연구하는 거다. 최근엔 방향을 조금 바꿔서 동물들에 대한 내용을 위주로 그리고 있다. 동물 학대 등 어쩔 수 없이 듣기 불편한 내용을 최대한 거부감 없이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튜브로 직접 말하기보다는 만화로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아 조금씩 인스타툰으로도 공유하고 있다.

클럽 하우스에서 채식토크 진행자로도 활약 중이다.
다 같이 터놓고 채식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 방송인 줄리안이 내게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그 역시 비건을 지향한다. 매주 월요일 밤 채식 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이의철 전문의를 초청해 ‘채식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비건 벌크업 식단에 대해 흥미로워하는 사람도 많았다.

사용 중인 비건 뷰티 브랜드가 있는가?
수시로 바르는 모나쥬의 종이립밤. 립밤 케이스 전체가 종이로 되어 있다. 케이스 아래를 직접 밀어 내용물을 올리고 뚜껑을 바닥에 치면서 내려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플라스틱 프리 제품이라 선택했다. 또 디어, 클레어스의 선크림도 애용 중이다.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성분, 동물성 성분을 모두 배제한 제품이다. 촉촉한 발림성이 특히나 마음에 든다. 헤어 제품 같은 경우 겟츠 샴푸, 동구밭 샴푸바를 이용 중이다.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거나 동물 착취 상품은 아예 사지도 쓰지도 않는다. 입는 것도 마찬가지다.

비건이라는 선택을 고민하는 <얼루어> 독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실천하기 전엔 당연히 어렵고 멀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비건 라이프를 선택해도 맛있는 걸 먹으면서 즐겁게 살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비건을 실천하고 싶은데, 식습관 바꾸는 것이 힘들다면 쉬운 일부터 실천하는 것도 좋다. 먹는 것보다는 입고 쓰는 것이 바꾸기 쉽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