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라는 ‘우주’

요즘은 매일같이 LH에 대한 ‘부동산 투기’ 기사가 쏟아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기가 뭐가 나쁘냐고 우기는 사람들이 있어, ‘부동산 투기’ 대신 ‘부당하게 취득한 내부 정보 거래’라고 풀어 쓰자니 길다. 나무를 심긴 심었는데, 그 나무의 목적은 또 부동산 투기. 누군가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라고 복장을 긁을 것이다. 폭등하는 집값 속에 누군가는 부자가 되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접게 된 상황에서 이런 뉴스들은 소시민의 꿈을 더 남루하게 만들고 만다. ‘집은 사는(Buy) 게 아니라 사는(Live) 것’이라는 말은 새삼 공허해졌다. 치솟은 집값 속에서 ‘집은 사는(Live) 게 아니라 사는(Buy) 것’이었다는 뒤늦은 후회를 하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 혼탁함 속에서 집에 대한 두 권의 책을 읽었다. 두 에세이의 제목은 거창하다. 하나는 <집을 쫓는 모험>이고, 하나는 <첫 집 연대기>이다. 모두 서울 하늘 아래 집을 찾고, 그 집을 진정한 집으로 만드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러니 제목의 거창함은 당연하다. 공교롭게도 매거진 에디터 출신인 두 저자는 각자 고집스러움을 추구한다. 최소한 이들에게 집은 사는(Live) 곳이다. <첫 집 연대기>의 저자 박찬용은 월셋집, 그러니까 세입자의 신분으로 집을 굳이 고친다. 시간도 들고 돈도 드는데 그 과정까지 마음껏 즐긴다. 저자 정성갑의 <집을 쫓는 모험>은 한 편의 소동극 같다. 그는 15년간 여섯 번 이사하며 일곱 집에 살았다. 분양권을 사고, 얼마간 득도 보고 6억의 손해도 보고, 빌라도 살아보고 한옥도 살아본 다음 협소주택을 짓기에 이른다. 이 모든 과정은 본인에게도 새삼 놀라워서 항상 내적인 외침이 들려온다. ‘아파트를 손해 보고 팔다니!’ “내가 서촌에 집을 짓다니! 두 사람의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가도 다시 하나로 합쳐진다. 제아무리 거센 물살이 흘러도 결국은 집을 선택하는 것도 나 자신, 그곳에서 사는 것도 나 자신이라는 거다. 질문을 던지고 결정을 해야 하며, 또한 집의 안팎을 돌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거기 머물러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소라게처럼 우리 몸이 들어가는 공간 하나를 갈구한다. 검을 현과 누를 황 다음으로 집 우, 집 주를 외울 때는 미처 몰랐다. 집이라는 건 얼마나 사람의 우주인가. 사람은 길 위를 걸을지언정, 길에서 살 수는 없기에.

 

시리즈는 돌아온다

시리즈라는 건 항상 다음 책이 나와야 완성된다. <미스 콥 한밤중에 자백을 듣다>는 콥 자매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20세기 초 미국 뉴저지주 최초의 여성 보안관보 콘스턴스 콥과 자매들의 실화를 다룬 시리즈로 드디어 배지를 지급받은 콘스턴스가 보안관보이자 여성 수감동 교도관으로서 활약하기 시작한다. 일본 신주쿠를 누비는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도 <지금부터의 내일>로 오랜만에 소식을 알린다. 작가 하라 료는 평생 한 시리즈만 집필해온 집념과 끈기의 작가로 유명하다. 2004년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로 시즌 2의 개막을 알린 후 14년 만의 신작이다. 그사이 사와자키 탐정도 초로의 모습이 되었다. 출간 즉시 일본 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NEW BOOK

<나는 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고>

내가 좋고 싫은 감정에 이름 붙이자면 ‘양가감정’이다.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늘상 우리에게 존재하는 감정이기도 하다. 감정마저 전시대상이 된 이 SNS의 시대에, 시인 백은선이 그 자신의 모든 감정과 그 뿌리까지 바라보는 산문을 썼다. 그렇게 쓰며 살아가겠다는 각오로.
저자 백은선 출판 문학동네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책을 감싼 띠지에 이렇게 적혀 있다. ‘에코 형, 세상이 왜 이래?’ 웃음이 터지다 이내 수긍을 했다. 나훈아 노래의 수많은 패러디가 있었지만 소크라테스에 비할 인물로 에코는 인정할 수 있다. 2016년 타계한 이 놀라운 작가의 마지막 글 55편을 모았다.
저자 움베르트 에코 출판 열린책들

 

<잠깐 수습 좀 하고 올게요>

누구나 실수를 한다. 사적인 실수와 공적인 실수 사이에 경중을 따지긴 어렵다. 하지만 실수가 끝은 아니기에, 우리는 눈물을 닦으며 수습에 나서야 한다. 성공한 여성 25인의 ‘실수’를 정리해 중요한 건 회복력임을 전하는 책. 이미 한 실수, 성장의 기회로 삼아보자.
저자 제시카 배컬 출판 북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