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화장품 쇼핑의 기준이 된 ‘성분’. 하지만 그것만이 만족스러운 화장품을 고를 수 있는 정답은 아니다. 우리 화장품 성분 표시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야 할 것들.

 

우리는 왜 화장품 성분에 집착하는가

주름 개선 화장품을 구입하면서, 나에게 맞는 제품을 고르느라 미간에 주름이 생길 판이다. 우리가 화장품을 구입하는 방식을 떠올려보자.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신상품을 살펴보고, 인터넷에서 찐 후기를 가려내고, 수많은 인증마크를 체크하고, 앱으로 성분표를 해석한다. 그러니 어느새 미간이 잔뜩 찌푸려질 수밖에. 10여년 전만 해도 화장품 쇼핑은 보다 직관적이고 간단했다. 가까운 가게에 가서 추천해주는 제품을 구입하거나, 광고에서 눈여겨본 제품을 테스트하고 구입하면 끝이었다. 지금은 제품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되고 화장품 쇼핑을 돕는 각종 수단이 등장했는데, 우리는 왜 화장품을 구입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느낄까.

에디터가 처음으로 화장품 성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약 15년 전 폴라 비가운이 쓴 책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를 읽게 된 이후였다. 화장품 경찰관이라 자칭하는 그녀는 화장품을 고르는 새로운 기준으로 ‘화장품 성분사전’을 제시했다. 그 이후로 필환경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건강한 라이프 트렌드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면서 피부 건강과 환경을 고려하는 ‘클린 뷰티’가 하나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안전한 화장품이란?

요즘 우리가 이야기하는 ‘안전한 화장품’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배제한 제품이다. 화장품은 일정한 기간 동안 사용하는 의약품과는 다르게 피부에 직접적으로 장기간 사용하기 때문에 소량이라도 알레르기 유발 물질, 발암 물질 등 유해한 성분을 포함하면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화장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사용법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런 소비자의 권리를 위해 2008년 10월부터 화장품 전 성분 표시제가 시행됐다. 화장품 전 성분 표시제는 화장품을 제조할 때 사용된 모든 성분을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한 제도다. 전 성분을 표시하는 데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우선 성분 함유량이 많은 순서대로 표기하고, 혼합 원료는 혼합된 개별 성분의 명칭을 기재하도록 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본인이 피하거나 원하는 성분이 함유돼 있는지를 확인하고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정확한 용량은 모르더라도 성분 표시가 뒤에 있을수록 함량이 적다는 것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특히 파라벤은 단독 사용일 때 0.4%, 혼합 사용일 때는 0.8%까지, 페녹시에탄올은 1% 미만으로 배합 한도가 정해져 있으므로, 만일 효능 성분이 이 뒤에 있다면 1% 미만의 미량인 것을 알 수 있다. 제도가 시행되고 소비자들이 알 수 있는 정보가 많아지자, 브랜드들 역시 보다 안전하고 꼭 필요한 성분만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 결과 ‘최소 성분 화장품’ 카테고리까지 생길 만큼 뷰티 시장에서 성분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전 성분 표시의 한계점

하지만 전 성분 표시에도 허점은 있다. 1% 이하로 사용된 성분, 착향료, 착색제에 대해서는 순서에 상관없이 기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화장품 회사들은 소비자가 적게 들어 있다고 생각하길 바라는 성분은 최대한 뒤쪽에 적는다. 성분의 함량이 표시돼 있지 않으니, 소량 포함돼 있는 성분이 크게 와 닿을 수도 있다. 심지어 샘플로 제공되는 화장품에는 대부분 전 성분이 표시돼 있지 않다. 전 성분 표시제는 50g 또는 50ml 이상의 제품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 성분 표시제가 시행되면서 자극이 되는 성분이 어떤 것인지 알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에는 유해성이 있는 성분만 표시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전 성분 표시제로 확대되며 모든 성분에 대한 해석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착한 화장품을 어떻게 분별해야 할까? 화장품 비평가로 활동하며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 <서른다섯 다시 화장품 사러 갑니다> 책을 펴낸 최지현 작가는 화장품 성분으로 착한 화장품과 나쁜 화장품을 구분하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했다. “화장품 성분에 유해도 점수를 매기고 그것을 판단의 절대 기준으로 삼는 것은 잘못된 방식입니다. 위험한 화장품은 애초에 시중에 유통되지 않거든요. 성분표를 분석하며 고르고 골라서 산 화장품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많지 않나요?” 그녀는 그렇다고 전 성분표가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라고 덧붙인다. 자신이 원하는 효과를 내는 성분이 무엇인지 공부하고 이를 함유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피부 개선에 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주름 개선이 목적이라면 어떤 성분이 주름 개선에 효과가 있는지, 함량이 몇 퍼센트는 돼야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관심을 더 두라는 말이다. 또 성분표가 비슷하다고 해서 효능이 비슷할 거라는 기대도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같은 성분명이 적혀 있다고 해도 함량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이로 인해 효과의 수준도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성분을 모르고 무작정 구입하던 이전보다는 확실히 내가 피해야 할 화장품과 만날 위험 요소는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로 인해 화장품 브랜드들 역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드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성분표는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다.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되 그 이상으로 의존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