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연기하고 지금도 새로운 모습을 찾으려 한다. 배우 한지민의 날들은 그렇다.

 

플로럴 패턴 튤 트렌치 코트는 4 몽클레르 시몬 로샤(4 Moncler Simone Rocha).

오랜만이에요. 일하다 보면 이렇게 몇 년 만에 만나기도 하고 한 번 만나고 말기도 하죠. 인연이라는 걸 믿는 편인가요? 
같이 해외 촬영 간 게 벌써 몇 년 전이죠? 어느 현장이나 오랜만에 뵙는 분들은 정말 반가워요. 인연은 있는 것 같아요. 지구상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같이 촬영 하고, 만나고 이야기 하는 건 보통 인연이 아니죠.

오늘 스태프들도 다들 당신과 오래 함께해왔죠. 
이제는 거의 가족이죠. 특히 메이크업하는 친구는 15년, 16년이 됐으니까요. 저 친구의 첫 드라마 현장이 제 드라마 현장이었고, 저의 변화와 성장 과정을 다 본 친구고. 가족들도 다 알고요.

어떤 사람들과 오래가요? 
일할 때 즐겁고 재미있게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긍정적인 기운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고, 일 끝나고 같이 한잔할 수 있는 사람이랑 오래가는 것 같아요.(웃음) 일이 제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일로 만난 인연이라도 일이 끝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인연으로 이어가고 싶어요.

일이 그렇죠. 계속 하다보면 어느 순간 일과 사적인 관계의 경계가 흐려져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공감대도 무시할 수 없고요.
예전에는 어릴 때부터 알았던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친구들은 결혼해서 아기를 키우다보니 저의 지금을 공유할 수 없더라고요. 현재의 나를 아는 사람이 오히려 편해지는 때가 온 것 같기도 해요. 지금 가지고 있는 고민 같은 것들을 나눌 수도 있고요.

정이 많아 종방연 할 때 잘 울었다면서요. 아직도 그래요?
하하. 작품에 따라 달라요. <눈이 부시게>는 현장에서도 엄청 많이 울었어요. <조제> 때는 또 안 울었어요. 그러고 보니 요즘에는 잘 안 울었네요. 예전에는 드라마를 같이하면 매일 동고동락했어요. 촬영 때문에 집에는 잠깐 들러 씻고 다시 나오는 정도였으니까요. 그때는 정말 몇 달을 같이 살다시피 하다가 헤어지니까 눈물이 났어요.

팬츠와 슈즈는 모두 마리아노(Magliano). 케이프 톱, 실크 드레스는 끌로에(Chloe).

현장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면서요? 저는 그 소식을 기사로 보지만, 20년 가까이 연기해온 당신은 매일의 현실이겠어요.
요즘에는 드라마 환경이 정말 좋아졌어요. <봄밤>이나 <눈이 부시게>도 좋은 환경에서 찍었죠. 옛날엔 같이 너무 고생해서 운 것도 있어요.

그래도 잘 지냈냐는 평범한 인사를 다시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최근 누구의 안부를 물어본 적이 있나요? 1월은 안부를 묻기 좋은 시기이기도 하잖아요. 
제가 ‘복붙’은 또 못 해요. 그래서 1월 1일에 바로 하지는 못하고 천천히 생각나는 분들한테 오랫동안 하는 것 같아요. 음력 설에 또 하니까요.(웃음) 저는 나중에 천천히 오는 인사도 반갑더라고요.

새해, 처음. 이런 것에 의미를 두는 편인가요? 
1월 1일엔 조용히 있었어요. 작년이 너무 힘들다 보니까 이번엔 “그래 너 좀 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얼마 전 폭설이 와서 서울이 마비되었죠. 그때에는 뭘 하고 있었어요?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눈이 온다는 거예요. 커튼을 열어봤는데 웬걸, 마당에 이미 눈이 쌓여 있더라고요. 거실의 불을 다 끄고 눈 내리는 거 봤어요. 원래 같으면 밖에 나가서 뛰어다녔을 텐데 요즘은 못 하니까 실내에서 구경만 하고 영화를 봤어요. <미드 나이트 스카이>를 봤어요. 포스터가 눈 배경이라 따뜻한 걸 기대하고 봤는데 그런 내용은 아니더라고요.(웃음)

어느새 한지민의 필모그래피도 아주 길어졌어요.영화도, 드라마도요. 
뒤돌아보면 내가 진짜 많이 했구나… 그게 참 신기해요. 지금도 작품을 고를 때 대본을 보면 ‘현장에서 연기하는 걸 어떻게 했었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여전히 들거든요. 이만큼 했다는 게 신기하고 감사한 거 같아요.

헤어피스는 티아 마자 바이 메종 레브 브라이덜(Tia Mazza by Maison Reve Bridal). 베어 백 원숄더 드레스는 베커 바이 메종 레브 브라이덜(Beker by Maison Reve Bridal).

배우는 필모그래피로 말한다는 말에 동의해요? 
배우가 온 길을 필모로 볼 수 있는데, 배우라는 사람 자체는 필모로만 볼 수 없는 것 같아요. 필모는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것들. 저를 단단하게 변화시켜준 게 캐릭터들이거든요.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 의해 성격도 많이 바뀌었어요. 한 단어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거예요. 처음 시작했을 때를 되돌아보면 당연히 부족한 점도 많고, 마음가짐도 너무 겁이 많았어요. 그래서 필모그래피를 안 돌아보고 싶어요. 책임감이 더 무거워질 것 같아서.

겁이 그렇게 많은데 그땐 어떻게 현장에 갔어요? 
그땐 지금이랑 세상이 또 달라서. 지금 데뷔했으면 못 했을 거예요. 처음엔 너무 많이 혼났고 부족하지만, 주어진 일이니까 어떻게든 끝내야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사람끼리의 인연처럼 작품과의 운명도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은 오디션에서 제가 그렇게 욕심 있어 보이지 않아서 뽑혔던 것 같아요.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작품이 들어왔는데 어느 순간 신인이니까 잘 봐달라고 할 수 없는 시기가 오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욕심이 나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연기를 즐기게 된 건 언제부터였어요? 
지금도 즐기면서 하는 작품은 별로 없어요. 책임감으로 해요. 즐기면서 했던 작품은 <눈이 부시게>였어요. <눈이 부시게>는 스물다섯 살 혜자로 처음엔 놀러 가듯이 현장에 나갔어요. 마음껏 뛰놀면 감독님이 알아서 잘 잡아주셨기 때문에, 여러 감정을 솔직하게 놀 듯이 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책임감이 자주 등장하네요. 아마도 당신에겐 책임감이 가장 큰 동력이었나 봐요. 
그걸 가장 많이 느낀 건 <미쓰백>이었어요. 전 작품들은 제가 기댈 수 있는 선배 연기자나 상대 배우가 있었는데, 이 작품은 온전히 저와 김시아 배우랑 갔어요. <미쓰백>의 미쓰백이 저니까 현장에서 내가 뭔가를 다 이끌고 가야 한다는 게 힘들었어요. 그 책임감이 영화 개봉하기 전까지도 있었어요. 최선을 다해서 연기 하고 홍보를 열심히 하는 것까지가 제 역할이긴 하지만, 많은 것이 힘들고 어려웠어요.

코르셋 톱, 시스루 블라우스는 모두 민주킴(Minjukim).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실제로는 밝고 쾌활한 사람이잖아요. <미쓰백>, <눈이 부시게>, <조제>의 인물은 선뜻 실제 한지민과 캐릭터를 연결 짓기 쉬운 작품은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배우가 선택받는 직업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당신의 선택이었겠죠?
배우는 새로운 걸 받았을 때 눈이 반짝이는 것 같아요. 역할에 대한 갈증이 많았을 때였어요. 드라마는 캐릭터도 한정적이고 플롯도 비슷하니까요. 영화에서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그때 <미스백>을 한 거죠. 저한테는 큰 도전이고 변화일 수 있겠지만 고민의 여지 없이 하기로 했어요. <조제>도 마찬가지였고요. 오히려 그런 작품들이 선택은 쉬웠어요. 연기할 때 숙제는 많죠. <미쓰백>은 하는 내내 진짜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힘들게 했는데 한지민의 변신이 되었죠. 
<미쓰백>으로 칭찬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시사회 전에는 너무 떨려서 잠을 거의 못 잤어요. 첫 등장부터 담배 피우는 장면이어서 이때 내가 담배를 제대로 피우지 않으면 몰입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움츠려 있었고 숨어 있었어요.

호평을 받았을 땐 어땠어요? 
“왜지? 이럴 리가 없는데?” (웃음) <조제>도 너무 어려웠어요. 개봉하고도 마냥 행복하지는 않아요. 드라마도 첫 방송 전에 너무 떨리고요. <역린> 할 때 처음으로 연기력 논란이 있었는데, 나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공들여 찍은 작품에 폐 끼치는 게 너무 괴롭더라고요. 제 역할은 연기를 잘하는 거니까 연기 공부를 해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어요. 늘 힘들고 어려워요. 이게 맞나 하는 고민도 있고, 관객의 평은 받기 전엔 항상 너무 두렵고요.

연기라는 거, 이쯤 되면 쉬울 법도 한데 쉽지 않군요. 
<조제>하면서 성장통을 겪었다고 얘기하는데 단 한 장면도 백 퍼센트 만족스럽게 찍은 게 없어요. 감독님이 계속 덜어내는 작업을 시키셔서 계속 뭔가 덜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조제가 대사도 없고 눈으로 말하는 게 많아서 ‘이게 괜찮나? 진짜 괜찮은 건가?’ 진짜 많이 생각했어요. 지금 차기작을 보고 있는데 대본을 볼 때 내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떨리거든요.

퍼프 소매 코트는 JW 앤더슨 바이 한스타일 닷컴 (JW Anderson by Hanstyle.com). 레이스 디테일 슬립 원피스는 캘빈클라인 언더웨어(Calvin Klein Underwear). 와이드 벨트는 렉토(Recto).

드라마와 연기 모두 애정을 갖고 있을 텐데, 요즘 영화 사정이 좋지 않아요. <조제>도 이 시기를 피할 수 없었고요. 
저도 극장 가는 게 망설여지니까…. 가까운 사람의 영화가 개봉하면 최대한 사람 없을 것 같은 평일에 찾아가고 그랬어요. <조제>는 이게 이 영화의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이런 영화가 있다고 한 번이라도 알리고 홍보하는 게 제 역할이지 않나 해서 최선을 다했어요.

20만 명. <조제>를 본 관객수예요. 수백만 명은 아니지만 20만 명이 적은 숫자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무엇보다 모든 게 달라진 해였으니까요. 
저도 이만큼은 기대도 안 했어요. 20만 명의 관객분들을 줄 세우면… 너무 많고 고마운 숫자죠. 뒤늦게 보셔도 좋아요. 영화를 봐주시고 조제의 세계와 사랑에 대해 느끼고, 내 사랑을 되돌아본다면 배우로서는 그것도 아주 감사해요. 저희도 개봉을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2020년 겨울에 극장에 걸린 작품은 저희 작품뿐인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조제>라는 작품에서 한지민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밥 먹고 가”라는 차가우면서도 절절한 말이 좋더라고요. 다시 말하면 가지 말라는 간절한 표현 아닌가요? 
‘고마워.’ 하면 되는 걸 조제만의 언어로 표현해야 하니까 더 어려웠어요. 이성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처음이고, 책으로밖에 접해보지 않았고 말할 때도 구어체보다 문어체가 많았기 때문에 더 어려웠어요.

조제는 소설 속 인물을 좋아해서 자신의 이름까지 바꾸잖아요.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 중 뜨겁게 좋아했던 인물이 있었나요?
연기할 때만큼은 제 캐릭터를 좋아해야 해요. 가끔 대본을 볼 때 의문이 생길 때가 있어요. 그건 한지민이 불편한 거거든요. 내가 내 캐릭터가 미워질 때나 안 좋을 때가 가장 괴로운 것 같아요. 그때만큼은 가까워지려고 엄청나게 노력하기 때문에 다 애착이 있죠. 나름의 의미가 다 있지만, 나에게 남긴 의미가 진한 캐릭터가 있어요.

코르셋 톱, 시스루 블라우스는 모두 민주킴.

화보와 인터뷰라면 수없이 해봤을 당신이 여전히 새로운 콘셉트를 원하고 도전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모두가 그런 건 아니거든요. 오늘 고혹적이고 어둡기까지한 한지민도, 당신이 그렇게 되어 보고 싶다고 해서 이루어졌어요. 
저도 어떤 각이 예쁜지, 어떤 메이크업과 옷을 입어야 대중들이 선호하는 제가 되는지 잘 알아요. 광고를 찍을 때면 그걸 활용하죠. 오늘 한 것 같은 콘셉트의 캐릭터를 맡을 일이 앞으로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내가 도전할 수 있는 건 화보밖에 없죠. 덜 예뻐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화보를 찍을 때에는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모르는 걸 찾아내는 게 화보의 장점이에요. 연기하듯이 감정을 넣어서 할 때도 있고요. 그 감정을 가지고 카메라를 보려고 했어요.

흔히 ‘작품을 보는 눈’이 있다는 말을 하지 않나요? 보통 상업적으로 잘되는 작품을 잘 알아본다는 의미로 쓰여요. 한지민에게 다른 걸 보는 눈이 있다는 건 이제 확실히 알겠어요. 
꼭 그렇지도 않아요.(웃음) 저 <부활> 할 때 같은 시간에 <내 이름은 김삼순> 했고 <경성스캔들> 했을 땐 <쩐의 전쟁>이 있었고요. 저는 대박 난 작품의 경쟁작을 했어요. 영 아닌 것도 있었어요. 생각만 해도 힘든 것도 있었고요. 작품 선택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시청률 1위는 아니어도 사랑받고 기억되는 작품이죠. 시나리오를 볼 때 어떤 작품에 더 시선이 가요? 
사람들이 좋아하고 많이 볼 것 같은 작품보다는 시나리오나 대본이 잘 읽히는 작품을 선택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걸리는 지점이 별로 없는 작품을 골라요. 특히 드라마는 뼈대를 흔들기가 어렵거든요.

자기 자신 외에 작품 선택에 영향을 주는 사람이나 요인이 있어요? 
제일 의논을 많이 하는 사람은 대표님. 다른 건 그때 흐름, 나의 에너지 흐름, 기분 상태를 고려해요. 지금은 아무래도 코로나19로 다들 어렵다보니 저도 너무 무거운 작품은 피하고 싶고, 그렇게요.

오프숄더 티어드 드레스는 아뜰리에 프로노비아스 by 브라이덜 공 (Pronovias Authorized Dealer by Bridal Kong).

10년 전, 20년 전과 달리 배우의 수명이 마치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 작년 말 우리는 예수정 배우의 근사한 화보를 찍었고요. 그게 당신의 모습이라면 어때요? 특히 <눈이 부시게>를 찍으면서 여러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해요. 
작년엔 생각이 많았고 저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았는데 인생을 한 치 앞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언제까지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을 최근에 받았는데 지금의 저도 모르는데 미래의 저는 더 모르겠다…(웃음)

모르겠다는 게 가장 진실된 대답 아닐까요? 
이러다 훌쩍 떠나서 다른 나라에서 살 수도 있고요. 저 혼자 고민하는 것 같아요. 나이에 따라 역할에 변화가 생기고, 제안 온 배역이 어린 느낌이면 “내가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너무 동안이라서 그런가요? 지금은 모든 게 가능해 보여요. 
참 애매해요. 제 나이대에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많이 없는데 배우도 한정적이니까요. 소재가 다양하지 않다 보니까 젊은 역할이 저한테 오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엄마 캐릭터를 주기도 아직은 애매한 느낌이고요. 장르물도 해보고 싶은데 안 주시네요?(웃음) 이제 로맨틱 코미디는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려원 언니가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는 말을 들으니까 앞으로 로맨틱 코미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랜만에 당신의 근황을 이리저리 찾아보니 ‘한지민 떡볶이’처럼 친근한 연관 검색어도 생겼더라고요? 
그 가게가 제 건 줄 아세요.(웃음)

예능 출연으로 전해지는 한지민의 모습은 어때요?. 
예능 할 때 보니 ‘마’가 뜨는 걸 너무 힘들어하시더라고요.(웃음)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도 주혁이랑 둘이 앉아서 이렇게 있어도 되나… 예능은 콘텐츠에 따라 고민할 여지는 있는 것 같아요.

레오퍼드 패턴 벨벳 리본 블라우스는 이로(Iro).

요즘 당신을 기분 좋게 하는 건 누구인가요? 여전히 조카인 로마? 
지금 먹고 있는 떡볶이? 하하! 진짜 없네요…로마를 못 본 지 1년이나 됐어요. 매일 영상통화 하는데 로마가 끊을 때 “이모 사랑해요” 할 때만 좋아요.

2021년이 된 지 아직 열흘도 지나지 않았어요. 올해 무슨 일이 일어나길 바라요? 한 세 가지만 말해봐요.
일단 누구와도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작년에 할머니와 큰 이별을 하고 나니까 엄마와도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았어요. 제 주변 모두에게 아무 일도 안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는 로마 만나러 호주에 가고 싶고 세 번째는 모든 게 좋아져서 사람이 꽉 찬 한강에 앉아서 치맥 하기.

소원, 바람이 잘 이루어지는 편인가요?
원래는 뭘 바라지 않았어요. 꼭 좋은 일이 생기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감사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나이가 드니까 겁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다 이뤄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