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예술은 못 잃어!

 

Jin Meyerson, I Open My Mouth To Eat You, 2015, Oil on Canvas, 188×266cm

Kim Hyun Sik, Who Likes Yellow, 2017, Acrylic on Epoxy Resin, Aluminum Frame, 91(d)×7cm

Ian Davenport, Untitled, 1995, Household Paint on Canvas, 213.4×213.4cm

당신을 위하여

미술계는 코로나19의 충격파를 외면하기보다 정면으로 응시하고 반응하는 선택을 하는 듯하다. 학고재의 전시 <38도>가 그 선두에 있다. 사람의 몸은 연약하여 낯선 균의 침투에도 쉽게 달아오른다. 체온은 감염의 지표다. 38℃는 고열의 기준점이어서 이를 넘기면 공공장소 출입이 제한된다. 온 세상 사람들이 나와 타인의 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키기 위해 격리하고 작은 징후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커다란 세상 속 작은 생명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며 도달할 수 없는 한도와 깊이로 우리를 품어온 자연과 환경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는 인류와 세상의 관계를 새롭게 고민한다. 학고재가 소장하고 있는 국내외 동시대 작가 10여 명의 작품을 몸, 정신, 물질, 자연이라는 네 가지 범주로 모으고 다시 나눴다. 모두 코로나19 이전에 완성한 작품들이지만 이렇게 분류해놓으니 또 다른 물음들을 던지는 듯하다. 미술관을 자유롭게 찾기 조심스러운 나날, 학고재갤러리는 전시장을 찾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같은 주제 아래 놓인 다양한 작품을 온라인 학고재갤러리 오룸(online.hakgojae.com)에서도 공개했다. 2월 28일까지.

 

Jang Min Seung, Jung Jae Il, The Book of Palms, 2020, Single Channel Panorama, Color, Sound

푸른 심상

사회적 메시지로서의 감정, 그중에서도 슬픔을 타인과 공유하는 일은 정말 가능할까. 현대 미술가와 음악가, 퍼포먼서가 협업한 전시 <푸른 종소리>는 ‘낮은 소리로’, ‘부르짖음’이라는 두 악장으로 이루어진 한 곡처럼 보인다. 미세하지만 끊임없이 전해오는 소리를 통해 늘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음을 예고하거나 공명의 공간으로 메아리친다. 각각의 방향으로 흩어진 울림의 메시지를 귀담아들으려는 수고가 하나의 의지이자 실천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물음을 던진다.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의 무용수들과 록밴드 더 내셔널, 작곡가이자 영화음악 감독인 정재일 등이 오늘의 기막힌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공감의 코드로 음악을 내세운다. 부산광역시 통합예약 홈페이지 (reserve.busan.go.kr)에서 사전 예약한 인원만 관람할 수 있다. 3월 21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

 

김태연, 얼굴 없는 게이머-Rotist86(민스이), 2020, 비단에 색채, 53×39cm

얼굴 없는 얼굴

온라인을 통해 외부와 소통하는 온택트 시대, 밀레니얼 세대 한국 작가 두 명의 평면 회화는 두고 볼 만하다. 온라인 환경을 소재로 작업하는 김태연은 게임 광인이다. ‘얼굴 없는 게이머’ 연작은 작가가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만난 게이머를 상상하여 그려낸 초상화다. 게임에서 대화를 나눈 목소리와 게임 캐릭터, 게임 운영 스타일 등을 추측하여 그렸다. 한국화를 선보인 김태연과 달리 서양화를 공부한 박진희는 자연 생태계의 근원지인 습지를 추상화한 대형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코로나19 발생은 자연을 등진 인간의 거만함이 낳은 결과라는 작가의 주장을 반영했다. 캔버스에 형상을 그리고 그 위에 또 다른 색을 덮어 지우고 채워가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마침내 완성한 3미터에 달하는 대형 캔버스는 붓이 지나간 다양한 선이 겹치고 연결되어 오묘한 색감과 형상을 만들어낸다. 마냥 멈출 수 없다는 듯 두 젊은 작가가 마련한 전시 <온택트>는 앞으로 우리가 접할 전혀 새로운 세상을 짐작하게 한다. 2월 21일까지, 공근혜갤러리.

 

NEW EXHIBITION 

<단순한 진심: 51 Lives>

박유아 작가가 가족을 주제로 한 초상 프로젝트 전시다. 한국 해외 입양인의 경험과 기억을 재해석했다.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이른바 ‘정상 가족’으로 규정하는 제도와 인식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장소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 기간 2월 28일까지

 

<물질과 상상>

다섯 명의 작가의 소재가 각자의 매체를 통해 작품으로 구현되는 과정, 즉 물질이 상상이 되는 순간에 주목한다. 작가의 상상이자 물질의 상상이며, 그 결과물을 바라보는 이의 상상으로 다시 이어지는 순간.
장소 닻미술관 기간 2월 28일까지

 

<마음 음성 듣기 연습>

권현아 작가가 전남 신안군 태평염전에서 12주간 머물면서 준비한 작업이다. 바람과 태양이 인간에게 주는 생명과 치유의 힘에 주목했다. 소금밭 위로 떨어지는 강렬한 석양을 3D로 재현한다.
장소 소금박물관 기간 3월 2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