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는 날엔 감성을, 눈이 오지 않는 날엔 눈을 기다리게 하는 그 영화들.

올해는 유독 눈이 많이 내리는 것 같죠. 새하얗게 덮인 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꼭 영화 속 한 장면 같고요. 그래서 모아봤습니다. 눈 오는 날, 다시 보면 좋은 영화.

<러브레터>

끝없이 펼쳐진 설원, “잘 지내나요?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는 여주인공의 모습. <러브레터>를 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이 장면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죠.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흰 겨울로 가득합니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약혼자에게 보낸 편지가 우연히 돌아왔다면? 편지의 주인공을 찾아, 그리고 추억을 찾아 떠나는 따뜻한 듯 가슴 시린 여정을 이와이 슌지 특유의 감성으로 담았습니다. 잊어야 하는 사랑과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을 다룬 영화 <러브 레터>. 흰 눈이 온 세상을 덮은 날, <러브 레터>와 함께 영화의 OST를 다시 들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동시에 미소가 지어질 거예요.

 

 

<킬 빌>

수도 없는 명장면으로 가득한 영화 <킬 빌>. 그중 손에 꼽는 명장면은 바로 우마 서먼과 루시 리우가 맞선 최후의 대결이죠. 눈이 소복이 내린 정원에서 신발을 차곡히 벗는 루시 리우의 하얀 버선발. 그리고 칼을 빼 드는 노란 트레이닝 복의 우마 서먼. 새하얀 눈 위에서 펼쳐지는 둘의 명 대결 씬은 약 9분에 이를 정도로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인데요. 눈 오는 출근길 혹은 퇴근길, 큰 결심을 하고 눈길을 헤쳐나가야 할때. <킬 빌>의 눈 위의 대결 장면을 떠올려보세요. 끔찍했던 눈길이 조금은 스릴 있게 느껴질지도 몰라요.

 

 

<러브 스토리> 

연인이 있다면 눈 오는 날 꼭 한번 따라 해보고 싶은 영화 속 명장면이 있다면 바로 <러브 스토리> 한 장면 아닐까요? 두껍게 쌓인 함박눈 위로 폭삭 눕는가 하면, 눈을 먹어보기도, 눈사람도 만들며 눈을 마음껏 즐기는 두 주인공이 모습때문에라도 이 장면은 연애 욕구를 불러 일으킵니다. 영화는 비록 슬픈 결말이지만 지금까지 명곡으로 꼽히는 <러브 스토리>의 OST를 함께 듣고 나면 눈 오는 날이 기다려질 겁니다. 연인이 없더라도 말이에요.

 

 

<렛 미 인> 

눈 오는 날, 조금은 섬뜩하고 독특한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영화 <렛 미 인>을 추천합니다. 스웨덴 영화 <렛 미 인>은 뱀파이어 소재를 다룬 영화인데요. 뱀파이어 매니아 사이에서는 잔혹 동화로 불리며, 다양한 해석을 낳은 명작 중 하나 입니다. 북유럽의 황량하고 차가운 겨울 풍경이 영화의 줄거리를 더욱 매혹적으로 이끌어내며, 12살 소년 소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갑니다. 하얗게 눈이 내린 추운 겨울 위로 펼쳐지는 <렛 미 인>을 보고 나면, 한국의 겨울은 그나마 낫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물론, 뱀파이어도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