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다르기에 가치있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외모가 아닌 전체적인 이미지로부터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대체 불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요. 이를 패션, 헤어, 메이크업 등으로 더욱 극대화시킬 수도 있죠. 저는 미술을 하지만 스타일리스트처럼 작업해요. 사회가 정한 미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들에게 이미지를 불어넣어 스타일링하는 거죠.”
– 송진욱(작가)

‘비주류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작업하는 작가 송진욱의 작품에는 립스틱이 묻은 앞니, 얼룩덜룩한 여드름, 차가운 치아 교정기 등 일반적으로 우리가 부끄러워하거나 숨기고 싶어 하는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이들이 등장한다.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맞지 않는, 어쩌면 ‘아름답지 못하다’고 치부되는 외적 요소이지만 그 모습은 틀에 박힌 아름다움보다 자유롭고 개성 있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메이크업은 각자가 투영하고 싶은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시도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것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아요. 즉, 메이크업은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지 숨기는 것이 아닙니다.”
– 알레산드로 미켈레(구찌 뷰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정적인 파운데이션 컬러가 빚어낸 인종차별은 시대착오적이고 고리타분한 편견으로 비판받아왔다. 이러한 요소를 경계하고 모든 피부색을 존중하기 위해 우리의 선택권은 더욱 폭넓어졌다. 구찌 뷰티는 ‘플루이드 드 보떼 피니 나뛰렐 내추럴 피니시 파운데이션’을 출시하면서 광고 컷과 캠페인을 통해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파운데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어떤 피부톤에도 딱 맞는 컬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보여준다. 각기 다른 피부색의 모델들이 전형적인 메이크업 튜토리얼에 반기를 들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포용하고 긍정했을 때 진정한 아름다움이 드러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미의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따라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어요. 자신이 가진 색깔과 개성을 표현하고,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고 생각할 때 진정 아름다워지는 거죠. 누군가는 콤플렉스라고 하는 요소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본다면 충분히 사랑스럽거든요.”
– 조옥경(작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그 가치를 알려주고자 작업하는 작가 조옥경.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지극히 친숙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날렵하지 않은 둥근 턱선에 듬성듬성한 눈썹 숱, 콧잔등엔 주근깨가 엷게 퍼져 있으며 입술에 주름도 가득하다. 그저 평범한 모습이지만 작가는 작품을 통해 평범함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려 한다.

 

“시세이도가 메이크업을 예술의 한 형태로 취급하는 방식이 맘에 들어요. 미의 기준을 특정하기보다는 각자가 가진 내외면의 개성을 매력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합니다.”
– 헌터 샤퍼(모델 겸 배우)

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이 일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모든 인권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시세이도가 글로벌 메이크업 앰배서더로 발탁한 ‘헌터 샤퍼’는 트랜스 여성이자 모델 겸 배우, 사회 운동가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삶을 대하고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시세이도는 그녀를 통해 개개인이 가진 개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메이크업 철학을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다.

 

“궁극적으로 아름다움은 주관적이에요. 하지만 뷰티 업계는 상당히 보수적이고 관습적인 부분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것이 저에게 확신을 불어넣어줬죠. 기존과 다르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바이레도의 메이크업은 이러한 주관적인 아름다움을 반영하고자 합니다.”
– 벤 고햄(바이레도 창립자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메이크업을 하는 순간의 규칙과 제약을 없애 해방감을 주고 싶었습니다. 보편적으로 아름다운 컬러를 만들지만 자신의 기호에 맞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죠. 당신이 원하는 무엇이든 되는 것, 그것이 바이레도의 지향점이에요.”
– 이사마야 프렌치(바이레도 메이크업 아티스트)

누구나 똑같은 립스틱을, 똑같이 입술에 바르고, 똑같은 아름다움을 좇아가는 것. 무의식 중에 자리 잡은 획일화된 미의 기준이 낳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기호와 상관없는 일방적인 메이크업은 나를 앗아갈 뿐이다. 바이레도 메이크업 라인의 모든 제품은 남녀 구분을 두지 않는다. 특히 ‘컬러 스틱’은 사용법을 제한하기보다는 사용자 스스로 주관과 본능에 중점을 두고 활용하도록 했다. 우리에게 선택권을 줌으로써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주관적인 아름다움’을 담은 것이다.

 

국내에서도 다양성의 가치를 이해하는 뷰티 브랜드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닥터디퍼런트는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개성을 찾기 위한 ‘I’m Different’ 캠페인을 진행했다. ‘나를 가꾸는 일도 나만의 기준에 맞게’라는 슬로건을 통해 틀에 박힌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나다움을 표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남성 모델을 통해 젠더리스 뷰티를 내세우기도 했다. 비슷한 사례로 샹테카이 코리아는 전 세계 최초 한국에서 출시한 쿠션 파운데이션인 ‘퓨처 스킨 쿠션’의 론칭과 동시에 남성 배우 유아인을 뮤즈로 선정했다. 메이크업 제품을 선보이기 위함이지만 성별은 중요하지 않았다. 샹테카이 코리아 지사장 이세미는 “오직 브랜드의 철학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뮤즈를 원했습니다. 배우 유아인은 평소에도 샹테카이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로서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죠”라고 말한다. 또 현실성 있는 모델과 진정성 있는 내용으로 구성한 리얼라엘의 ‘리얼피플, 리얼라엘’ 캠페인 영상도 화제를 모았다. 마르고 여리여리하기보다는 건강하고 강인한 이미지의 수영선수, 평범한 간호사 등이 등장해 일상을 보여주며 ‘내 피부에 좋은 클렌저는 내 피부가 직접 선택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영향력 있는 뷰티 브랜드가 다양성을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행보는 모두에게 미의 기준을 돌아볼 계기를 만들어준다. 이제 우리는 이 긍정적인 변화를 수용하고 동참할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