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한 시대를 그저 탓만 하고 있나? 월급쟁이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한 사람이 아직도 집을 사지 않은 ‘부동산 꼬꼬마’를 위해 4가지 조언을 건넨다.

 

“정안아, 너는 빌라 말고 꼭 아파트 사…”

정영수의 단편소설 <내일의 연인들>의 서두에 등장하는 기막힌 말이다. ‘엄마 친구 딸’ 선애 누나가 이혼을 하면서 비게 된 신혼집에 정안이 들어가 살게 되면서, 헤어진 부부의 삶의 흔적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선애 누나는 신혼집이었던 남현동 빌라가 팔리지 않아, 싱글인 정안에게 집이 팔릴 때까지 살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이혼을 하고도 재산분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안 팔리는 집 때문이었다.

‘빌라란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데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는 첫걸음을 디딜 수 있다. 한국에서 빌라의 반대말은 아파트다. 1981년 국민주택기금제도가 도입되고, 실평수 85㎡ 이하의 주택을 국민주택이라 이름 붙이면서 한국의 모든 집은 붕어빵처럼 규격화됐다. 세금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 지난 40여 년간 한국에서 지어지는 새 주택은 대부분이 59㎡, 84㎡의 전용면적을 가진 소형 아파트로 방 셋, 화장실 둘의 동일한 평면도를 지닌 모양으로 찍어져 나왔다. 이 덕분에 한국의 아파트는 언제든 사고팔 수 있고, 집을 보지 않아도 동호수만 알면 거래에 문제가 없는 현금에 준하는 화폐가 되고 말았다. 어느 아파트 몇 동 몇 호라는 한마디만으로도 자산을 유추할 수 있는 계급의 동의어가 된 것이다.

한국은 부동산 가격의 오름폭과 내림폭이 유난히 가파르고, 속도가 빠르다. 이건 모두 화폐처럼 거래되는 아파트 덕에 전 국민이 전 재산을 집에 묻어두면서 벌어진 일이다. 주식이나 금, 채권 등으로 분산투자하지 않고, 모두가 ‘아파트 게임’에 참여하면서 웬만한 집이 1년에 벌어들이는 연봉은 내 연봉보다 높아졌다.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지 않으면, 가만히 있어도 게임의 패자가 된다. 집값이 오를 때 내 자산은 오르지 않아 ‘벼락거지’가 되는 일은 지난 6년간 이 땅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아직도 집을 사지 않은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오늘 집을 사라, 이번 주말에 집을 사라, 다음 달이라도 집을 사라’는 것뿐이다. 경제뉴스와 두꺼운 재테크 책에 나오는 ‘청약통장을 만들어라, 지하철이 뚫리는 지역을 선점하라, 이 지역을 사면 오른다’ 등의 교과서 같은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뼈를 때리는 충고를 네 가지만 해보겠다.

은행 돈을 빌려서 집을 산다

모아놓은 돈도 없고, 월급도 쥐꼬리만 한데 집을 어떻게 사냐고 묻는다면 은행의 돈을 빌리라고 답해준다. 우리가 직장을 다니고, 상사에게 깨지면서도 버티는 이유는 바로 대출 때문이다. 집을 사는 데 필요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모두 정기적 수입이 있는 이들에게만 주어진 축복이다. 결혼조차 대출의 한도를 2배로 늘려준다는 점에서 부동산 투자를 위해선 이로운 선택이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이 되면서 집값의 40% 이내로 담보대출 비율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6억원 이하의 주택은 보금자리대출을 통해 집값의 50~70%까지 대출이 나온다. 9억원 이하 주택의 40% 대출도 적은 금액은 아니다. 여기에 연봉의 120% 안팎 나오는 신용대출을 더하면 여전히 집값의 약 3분의 2는 대출을 통해 충당할 수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2%대 초반 저금리로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단군 이래 가장 대출받기 좋은 시기다.

청약통장은 쓸모가 없다

2017년 8월 2일(그 유명한 8.2 부동산 대책을 말한다) 이후 20~30대의 청약통장은 전혀 쓸모가 없어졌다. 확률상 로또가 당첨되면 집을 사겠다는 계획만큼 터무니없는 계획이 아파트 분양을 노리는 일이다. 자녀가 둘 이상인 40대 후반 부부가 청약통장을 20년 납입하고도, 서울에선 분양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싱글이거나, 나이가 젊다면 애당초 그 돈으로 집을 사는 데 쓰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뭐 1.5%의 은행이자라도 받고 싶다면, 적금 대신 붓는 건 말리지 않는다.

전세입자의 도움을 받아라

대출을 받아도 돈이 모자란다면, 전세입자가 있는 집을 사는 방법이 있다. 소위 갭투자다. 전세는 보유세를 내지 않아 거주에 드는 비용이 없다. 그렇다고 전세 생활에 만족하면 ‘벼락거지’가 되고 만다. 당신이 전세로 주거를 하고 있다면 집주인의 자산을 불려주기 위해서 그 힘든 노동을 견디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작년 7월 ‘전월세 2법’이라는 법이 만들어진 이후 서울의 전셋값은 천장이 사라진 것처럼 폭등했다. 세입자에게 2+2년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니 집주인은 4년 치 전셋값을 미리 받았고, 눌러앉는 세입자로 전세매물도 사라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전셋값 폭등은 서민들에게 피눈물 나는 일이지만, 집을 사려는 이들에게는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가 온 것이라 볼 수 있다. 세상에 내가 살 수 있는 집은 없을 것만 같지만, 지금도 3호선이나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일산이나 1호선, 7호선이 지나는 인천만 해도 전세율이 집값의 70~80%에 육박해 1억원 이하, 심지어 3천~5천만원으로도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일단 집을 샀다면, 내 저축을 열심히 해 그 집에 들어갈 날을 꿈꾸면 된다. 실거주를 하지 않으면 양도세가 많이 나오겠지만 직주근접 때문에 불가능하다면, 집이 벌어다준 돈을 세금을 내고 정부와 반반씩 나눠가져도 된다. 이후에 할 일은 돈이 모일 때마다 더 넓고 좋은 집으로 이사를 부지런히 하는 것뿐이다.

빌라, 오피스텔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빌라는 절대 사지 말라’고 읍소하는 소설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특별한’ 빌라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바로 재개발지역의 빌라다. 집은 수명이 있다. 철근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져도 30여 년이면 수명이 거의 다해 헌집은 새집으로 다시 태어나길 원한다. 도시와 시민 모두가 원하는 일이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나 빌라가 밀집된 지역에서 집의 나이가 평균적으로 30대를 넘어가면 새집이 될 준비를 마친다. 건물의 가치는 감가상각되어 0원으로 수렴하지만 땅의 가치는 새집에 대한 기대로 급등하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통해 재개발의 기적이 일어난다. 소설 <한국이 싫어서>에서 계나의 4인가족이 살던 좁은 아현동의 빌라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라는 모두가 꿈꾸는 아파트로 변신했다. 2~3억원에 불과하던 집값이 20억에 육박하는 가격이 됐으니 10년 동안 상승률은 1000%에 육박한다. 이게 바로 빌라를 사서 돈을 버는 방법이다. 북아현 뉴타운, 장위 뉴타운, 이문 뉴타운, 노량진 뉴타운 등등 서울의 낙후된 지역에서는 여전히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정비사업의 끝이 가까울수록 10억원에 육박하는 초기투자 비용이 들지만, 초기 단계의 재개발 중에는 그보다 작은 돈으로 투자를 해볼 만한 지역도 많다. 소위 ‘몸테크’라고 부르는 이 낙후된 집에서 실거주를 하며 투자 대박을 노리는 젊은 세대도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마지막으로 원룸이 아닌 방이 2개 이상인 아파트에 준하는 평면으로 소위 ‘아파텔’로 불리는 오피스텔도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서울 집값은 40%로 대출규제가 걸려 있지만 오피스텔은 여전히 70%까지 대출이 나온다. 올 들어 김포와 파주 등이 급등한 이유는 단지 규제가 없어 대출이 많이 나온 덕분이었다. 그 말인즉슨, 오피스텔도 물이 들어올 거라는 뜻이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어도 질문은 나온다. 집값은 계속 오를까요?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집값은 물가상승에 연동해 꾸준히 올랐다. 내 형편이 된다면, 또는 대출금리가 유리하다면 오늘이라도 당장 집을 사서 정주성을 획득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Money, Never Sleeps.” 영화 <월스트리트>가 남긴 명대사다. 돈은 잠들지 않는다는 말을, 한국에서는 이렇게 바꿔야 한다. “집값은 절대 잠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