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신간부터 식습관에 관힌 책 등 주목해야 할 1월의 책.

 

빨간 책

금서의 역사를 보면 그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2006년 출간된 <100권의 금서>에서는 금서가 된 사연을 크게 3가지로 나누었다. 정치적 이유, 종교적 이유, 사회적 이유, 그리고 성적인 이유다. 즉, 에로티시즘 문학은 탄압을 받았다.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는 가장 많은 해적판을 양산한 에로티시즘 문학 6권을 묶었다. 출간 당시 금서가 된 <채털리 부인의 사랑>, <보바리 부인>부터 아나이스 닌의 <헨리와 준>, 윌리엄 버로스의 <퀴어>, 마조히즘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모피를 입은 비너스> 등이다. 스마트폰으로 라노벨과 BL문학을 쉽게 볼 수 있는 이 시대에 고전이 된 이들 작품의 빨간 맛은 점잖기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깊숙한 내면에 잠재된 욕망을 일깨우는 데에는 충분하다.

 

지극히 사적인 하루키

하루키만큼 세상이 사랑하는 작가는 또 있을까. 팬들에 의해 하루키 소설 속의 음식과 음악에 관한 에세이는 물론, 급기야 하루키 단어 사전인 <하루키의 언어>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일인칭 단수>는 <여자 없는 남자들> 이후 6년 만에 찾아온 하루키의 신간으로 최근 발표한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제 노년이 된 하루키는 마치 과거를 마주하는 듯 자신의 옛 이야기를 꺼낸다. 그래서 이야기는 자전적 소설 같기도, 에세이 같기도 하다. <고양이를 버리다>는 하루키의 신작 에세이로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관계와 가족이 통과한 전쟁의 흔적을 되짚는다. 분량은 짧지만, 하루키의 전작을 모두 읽었다면 책 속에 담긴 작가의 소회와 이전 작품을 곧바로 연결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일류로 살기

<지큐 코리아>의 피처 디렉터였던 손기은은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푸드 라이터’였다. 숫제 방망이를 깎는 장인처럼 먹고 마시는 것만 팠다. 재래 시장을 돌면서 할머니들의 조리법을 방언 그대로 옮긴 기사는 정말이지 고왔다. 그가 사표를 던지고 술 중심의 문화공간 라꾸쁘를 차렸을 때 또 한 명의 인재가 업계를 떠나는 것이 슬펐다. <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는 그의 첫 음식 에세이다. 음식과 술을 애호하며 사는 일상이 담담하면서도 위트 있게 담겨 있다. 전 남친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유증기, 숨이 넘어가려는 반려견을 위해 갈치 한 토막을 구운 엄마의 손길, 일하느라 정작 차 안에서 끼니를 때우는 모습 속에서 또 한번 깨닫는다. 음식은 얼마나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가? 힘든 날에는, 힘을 내어 먹자.

 

NEW BOOK

<내일의 연인들>

서울의 곳곳을 배경으로 연애의 흔적을 되짚는 정영수 작가의 소설집이다. 표제작인 <내일의 연인들>은 이혼한 누나의 빈집에 머물게 된 커플의 이야기다. 그 외에도 완벽해 보이는 커플의 비밀, SNS 속에서 그 사람의 흔적을 끊임없이 찾는 남자 등 이미 지나가버려 쓸쓸한 연애담이여.
저자 정영수 출판 문학동네

 

<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스테이케이션’ 중일지 모른다. 집 안에 머무르는 것이 가장 안전한 시대에 이 책은 14일이라는 기간 동안 가장 좋은 여행지가 된 집을 다시 탐구한다. 하루마다 의미 있는 시간을 발견한다. 작가는 말한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저자 해리어트 쾰러 출판 애플북스

 

<우리가 날씨다>

아침 식사로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소설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사프란 포어에 따르면 그렇다.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그를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식습관을 진지하게 탐구하며 우리가 곧 날씨 변화를 막을 수 있는 주체임을 강조한다.
저자 조너선 사프란 포어 출판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