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자로 ‘KANGHYUK’이 선정됐다. 자동차 에어백을 이용해 만든 옷으로 2019 LVMH프라이즈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올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이들. 2016년 영국 왕립예술학교의 남성복 석사 졸업 동기이자 브랜드 ‘강혁’을 이끄는 두 디자이너 최강혁과 손상락을 만났다.

 

SFDF 디자이너로 선정된 걸 축하한다. 소감이 어떤가?
최강혁(이하 최) 이런 영광스러운 상을 받아서 기분이 너무 좋다. 부모님도 아주 좋아하신다.
손상락(이하 손)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다.

<얼루어>와는 첫 만남이다. 강혁은 어떤 브랜드인지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강혁은 최강혁과 손상락 듀오 디자이너 레이블이다. 자동차 에어백을 재가공해서 옷을 만들고 있다. 에어백을 분해하고 평면화시키고 다시 3D형태로 가공하는 것이 메인이고, 그 외 버려진 나일론부터 폴리에스테르까지 지속가능한 원단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취하면서 대중적인 디자인(구매로 이어지는 디자인이랄까)을 구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은 느낌이다. 앞으로 컬렉션의 방향도 이런 느낌일까?
지속가능성은 지금 시대에 외면할 수 없는 이슈다. 지속가능한 소재를 이용해 사고 싶고 입기 편한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컬렉션의 방향도 이런 느낌일까?
인공, 소재 균형을 콘셉트로 에어백이 가진 요소와 특징을 잘 활용한 컬렉션을 선보여왔고 지금의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다. 현재는 여성복과 액세서리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강혁을 드러내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보여줄 게 많다.

에어백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우연히 자동차 사고 현장에서 터진 에어백을 보고 재활용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에어백의 바코드, 로고, 구멍, 스티치 등이 그래픽적이고 조형적으로 느껴졌다. 자동차의 구조적인 면면을 좋아하기도 하고, 스피드 자체도 좋아한다.

타이어로 만든 스니커즈도 그렇고. 특별히 자동차를 좋아하는 건가?
에어백과 연관된 다양한 산업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나 기계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일은 브랜드를 더욱 깊이 있게 확장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의 순수성에 집중하려면 사물의 본모습을 순수하게 보는 눈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에어백을 이용해 옷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니까. 실패한 사례도 있나? 
실패는 정말 많이 했다. 에어백의 색이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른 촌스러운 핑크라든가 너무 더러워서 사용하지 못하거나 두께도 일정하지 않아 버린 적도 있다. 원단을 제대로 공급받기 전까진 어려움이 많았다.

둘이 브랜드를 이끄어가며 서로의 역할이 따로 있나?
전체적인 콘셉트와 디테일에 많이 집중한다.
CEO와 디자이너 일을 겸하고 있고, 기획력과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매력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 내가 사고 싶은 것을 디자인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도 사고 싶어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소재와 디테일이 아닐까. 강혁을 얘기할 때 소재를 빼놓을 수 없다. 그것을 완성도 있게, 과감하게 실루엣을 만들어내는 게 나의 장점이다.

유명해진 계기가 많다. 먼저 사진가 닉 나이트와의 촬영을 꼽을 수 있는데,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그 작업이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는 포인트가 된 것 같은데. 
런던의 콘셉트 스토어 머신 A(Machine-A)의 디렉터 스타브로스가 닉 나이트와의 촬영을 제안해주었다. 결과물이 잘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또 국내에선 밀릭, 식케이, 크러시 등이 착용하며 더 유명해진 것 같은데 그들이 강혁을 입은(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도 연락하는 좋은 친구들이다. 좋아하는 스타일이 비슷해서가 아닐까?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드니까 자연스럽게 그들도 좋아하는 것 같다.
옷의 구조나 소재가 특이하고, 그래서 무대에서 더 돋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디자인이 누가 봐도 강혁이라는 게 드러날 만큼 개성있다. 디자이너 스스로 생각하기엔 강혁이라는 브랜드는 매니악적인가 대중적인가?
굉장히 매니악하다. 하지만 옷은 두 가지가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생각이다. 두 가지가 공존하는 것이 모순이긴 하지만, 양쪽 모두를 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밸런스가 중요하다.

강혁이 내놓는 설치물도 인상적이다. 그것 또한 컬렉션의 일부인가?
컬렉션의 연장이라기보다는 각 시즌마다 주어진 환경(도시, 스토리)과 당시의 감정을 설치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또 피지컬 쇼를 대신해 설치 작업으로 보완하기도 한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어떤 것을 공간에 맞게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 재미있기도 하고.

이번 비이커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어떤 컬렉션을 전시하나?
2020 가을/겨울 컬렉션의 일부를 선보인다. 에어백 소재의 아우터, 셔츠, 팬츠 등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전보다 정제된 모습의 설치물을 전시했다.
특히 첫 번째 컬렉션부터 시그니처 피스를 모두 정육점의 냉동 고기처럼 미트 패킹해놓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다음 시즌에 더 좋은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이다.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작업도 하고 싶다.
매 시즌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SFDF를 통해 좀 더 발전적이고 성숙한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