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불안, 무력감 휩싸인 2020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에도 문화와 예술은 주변에서 우리를 위로하고 있었다. 2020년의 진정한 친구였다.

 

BTS GOES ON

방탄소년단은 올해로 여러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난 2월 발매한 네 번째 정규 음반 <Map of the Soul: 7>은 첫 주에만 337만 장이 판매되며 역대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음반이 되었다. 국내 투어가 무산된 아쉬움도 잠시, 레트로 디스코 콘셉트의 싱글 <Dynamite>를 발표하며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서 10주 연속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Be(Deluxe Edition)>로 돌아올 준비를 마쳤다. 이번 앨범은 멤버 전원이 콘셉트 구상과 곡 작업, 비주얼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기에 더욱 기대가 높다. BTS의 영광은 계속되리.

 

예견된 성공

4월부터 6월까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 ‘아로하’가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차트에 오른 곡은 조정석이 불렀지만 원곡 가수인 쿨 또한 자연스러운 역주행 흐름에 탑승했다. 흐름을 이어받아 여름에는 둘도 없을 중고 신인 그룹 싹쓰리가 작정하고 출격했다. 8월 한 달만 해도 10위권 안에 ‘다시 여기 바닷가’ ’그 여름을 틀어줘’ ‘여름 안에서’의 3곡을 올렸다. 인기 예능의 프로젝트 그룹으로, 방송의 힘으로 이뤄낸 시시한 성공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대중적인 성공은 확실하게 이뤄냈다.

 

뜻밖의 협업

생각지 못한 올해의 피처링 조합.

블랙핑크×Selena Gomez ‘Ice Cream’
하이틴에서 튀어나온 듯한 블랙핑크와 셀레나 고메즈가 만나 무더운 여름에 어울리는 청량한 댄스-팝을 완성했다. 유교걸을 놀라게 한 도발적인 가사로도 화제를 모았으며 뮤직비디오는 무려 3억9천 뷰를 기록했다.

 

Suga of BTS×MAX ‘Blueberry Eyes’
맥스가 아내를 위해 쓴 곡에 BTS 슈가가 아름다운 랩을 더했다. 한국어가 그대로 들어갔지만 이질적이기보다 더 묘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화사×Dua Lipa ‘Physical’
지난해 ‘2019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의 인연으로 성사된 협업. 감각적인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경쾌한 댄스곡으로 두 뮤지션의 중저음 음색이 관능적인 조화를 이룬다.

 

‘초동’ 신화

올해도 어김없이 기록은 다시 쓰였다.

1위 방탄소년단 / MAP OF THE SOUL : 7(ON) 337
2위 세븐틴 / 헹가레(LEFT & RIGHT) 109
3위 세븐틴 / ; [SEMICOLON] (HOME;RUN) 93
4위 백현 / DELIGHT (CANDY) 70
5위 블랙핑크 / THE ALBUM (LOVESICK GIRLS) 68

 

아, 테스형!

지난 추석, 누군가는 영원히 지지 않는 젊음의 현신을 보았고 다른 누군가는 K팝 ‘짐승돌’의 기원을 목격했다. 150분간 무려 29곡을 소화하며 기원전에 세상을 뜬 현인과 형제의 연까지 나눴다. 가황의 명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10월 가수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임영웅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 국민적 성원에 힘입어 12월 연말 콘서트를 개최한다. ‘피케팅’이겠지만 성공한다면 부모님께 한동안 생색 낼 수 있는 기회다.

 

BLACKPINK IN YOUR AREA

블랙이든 핑크든 하는 것마다 힙한 태가 난다. 데뷔 4년 만에 낸 정규 1집 <The Album>은 칼날을 갈고닦은 만큼 노련했다. 미국 빌보드 200과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에서 모두 2위에 등극하며 K팝 걸그룹 최고 순위를 자체 경신했다. 12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K팝 걸그룹 최초 밀리언셀러로 등극하기도 했다. 샤넬, 생 로랑, 셀린느, 디올 등 패션 브랜드의 얼굴이 되고 넷플릭스 최초 K팝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가 제작되었다. ‘또 이 어려운 걸 해내지, 우린 예쁘장한 새비지(Savage)!’

 

NCT WORLD

한번 빠져들면 일년 내내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이 NCT의 세계관이다. NCT U부터 NCT 127, NCT DREAM, WayV까지. 올해는 2명의 멤버를 새롭게 영입한 후 23명의 NCT 2020으로 활동 중이다. 영입이 자유롭고 유닛까지 다양하니 처음엔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점점 빠르게 성장하는 팬덤의 크기와 음반 판매량은 NCT라는 플랫폼의 성공을 입증하고 있다. 정규 2집 <Pt.1>은 발매 일주일 만에 밀리언셀러에 등극했고 공개될 <Pt.2>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월간 1위의 주인공은?

1월 창모 METEOR

 

2월 지코 아무노래

 

3월 가호 시작(이태원 클라쓰 OST)

 

4월 앰씨더맥스 처음처럼

 

5월 아이유 에잇(Feat. SUGA of BTS)

 

6월 아이유 에잇(Feat. SUGA of BTS)

 

7월 블랙핑크 How You Like That

 

8월 싹쓰리 다시 여기 바닷가

 

9월 BTS Dynamite

✽출처:멜론 월간 TOP 100 차트

 

한국의 리듬

한국관광공사가 기획한 <Feel the Rhythm of Korea> 시리즈는 유튜브상에서 매회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국내외의 화제를 모았다. 자유로운 듯 절제된 움직임을 보여준 현대무용 그룹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 한국적이면서도 독특한 바이브를 살린 퓨전 국악그룹 ‘이날치 밴드’의 합작이다. 3억 뷰를 돌파한 서울편의 배경음악인 ‘범 내려온다’의 중독성 때문에 반강제로 ‘1일 1범’을 하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이날치 밴드의 장영규 프로듀서는 이전에 영화 <전우치>,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OST에도 참여한 바 있다. 남다른 감성과 선명한 기획이 함께한 이날치 밴드의 발견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DUO PERFORMANCE

아이린&슬기 듀오가 귀한 가요계에서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콘셉트와 퍼포먼스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Monster’에서 후속곡 ‘놀이’까지 섬세한 합의 퍼포먼스를 보고 있자면 유쾌한 쾌감이 느껴졌다. 박진영&선미 박진영이 선미와 호흡을 맞춘 ‘When We Disco’는 뮤지션의 끼와 흥이 뭔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결국 패션 몰 광고까지 진출!

 

아무튼 트로트

2020년에 새삼스러운 트로트 붐이 일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새로운 트로트 프로그램이 생기고 하루에도 재방송이 몇 번이나 반복되니, 이어폰을 꽂지 않았을 뿐 TV로 돌리는 스트리밍이나 다름없다. 특정 세대만의 이야기일까? 한국인이라면 으레 내장된 ‘한의 정서’, 소위 ‘뽕삘’이 있기 마련이니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고 단언하기엔 이르다. 이 뜨거운 흐름의 중심에는 <미스터 트롯>이 있었다. 마침 임영웅, 영탁, 이찬원 등 어마어마한 팬덤을 확보한 TOP6의 전국투어 콘서트가 10월 말부터 재개됐다. 곧 <미스트롯2>가 방영되고 집콕 일정에 변동은 없을 것 같으니 트로트 전성시대가 한동안 태평성대를 이룰 전망이다.

 

시선이 머무는 커버

PREP<Carrie>
영국 시티팝 밴드 프렙의 커버는 언제나 명랑한 색감 뒤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다. 밝은 멜로디 너머로 우울을 심어둔 그들의 노래와 꼭 닮았다.

 

신해경 <속꿈, 속꿈>
시인 이상의 본명인 김해경에서 이름을 딴 신해경의 첫 정규 앨범이다. 꿈결 같은 세상에도 선연한 색으로 피어나는 감성을 담은 커버는 하혜리 작가의 작업. 어슴푸레한 새벽을 닮은 드림팝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커버가 있을까.

 

Petit Biscuit, Shallou <I Leave Again>
맑고 잔잔한 호수 위, 빈집에 불이 붙는다. 이별은 그렇게 다가온다. 정적과 동적, 차가움과 뜨거움을 한데 담아낸 아트워크는 상실감을 탁월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다. 광활한 자연 속의 뮤직비디오는 더욱 압권.

 

김사월 <헤븐>
“흠뻑 울고 나면 어쩐지 기운이 나는 것 같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세 번째 정규앨범에 쓰인 김사월의 말이다. 불확실과 슬픔을 온몸 가득 받아낸 다음 말갛게 갠 얼굴로 아침을 맞는다.

 

듣고 싶다,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년 9개월여 만에 국내 리사이틀 무대를 가졌다. 오랜만의 고국, 지쳐 있는 팬들을 위해 있는 힘껏 연주 활동을 펼쳤지만 그의 무대를 원하는 사람은 더욱 많았다. 그 어떤 콘서트보다 열띤 티케팅 전쟁이 열렸고, 끝나고 나면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초 예정된 공연을 마무리하고 추가 공연까지 편성되었지만 이번에도 내 자리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