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원두가 있다. 절묘한 비율로 기묘한 향미를 품은 하우스 블렌드는 카페와 로스터리의 자랑스러운 얼굴이다. 커피를 사랑한다면 한 번쯤 만나게 될 7개의 얼굴.

 

 

250g, 1만9천원.

모멘토 브루어스 | 시즈널 에스프레소 블렌드

당신의 하우스 블렌드는? 호주 멜버른 커피 브랜드 마켓레인 커피의 시즈널 에스프레소 블렌드다. 시즈널인 만큼 최소 두 달에서 최대 네 달 주기로 바뀌고 있다. 현재 사용 중인 블렌드는 과테말라 80%, 에티오피아 20%로 다크 초콜릿과 오렌지의 산미, 블랙커런트 잼의 단맛이 입안을 꽉 채운다.

하우스 블렌드를 만들게 된 계기는? 각각 뚜렷한 맛과 색을 가진 원두를 블렌딩했을 때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단, 각 원두의 색을 가리지 않도록 항상 두 가지 원두로만 구성하고 있다.

블렌드에서 신경 쓴 점이 있다면? 원두가 갖고 있는 본연의 맛들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 또한 블랙(롱블랙, 에스프레소)과 화이트(플랫화이트, 라테)로 마실 때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어떻게 마셔도 맛있는 밸런스를 찾고자 한다.

어떻게 마셔야 맛있나? 사용하는 장비에 정해진 답은 없다. 다만 에스프레소용 원두는 에스프레소와 모카포트로, 필터용 원두는 에로프레스, 하리오드립, 플런저로 즐기길 권장한다. 추출방법의 경우 광범위하고 선호하는 레시피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자신만의 레시피를 찾길 추천한다.

집에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법은? 간편하게 즐기고 싶다면 드립백 제품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에로프레스와 하리오 필터 드리퍼로 내린 커피를 좋아한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점은? 모멘토 브루어스를 포함해, 원두 수입 회사가 많이 생겼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시기이지만 한국에서도 좋은 원두를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200g, 1만3천원.

펠트커피 | 클래식 블렌드

당신의 하우스 블렌드는? 현재 시즈널 에스프레소, 클래식 에스프레소, 클래식 에스프레소 플러스, 디카페인 에스프레소의 4가지 블렌드를 선보이고 있다. 추운 계절에는 클래식 블렌드를 따뜻하게 즐기길 추천한다. 펠트가 생각하는 커피의 클래식이다. 밀크와 다크 초콜릿을 넘나드는 단맛에 은은한 산미가 더해져 단조롭지 않다. 견과류의 고소함이 입안을 지그시 눌러주는, 균형이 좋은 에스프레소 블렌드다.

하우스 블렌드를 만들게 된 계기는? 커피 생두는 농산품이기에 매년 작황에 따라 커피맛이 달라진다. 그래서 변함없이 가장 좋은 맛을 전달하기 위해 매년 직접 산지를 방문해 생두를 선별하고, 로스팅과 블렌딩 작업을 하고 있다.

로스팅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환경에 따라 변동성이 큰 작업인 만큼 균일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언제 어디서 먹어도 동일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집에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법은? 커피를 맛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필요한 순간에 좋은 커피가 바로 옆에 있어야 한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편하게 내려 마실 수 있는 드립백을 추천한다. 집뿐 아니라 캠핑, 등산에서도 봉투 하나와 뜨거운 물, 컵만 있다면 근사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점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에서 즐기는 커피 문화가 활발해진 것 같다. 매장과 홈페이지에서 원두를 직접 구매하는 고객도 늘었다. 그에 따라 싱글 원두, 또는 카페인을 즐기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디카페인 블렌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150g, 1만6천원.

메쉬커피 | 럭키 블렌드

당신의 하우스 블렌드는? 우유와의 조화가 좋은 러브 블렌드, 클래식하고 편안한 느낌의 해피 블렌드 등 지금까지 4가지 블렌드를 선보였다. 그중 하나를 추천한다면 단연코 럭키 블렌드다. 일년 중 특별한 때만 가끔 선보이기에 말 그대로 운이 좋아야 구매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 커피의 화사함과 콜롬비아 커피의 청량함이 더해져 그 매력을 마음껏 뽐낸다.

하우스 블렌드를 만들게 된 계기는? 누군가 완벽한 커피를 묻는다면 커피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릴 만한 품종이 떠오른다. 바로 ‘게이샤’다.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향미이지만 일반적인 커피 가격의 수십 배를 호가하며 재배 지역도 제한적이라 수확량 자체가 매우 적다. 이 게이샤 커피의 느낌을 블렌드로 표현하고 싶었다. 만약 성공한다면 행운이라는 마음으로.

블렌드에서 신경 쓴 점이 있다면? 기분이 좋아지는 달콤함과 생동감을 불어넣는 새콤함이 적절하게 입안에 퍼지길 바란다. 원재료에서 느꼈던 특징들이 차곡차곡 쌓이도록 하기 위해 비율을 세밀하게 조정한다.

어떻게 마셔야 맛있나? 쌀쌀한 계절인 만큼 따듯한 블랙커피가 좋겠다. 특히 에티오피아 원두 비율이 높은 럭키 블렌드는 은은한 카다멈, 캐러멜향과 잘 어울려 시나몬 롤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보관 시 중요한 점은 산소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밀폐용기도 빈 공간이 많다면 커피가 산소와 만날 조건이 된다.

집에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법은? 좋은 그라인더. 전자동 그라인더가 편리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코만단테 C40 수동 그라인더를 추천하고 싶다. 커피를 넣고 드르륵, 느긋하게 갈면 은은하고 신선한 향기가 퍼진다. 커피를 마시기 전부터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자신이 원하는 커피맛을 찾고 싶다면 커피와 물의 비율을 정해둔 채 추출시간에 따라 분쇄 정도를 조절하면 된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점은?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확연히 늘었다. 원두를 사는 사람도, 커피 내리는 법을 물어보는 손님도 많아졌다. 인기 있는 커피 도구는 수입되자마자 몇 분 만에 품절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앞서 말한 게이샤 품종은 글로벌 경기 악화로 전보다 많이 소개되어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덕분에 커피 애호가들은 즐거운 해가 되었다.

 

200g, 1만5천원.

앤트러사이트 | 공기와 꿈

당신의 하우스 블렌드는? 앤트러사이트는 현재 6개의 하우스 블렌드를 소개하고 있다. 그중 다가오는 계절에 맞춰 ‘공기와 꿈’을 추천한다. 앤트러사이트가 처음으로 만들었던 블렌드로, 가장 좋은 그레이드와 로트만을 선별해 실험적이며 완성도가 높다. 산뜻하고 부드러운 질감으로 꽃과 과일의 달콤한 향미다. 누가캔디의 단맛과 과즙, 차의 여운이 고루 느껴진다. 쌀쌀하지만 볕이 좋은 아침에 어울린다.

하우스 블렌드를 만들게 된 계기는?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생각하며 생두를 선별하고 블렌딩에 투영하는 작업은 그 자체로 재미있었다. 토마스 만, 나쓰메 소세키, 윌리엄 블레이크… 작가의 색깔과 주요 단어, 분위기, 문체 같은 것들을 생각하다 보니 더 구체적인 블렌딩으로 이어졌다.

블렌드에서 신경 쓴 점이 있다면? 단순한 커피가 아니라, ‘지금 어떤 커피를 마시고 싶다’라는 구체적인 생각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이를테면 캐릭터가 살아 있는 커피가 되어야 한다. 장점을 극대화하고 맛과 향의 밸런스가 좋은 것은 기본이다.

로스팅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설계한 맛이 그대로 발현되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중요시한다. 계절이 바뀌어도 맛의 편차가 없는 균일함도 빼놓을 수 없다.

집에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법은? 간편하게 즐기고자 한다면 앤트러사이트의 모든 블렌드를 체험할 수 있는 드립백 6세트를 추천한다. 여러 종류를 선택해 마시는 것도 재미있지만 하나의 블렌딩 원두를 추출 도구를 달리해 내려보는 것도 좋다. 핸드드립으로 시작했다면 과감히 드리퍼의 종류를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말 그대로 블렌딩이므로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오늘 느껴지는 원두는 어제와 다를 것이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점은? 콜드브루, 드립백, 캡슐커피 등 홈카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정에서 쉽고 다양한 선택권을 갖춘 커피를 원하고 있는 거다. 특히 온라인 시장에서는 이미 관심도가 높아 지금까지와는 다른 커피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350g, 2만1천원대.

커피렉 | 도산+, 도산-, 아이 엠 앤 블렌드

당신의 하우스 블렌드는? 지점별로 다른 하우스 블렌드를 선보이고 있다. 도산대로점에는 에티오피아와 브라질 2종을 블렌딩한 ‘도산+’와 디카페인 블렌드 ‘도산-‘가 있다. 전자는 향긋한 풍미와 견과류의 고소함이, 후자는 마카다미아, 땅콩과 같은 고소하고 부드러운 바디감이 특징이다.

다가오는 계절에 추천하는 하우스 블렌드가 있다면? 커피렉 온라인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이 엠 앤 블렌드’를 추천한다. 부드러운 질감과 바디감을 바탕으로 검붉은 베리류의 산미와 단맛이 매력적이다. 마치 혀 위에 진한 꿀을 올려놓은 듯한 달콤함이다.

블렌드에서 신경 쓴 점이 있다면? 생두 간의 시너지를 신경 쓴다. 지속적으로 판매해야 하는 블렌드의 경우, 자극적인 맛보다는 단단한 구조감에 중점을 두려 한다.

로스팅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첫째로 산미와 단맛, 바디감이 균형을 이루는 로스팅 포인트를 찾는 것. 둘째로 어떤 추출 방법에서도 용이한 추출이 가능하도록 로스팅하는 것. 마지막으로 누구나 추출해도 그 맛을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집에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법은? 본인의 원두 취향을 알고 싶다면 커피렉 온라인몰의 샘플팩을 추천한다. 12종의 원두로 구성되어 다양한 원두를 효율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원두를 찾은 후, 해당 산지의 다른 원두도 차례대로 시도해보면 좋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점은? 스페셜티 시장이 매년 커지고 있기에 블렌드를 개발하며 조금 더 캐릭터 있는 원두를 선보이고자 한다. 소비자 또한 커피를 평가할 때 예전보다 산미나 향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200g, 1만3천원.

리사르 커피 | 다크 블렌드

당신의 하우스 블렌드는? 마일드와 다크 블렌드, 이렇게 두 종류의 하우스 블렌드가 있다. 그중 단풍이 지고 서늘한 날씨에는 다크 블렌드를 추천한다. 복잡하고 다양한 향미는 아니지만 분쇄했을 때 퍼지는 은은한 견과류 향과, 마실 때 느껴지는 달콤한 초콜릿 풍미가 인상적이다. 무거운 느낌이지만 농도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하우스 블렌드를 만들게 된 계기는? 원두의 품질을 위한 결정이었다. 이전에는 다양한 원두를 볶아 단품종으로 제공했는데 관리와 판매가 원활하지 못했다. 제품군 최소화를 위해 블렌드를 만들게 되었다.

블렌드에서 신경 쓴 점이 있다면? 원가와 판매 단가. 판매하고자 하는 가격에 맞는 재료를 찾아야 했고 맛도 좋아야 했다. 현재는 브라질 생두 위주에 에티오피아 생두를 살짝 혼합한다. 다양한 향미보다는 맛에 집중할 수 있는 비율을 선호한다.

로스팅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작업 중인 로스팅으로 어떤 맛이 형성되는지 예상할 수 있는 정보, 즉 경험이다. 맛을 보고 늘 적어두는 습관은 정보를 만드는 데 중요한 과정이다. 이 정보에 따라 균일한 상품의 생산, 유지, 관리가 가능하다.

어떻게 마셔야 맛있나? 모카포트 사용을 추천한다. 간혹 원두를 갈아서 가져가면 빨리 먹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물어보신다. 원두는 볶은 직후부터 향과 맛이 계속 감소하기에 어쩌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맛과 향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모카포트를 사용할 때는 가장 약한 불을 써야 한다. 약한 불로 끓여낸 커피가 센 불로 끓인 커피보다 맛이 좋다.

집에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법은? 오로지 모카포트. 가장 저렴하고 쉽고 간단하다. 관리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물로만 세척해 대충 말려도 된다. 리사르의 커피가 모카포트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도 있지만 모카포트 특유의 그윽함이 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좋은 기분이 드는 그윽함이다.

 

200g, 1만6천원.

프릳츠커피 | 올드독, 잘 되어 가시나, 서울 시네마

당신의 하우스 블렌드는? 전통적인 이탤리언 스타일의 다크 로스팅 커피인 ‘올드독’, 달콤한 단맛이 돋보이는 ‘잘 되어 가시나’, 과일의 단맛과 신맛이 입안에 맴도는 ‘서울 시네마’, 세 가지 블렌드가 있다. 날이 추워질 때는 묵직하고 다크 초콜릿의 단맛이 느껴지는 ‘올드독’을 추천한다.

하우스 블렌드를 만들게 된 계기는? 여러 스타일의 커피를 테스트하며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맛을 블렌드로 잡았다. 우리가 맛있어하는 커피여야 소비자에게 가장 자신 있게 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블렌드에서 신경 쓴 점이 있다면? 일관된 맛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커피는 과일이기 때문에 수많은 변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전문가가 모여 생두를 엄선하고 테스트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로스팅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마셔야 맛있나? 그라인더가 있다면 좋다. 수동이어도 충분하다. 분쇄한 원두를 며칠에 나눠 먹는 것보다 블렌딩의 특성을 훨씬 잘 느낄 수 있을 거다. ‘잘 되어 가시나’와 ‘서울 시네마’를 핸드드립으로 먹는다면 전기포트에서 주전자로 옮긴 후 바로 추출하면 적당한 온도가 된다. 커피와 물의 비율은 1:15~1:17을 추천한다.

집에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법은? 델타프레소라는 제품을 선호한다. 에어로프레스와 비슷한데 더 편리하고 향미가 잘 나오는 듯하다. 핸드드립으로는 하리오, 커피의 오일 성분까지 즐길 수 있는 프렌치 프레스도 추천하는 추출 도구다. 앞서 말했듯 무엇보다 그라인더가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