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 Kwangju, Rock Scissors Paper, 2020, single channel video, 9min.

Cho Jaiyoung, The Cross Sections of the Void, 2020, cardboard, contact paper, metal frame, dimensions variable.

Cho Jaiyoung, The Cross Sections of the Void, 2020, cardboard, contact paper, metal frame, dimensions variable.

거기와 여기

사람이 모이면 곤란하지만 그들의 작업이 모이는 건 누구에게도 폐 끼칠 일 없다. 전시 <다른 곳>은 회화, 조각, 비디오, 설치 등 매체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다섯 명의 동시대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업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다. 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다른 곳을 바라본다. 다른 곳으로 향하는 시선은 여러모로 침울한 오늘, ‘여기’라는 현장을 외면하거나 도피하는 무책임한 태도로 보일 수 있다. 실제로는 현실이라는 폐쇄적인 지형 속에서 좌절하거나 멈추지 않고 지속해서 자신의 위치를 묻고 규정해가면서, 벗어날 수 없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동시대 예술가들의 태도를 반영한다. 그들은 현실의 특이한 지점을 날카롭게 포착하거나 무의식의 영역을 탐험하는가 하면, 현실과 역사를 가로지르며 오늘을 통찰하고 팬데믹과 공존하게 될 불확정의 시대를 바라본다. 이는 신자유주의가 양산한 비장소(Non-Places)를 비판하면서 현대미술이 대안으로 실험했던 수많은 작은 모임과 관계적 장소들의 집단성과는 방향을 달리하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이의 제기라 할 수 있다. 현실 자체가 서로 공존 불가능한 여러 공간이 겹쳐진 지금, 다른 곳을 향한 시선은 가장 충실히 바로 지금, 여기에 닿는 시선일지도 모른다.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10월 25일까지.

 

Jean-Michel-Basquiat, Untitled (Yellow Tar and Feathers), 1982.

거리의 영웅

사회적 편견에 저항하며 불꽃처럼 살다 간 미술가, 그 이름만으로 더 설명이 필요 없을 장 미쉘 바스키아의 대규모 전시 <장 미쉘 바스키아-거리, 영웅, 예술>이 우리에게 온다. 거리의 이단아로 뉴욕 미술계에 그 존재를 알린 바스키아는 빠른 속도로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8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3000여 점의 작품을 남기고 급한 약속이라도 있다는 듯 서둘러 떠났다. 삶과 죽음, 폭력과 공포, 빛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그의 작품들은 인간의 마음속에 깔린 저 바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원초적 본성을 대면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중 가장 유명한 15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영원히 늙지 않는 예술가, 장 미쉘 바스키아를 그리워하며. 롯데뮤지엄에서 10월 8일부터 내년 2월 7일까지.

 

Dom Melnikova Moskwa VIII 2017, C-print, 180×145cm.

공간의 초상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는 세계 곳곳의 공공도서관, 오페라 극장, 박물관, 궁전, 대성당, 은행 등 공적인 건축물의 내부 공간을 담아낸다. 단순한 인테리어 사진이 아니다. 건축 공간 자체의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표현함과 동시에 공간과 인간의 유기적 상호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1980년대부터 2017년에 이르는 그의 작업을 나란히 엿볼 수 있는 개인전이 열린다. 각기 다른 시대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는 시간 혹은 시간의 흐름이다. 공간의 역사와 시간의 흐름으로 생긴 미세한 변화에 주목한다. 그의 사진 속에는 사람이 없다. 인간이 만들어내고 거주하며 활동하는 공간을 재현한 사진에서 공간 속에 마땅히 존재해야 할 인물을 배제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 존재를 더욱 강하게 환기한다. 오늘날의 텅 빈 풍경과 오버랩되며.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11월 8일까지.

 


NEW EXHIBITION

<Souls>
영상미디어 설치 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개인전. 그는 몰입형 애니메이션 영상을 통해 건축 공간 안에 존재하는 자연 풍경이 그 공간을 바꾸고, 그 이미지는 곧 사람을 닮았음을 주장한다.
장소 리안갤러리 서울 기간 10월 31일까지

 

<팀라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일러스트팀 라한의 국내 첫 개인전. 아무도 예상 못 한 길고 불안한 시기를 보내며 작가는 코로나 이전의 삶을 돌아본다.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두려움을 안고, 동시에 나아가려 한다.
장소 알부스갤러리 기간 10월 25일까지

 

<비밀의 공간>
사진가 한성필의 개인전. 그는 환경과 역사, 실재와 재현의 관계를 다룬다. 이번 전시에서 건물 외벽을 찍은 그의 대표작 ‘파사드’와 ‘지극의 상속’ 시리즈의 신작을 비롯한 20여 점 이상의 작품을 선보인다.
장소 소울아트스페이스 해운대 기간 11월 1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