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해는 서쪽으로 향했다. 영원할 것 같던 계절이 찰나처럼 지나가버린 날, 죠지와 코스믹보이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여름을 노래한다. 능청스럽고 귀엽게, 그저 그래왔던 것처럼.

 

죠지가 입은 플리스 재킷과 레더 베스트는 우영미(Wooyoungmi), 집업 패딩은 몽클레르(Moncler), 팬츠는 디온리(Dion Lee), 스니커즈는 뉴발란스(New Balance). 코스믹보이가 입은 오버사이즈 패딩은 우영미, 쇼트 패딩은 헬리엇 에밀 바이 코에보(Heliot Emil by Coevo), 플리츠 셔츠는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 이너로 입은 티셔츠는 코스(Cos), 데님 팬츠는 리바이스(Levis), 롱부츠는 지방시(Givenchy), 라피아 햇은 헬렌 카민스키(Helen Kaminski).

죠지와는 2년 전에도 이렇게 밤에 만나서 촬영했죠. 모르는 누군가가 꾸며준 자신의 모습이 싫다며 결국은 하고 온 모습 그대로 카메라 앞에 섰어요.
죠지 진짜 데뷔 초반의 일이네요. 스튜디오와 옥상을 오가며 촬영한 기억이 나요. 그땐 메이크업을 하거나 제 스타일이 아닌 옷을 입는 일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요.

왜요?
죠지 제 반응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내 취향은 내 인생에 놔두고 일은 일대로 하는 게 모두의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았어요. 지금은 최대한 원만하게, 둥글게 지내려고 해요.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든 변하기 마련이죠. 
죠지 확실히 ‘에고(Ego)’가 작아진 느낌이에요. 혹자는 그럴수록 아티스트의 고집을 지켜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던데요. 그게 굉장히 힘들어요. 작업도 중요하고 일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제 삶이잖아요. 정신의 에너지를 망치고 싶지 않아요. 근데 또 가끔 튀어나올 때가 있죠.(웃음) 아, 배운 것도 있어요. 제 의견을 주장했는데 결과가 안 좋을 때도 있더라고요. 그때 오는 마음의 힘듦이 무거워요. 자존심도 상하고.

마스크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피로감이 묻어나는 얼굴이네요.
죠지 요새 잠을 잘 자지 못해서 더 그럴 거예요. 피곤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코스믹보이 고민이 많아서 그런 거 아닐까? ‘현타’가 와서 그런 걸지도.
죠지 다 맞는 것 같아. 고민이 있는데 그게 뭐라고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어요. 늘 걱정을 달고 살아서, 뭐가 걱정인지도 모르겠고. 해결할 마음은 먹지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을 때가 많아요.

‘코로나 블루’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모로 거리를 둬야 하는 시절에 뮤지션으로 생활하는 건 어때요?
코스믹보이 저는 프로듀서여서 그런지 직접적인 타격은 없는 편이에요. 저작권 수입도 전과 별 차이가 없고, 간간이 학생들을 상대로 레슨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그게 좀 줄긴 했어요. 저는 결혼을 해서 아이가 하나 있는데요. 제 아이를 생각하면 진짜 무섭죠. 앞으로 마음껏 뛰놀고 학교도 가야 하잖아요. 제 아이가 살아나갈 미래를 상상하면 공포감이 커져요.

저작권료나 레슨비, 육아 같은 현실적인 단어가 등장할 줄은 몰랐어요. 참신하군요.
코스믹보이 요즘 투자나 부동산, 주식 같은 걸 공부하고 있어요. 평생 관심 없던 영역인데 이제 재미를 느꼈거든요. 아이와 반려견을 돌보고, 작업을 하고, 스케줄을 마친 다음 틈이 생길 때마다 기웃대고 있어요.

레인코트와 터틀넥 톱은 프라다(Prada), 실크 셔츠는 카사블랑카(Casablanca),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돈의 맛을 좀 알 것 같나요?
코스믹보이 공부하면서 새삼 느끼는 건데 저희 같은 프리랜서일수록 돈에 관한 개념을 잘 아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잘 관리하고, 잘 굴리는 일이요.
죠지 돈? 2년 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벌었죠. 평생 걱정 없이 살 만큼 그런 건 아니고요. 전세 대출받은 게 있는데 그걸 다 갚았어요. 나머지 큰돈 쓴 건 중고차 1000만원짜리 산 게 다예요. 아, 미국에서 한 달 살기 하면서 좀 쓴 것도 있는데 그건 서울에 살아도 똑같이 지출해야 하는 생활비 정도. 버는 족족 쓰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코스믹보이 죠지가 평소에 돈을 많이 안 쓴다길래 그런 줄 알았어요. 저희 세무사가 같아서 이렇게 슬쩍 보니까 작년에 저보다 더 쓴 것 같더라고요.
죠지 돈을 벌기 위해서 음악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단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건데 이게 직업이 되고 돈을 벌게 되니까 달라지는 마음이 있더라고요.

어떻게요?
죠지 정말 하기 싫은 일이 들어와서 안 하려고 했는데 돈을 많이 준다니까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웃음) 돈 때문에 타협하거나 포기하는 부분이 생겨요. 내가 이러려고 음악을 시작한 게 아닌데.
코스믹보이 그건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 아닐까? 오히려 현실을 깨우친 거일지도 몰라.

그런 거 보면 돈이 참 좋고, 또 무섭다는 옛말 틀린 거 하나 없죠.
코스믹보이 딜레마죠. 저도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 하면서 살았는데 가족이 생기니까 완전히 달라졌어요. 가장의 무게라고 해야 하나.(웃음) 지금은 뭐든 다 해요.

아무튼, 9월의 한복판에 <Love In Summer>라는 제목으로 두 사람이 앨범을 낸다는 건 허를 찌르길래 귀엽다고 생각해요. 입추는 진작에 지났고 벌써 새벽 공기는 차가운걸요.
코스믹보이 그러게 말입니다. 원래 한여름에 내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까 9월까지 오게 됐어요. 아쉽더라고요. 아, 이거 더운 여름에 나와야 대박인데. 근데 주변 사람들에게 미리 들려줬더니 오히려 여름을 살짝 벗어난 다음 들어서 더 좋다는 피드백이 많았어요. 지금은 좀 희망적입니다.
죠지 전 별 생각 없어요. 9월이 아니라 10월에 나와도 상관없어요. 꼭 여름에만 여름 노래를 들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제가 계절감이 없어요.

수록되는 5곡을 미리 들었는데 벌써 여름이 그리워지던데요. 사정이야 어떻든 영원한 여름을 바라고 꿈꿨어요.
죠지 오, 그거 진짜 괜찮은 말이네요.(웃음) 한참 서핑에 꽂혀 있는데, 서프숍을 운영하는 사람 중에 가을과 겨울을 발리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 사람들은 정말 영원한 여름을 살았던 거네요. 진짜 부럽다.

올해는 그들의 영원한 여름도 잠시 멈추겠지만요. 서핑의 매력은 뭘까요?
죠지 그냥 칠한 바이브가 있으니까, 되게 신기해요. 파도를 타는 것도 즐겁지만 바다 위에 가만히 있는 것도 못지않게 좋아요.

서핑과 아무 상관없는 표정의 코스믹보이는 어때요?
코스믹보이 한 번 따라나설 생각이었는데 아직 그러질 못했어요. 육아에 전념하느라.(웃음) 죠지 말을 들으니까 지금이라도 당장 그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서핑을 맛본 다음 날마다 바다로 향할지도 모르니,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우선은 참겠습니다만.

집업 재킷과 조거 팬츠는 모스키노(Moschino), 후디는 나이키 SB(Nike SB), 스니커즈는 프라다, 체인 네크리스는 분크(Vunque), 진주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검색창에 둘의 이름을 검색했을 때 뜨는 프로필 사진을 보고 달라도 너무 다른 개인일 거로 추측했어요. 
죠지 지금 검색해봤는데요. 이야, 진짜 다르긴 하네요.(웃음) 확실히 기질은 달라요. 그렇다고 작업할 때 문제가 된 적은 없어요. 오히려 서로의 주장을 스스럼없이 나누는 편이에요.
코스믹보이 오늘도 여기 오는데 죠지가 갑자기 창문을 열고 노래를 막 부르더라고요. 진짜 큰 소리로. 저는 죽어도 그렇게 못해요.

그게 죠지죠. 무슨 노래였나요?
죠지 임창정의 ‘소주 한 잔’. 갑자기 고음을 막 지르고 싶어서요.

둘을 보고, 듣고 있는데 밑도 끝도 없이 무작정 ‘젊음’의 기운이 느껴지네요. 
코스믹보이 젊음과 트렌드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요. 제가 음악을 만들 때 영향을 받는 건 오히려 이미 지나간 노래인 것 같아요. 그걸 지금의 코드로 재해석해내는 거죠. 결국 젊음이라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죠지와 코스믹보이의 이토록 재기발랄한 바이브는 영원할까요? 그러길 바라요?
코스믹보이 다양한 음악을 편견 없이 듣고 살았어요. 덕분에 듣는 귀가 자랐고요. 시간이 흘러도 안 좋게 들리는 소리는 걸러낼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럼 돼요.
죠지 그냥 좋은 걸 하는 거죠. 젊음을 노리고, 유행의 흐름을 타고 영리하게 작업하진 않아요. 저는 저를 그렇게 휙휙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GEORGE&COSMIC BOY’S PICK 

<In a Dream>
코로나19 위기를 관통하며 삶과 음악 전반에 전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관점을 품게 된 트로이 시반은 주저앉는 대신 나아가는 쪽을 택했다. 예측을 벗어나는 사운드는 참신하고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는 유난히 단단하게 와 닿는다.
장르발매사 유니버설뮤직

 

<No Song without You>
일렉트로닉 팝 듀오 혼네가 정규앨범에 버금가는 양과 질을 자랑하는 믹스테이프를 내놨다. 지난 앨범보다 군더더기 없이 자유롭게, 실험적인 면모를 잔뜩 선보인다. 14곡에 이르는 풍성한 리스트 중 버릴 곡 하나 없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장르발매사 워너뮤직

 

<Feel Good>
프렌치 일렉트로닉 듀오 폴로 앤 팬의 EP 앨범. 알록달록한 컬러가 팡팡 터지듯 새겨진 앨범 커버와 뮤직비디오가 음악만큼이나 소중하다. 사랑스러운 훅이 인상적인데, 지난 여름밤이 그리워진다.
장르 일렉트로니카 발매사 유니버설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