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 옷깃은 살짝 여미더라도 옷자락은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휘날릴 것.

 

역사 속에서 ‘프린지’ 디테일은 우리에게 아주 강렬한 몇몇 장면으로 회상된다. 1980년대 무대를 휩쓸던 디바, 티나 터너의 화려한 무대복, 1950년대 엘비스 프레슬리가 애용하던 프린지 가죽 재킷, 지금까지 우드스탁 페스티벌 최고의 순간으로 손꼽히는 지미 헨드릭스의 공연에서 그가 입었던 하얀색 프린지 재킷도 두고두고 회자된다. 1920년대 <위대한 개츠비>를 쓴 소설가 피츠제럴드 시절에 등장하는 신여성의 프린지 드레스는 또 어떤가. 그도 아니면, 본래 프린지가 자유를 추구하는 히피들의 시그니처 아이템이기도 했으니 낙낙한 후드 판초나 집시 드레스, 웨스턴 부츠 장식의 프린지가 떠오른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어딘가에 매달아 흔들리는 술 장식은 보통 프린지로 통칭한다. 시대에 따라 부를 전제한 화려의 상징이 되었다가, 자유를 부르짖었고, 때로는 거칠고 투박하게 폭주하기도 했던 프린지의 역사. 오늘날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불황이 만들어낸 반대급부의 키워드로 대중패션에 스며들었다.

불황이 지속되면 사람들은 기능을 앞세운 실용적 패션과 시즌에 얽매이지 않는 클래식한 아이템에 몰리기 마련이다. 지금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뒤 그 상태가 아직 종식되지 않은 불황이 깊어가는 시기. 실용과 클래식이 반복되며 침전된 지루함을 날려줄 한 방으로 프린지가 간택된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 프린지는 관습을 깨듯 정해진 스타일 룰을 가볍게 뒤집어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데, 단순해 자칫 지루한 아이템에 곧장 리듬을 부여하고, 드레시한 룩을 단숨에 화려함으로 이끄는 식이다. 덕분에 이번 시즌, 머리부터 발끝까지, 즉 헤드기어부터 코트, 숄, 드레스, 스커트, 가방을 지나 신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패션 아이템에 프린지가 두루 적용됐다.

대표적으로 프라다는 여성이 지닌 강인함을 표현하기 위해 프린지를 적극 활용했다. 도톰한 모직 재킷에 하늘하늘한 프린지 스커트를 발로 차며 나온 첫 번째 모델을 시작으로 넓은 프린지 스커트 룩을 지나 비즈와 메탈을 장식한 프린지 스커트 차림에 이르기까지 모든 룩은 조화와 대비를 적절하게 이루며 여성 내면의 다양성을 표출했다. 현재 패션업계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다니엘 리가 이끄는 보테가 베네타는 니트와 가죽, 시어링의 밑단을 죄다 프린지로 마무리하며(마무리하지 않고 풀어헤쳤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다) 꽤나 극단적인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이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의 연속성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특히 보테가 베네타 특유의 가죽 꼬임 방식인 인트레치아토 가방의 변주는 브랜드 사상 가장 쿨한 변신이라 할 만했다.

또 형태와 컬러는 단순하지만 그 소재와 장인정신은 비범한 질 샌더의 프린지 드레스와 실처럼 가는 프린지로 구조적인 실루엣을 완성한 오스카 드 라 렌타, 고딕 승마 룩에 프린지 이너를 더해 고급스러움을 배가한 알베르타 페레티, 팜 엔젤스의 미국식 에스닉 룩에 더한 프린지까지 런웨이를 수놓은 프린지는 그 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 프린지 의상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보스, 에르뎀, 프라발 구룽 등에서 선보인 프린지 액세서리만 눈여겨봐도 충분히 존재감 있는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플라워 패턴의 프린지 코트는 5백만원대, 에트로(Etro).

 

인트레치아토 기법의 프린지 클러치백은 5백만원대,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프린지 디테일의 주얼 백은 가격미정, 프라다(Prada).

 

페이즐리 패턴 프린지 머플러는 가격미정, 에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