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 인접해 프랑스인들에게도 낯선 프랑슈 콩테는 장인과 화가의 땅이다. 그곳에 머물며 찾은 아름다움과 풍요로운 음식에 대하여.

 

살랭레뱅 대제염소.

프랑스 지도를 손가락으로 더듬어보자. 오른쪽 중간쯤에 이르면 부르고뉴 옆에 프랑슈 콩테(Franche-Comte)가 나온다. 서쪽에 인접한 부르고뉴와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부르고뉴에 비해 덜 알려진 것이 사실이다. 언제부터 부르고뉴는 세련되고 웅장한 도시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지만 프랑슈 콩테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 또한 위대한 자연경관과 아름다운 건축, 풍성한 문화와 역사로 가득하다.

봄레메시외르 사원의 문.

풀레 드 브레스 요리.

봄레메시외르 마을의 전경.

프랑슈 콩테에 도착하자마자 향한 곳은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한 ‘봄레메시외르(Baume-les-Messieurs)’ 마을이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대정원’이라는 뜻을 가진 레스토랑에 들렀는데 정원은 없었지만 따뜻한 햇살이 반겨주는 곳이었다. 마침 인적이 드문 시간이었기에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고 닭요리인 ‘풀레 드 브레스’와 뱅 존 와인,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치즈 중 하나인 ‘그뤼에르 드 콩테’를 주문했다. 프랑스인들은 이 세 가지 음식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모두 엄격하게 생산된 최상급 재료에 부여되는 AOP 인증을 받은 것으로 풀레 드 브레스는 오직 브레스 지방에서 나는 닭에게만 주어지는 영예로운 호칭이다. 오후에는 엄숙한 분위기의 사원을 둘러보았다. 9세기 때 지어진 검소한 느낌의 수도원은 다소 황량해 보이기도 했지만 입구에 제라늄 화분을 놓아 밝은 분위기를 더했다. 동행인 메릴린과 낯선 집 문턱에 앉아 마을 위를 드리우는 절벽을 올려다보았다. 햇살이 내리쬐는 마을과 달리 절벽 위쪽은 어둡고 차가워 보였다. 얼핏 우울해 보이기까지 해 마치 다른 기후의 영향을 받는 듯이 보였다.

시장에서 발견한 옐로 페퍼.

허브를 곁들인 치즈.

프랑슈 콩테에 대해 말할 때 무엇보다 치즈를 빼놓을 수 없다. 폴리니 시내와 그 주변의 유명 치즈 제조소 중 하나인 프로마주리 바뉴(Fromageries Vagne)를 서둘러 방문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서는 모르비에, 몽도르, 블뢰드젝스 등 훌륭한 치즈를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지만 그중의 왕은 콩테다. 제조실은 굉장히 기능적이고 안전한 무균실에 가까웠기에 치과 대기실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내 곧 끝없는 선반의 바닥부터 천장까지 쌓여 있는 수천 개의 치즈가 드러나며 장관을 이루었다. 프랑슈 콩테에서 치즈는 금괴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이곳은 종종 연방 금괴 저장소가 위치한 ‘포트 녹스’에 비유되어 불리기도 한다.

봄레메시외르의 터프스 폭포.

그후 며칠 동안은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 인근의 쥐라 산맥지대에 머물렀다. 굽이치는 농지와 함께 아름다운 배경을 완성한 것은 근사한 와인과 음식이었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찾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지만 이곳에서는 그보다 먼저 방문해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제염소다. 살랭레뱅 대제염소(Grande Saline at Salins-les-Bains)와 아르케스낭 왕립제염소(Saline Royale at Arc-et-Senans)는 훌륭하게 보존된 옛 소금공장으로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 중이다. 두 제염소는 완전히 대비되는 건축 스타일이지만 각각의 경이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한 곳은 황량한 서부 개척시대를 연상시키며 다른 한 곳은 신고전주의의 웅장한 업적으로 여겨진다. 제염소에서의 시간은 기술의 발전이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극적으로 인간의 삶을 변화시켜왔는지를 통감하게 했다. 한때 금보다 더 값졌던 소금은 전기냉장고가 등장함에 따라 하룻밤 사이 평범한 조미료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프랑슈 퐁테의 자연.

먹을 만한 곳

◊ 르 그랑 자르댕 Le Grand Jardin
꾸밈없이 소박한 식당이다. 
야외 테이블은 몇 개 되지 않지만 뱅 존 와인이 끊임없이 서빙된다.
가격 2인 런치 약 12만원부터. 문의 legrandjardin.fr

◊ 로베르주 뒤 로크 L’auberge Du Roc
낯선 사람의 집에 초대받아 유쾌한 식사를 하는 느낌이다. 홈페이지가 없어 문의를 할 수 없는 점은 불편하지만 현지의 소박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가격 2인 디너 약 12만원부터.

◊ 레 필 데밀 페르노 Les Fils D’emile Pernot
프랑슈 콩테 여행이 끝날 무렵 들르면 좋은 압생트 증류소다. 위트 넘치는 설명을 들으면서 압생트의 제조 과정과 역사를 훑어볼 수 있다. 일요일을 제외한 주간에는 시음도 가능하다.
가격 무료 문의 emilepernot.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