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는 이마가 넓어야 미인이라더니, 이제는 이마가 동그래야 미인이라고 한다. 연예인들이 알게 모르게 다 받는다는 그것. ‘헤어라인 모발 이식술’이다. 완벽한 이마는 어떻게 탄생할까.

 

이마에 집착하게 된 사연은 아주 사소하게 시작되었다. 옆자리 뷰티 디렉터가 나의 사진을 보정해주겠다며 보정 앱을 연 것이다. “별로 할 건 없어. 피부 좀 밝히고, 이마를 좀 줄이고….”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이마가 줄어들었다. 비명을 질렀다.

“내 이마가 어때서! 이마가 넓지 않으면 그게 나겠어?’ 업계 내로라할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만날 때도 비슷한 지적… 아니 조언을 받았다. “기자님은 헤어라인만 만지면 진짜 괜찮을 텐데.” 결정적 장면은 남동생의 결혼 앨범. 사진 속에서, 우리 가족 모두의 이마가 사각형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랬던 거다. 각진 이마의 엄마가, 각진 이마의 아빠를 만나 자식 셋을 낳았더라. 그래서 다섯 식구는 모두 각지고 넓은 이마를 가졌더라. 그게 허씨 가족이더라.

자꾸 이야기를 들으니 내 이마가 달리 보였다. 어릴 적엔 분명히 이마가 넓은 게 미인이다, 이마가 넓어야 마음이 넓어 잘 산다는 소리를 듣곤 했다. 시대의 미감이 변한 걸까? 나는 결코 나의 이마를 부끄러워한 적이 없었고, 지금껏 당당하게 앞머리 없이 살았다. 약간 걸리는 건 이마 끝이 동그랗지 않고 각지게 파였다는 것이었는데, 그까짓 거 헤어 섀도로 살짝 칠하고 다니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나 역시 알고는 있었다. TV 속의 많은 연예인의 동그랗고 완벽한 이마는 의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어렵다는 것을. 그래서 모발이식이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 반달처럼 동그랗고 완벽한 이마는 과연 어떻게 탄생하는가.

모발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모빈치의원의 원장으로, 유튜브를 통해 탈모와 모발이식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풀어내는 한미루 원장에게 ‘헤어라인 교정’으로 불리는 수술이 의학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물었다. “헤어라인 교정 수술은 기본적으로 ‘Folicular Unit Transplantation’, 즉 ‘모낭단위 이식술’이라는 모발이식 수술을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뒷머리에 존재하는 모낭(Folicular Unit)을 앞 이마의 모발이 없는 부위에 옮겨 심는 일종의 피부 이식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은 탈모의 위험이 현저하게 낮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때문에 여성들의 대부분이 탈모보다는 심미적 이유의 ‘헤어라인’ 교정을 위해 모발 이식 병원을 찾는다. 예전 신윤복의 그림을 보면 여인들은 하나같이 각진 이마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며 ‘예쁜 이마’는 달라졌다. 요즘은 부드러운 인상을 만들어주는 달걀형의 동그란 이마를 선호한다. “우리나라 여성분들의 60~70%는 기자님처럼 각지고 사각형의 이마 라인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마의 높이를 낮추거나 측면 부위의 각진 헤어라인을 교정하시기 위해서 병원을 찾는 비율이 높습니다. 모발이식은 크게는 30년 이전부터 남성 탈모 환자분들을 위한 재건 목적으로 시작되었죠. 2000년 초반부터 미용 목적의 여성 헤어라인 교정 수술이 발전하면서 근래에는 여성의 비율이 거의 절반 가까이 증가되었습니다. 십여 년 전 비절개 모발이식 수술이 등장했고요. 여성 환자분들의 수도 증가하는 경향입니다.”

한미루 원장은 나의 이마 역시 ‘사각형의 이마’임을 금세 알아보았지만, 세간의 평가와 달리 이마가 넓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황금비율에 의하면 이마의 비율은 헤어라인 끝에서 미간까지의 비율과 미간에서 코 아래 끝까지의 길이 비율이 1:1이 되었을 때인데, 나는 그 1:1은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혹시 나이가 들면서 이마 라인이 뒤로 가고 있는 건 아닌가? “여성분들은 남성처럼 이마 라인이 뒤로 가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모발이 약해지면서 그렇게 보이는 경우는 있지만요.”

여성이 이마 라인에 고민을 갖고 병원을 찾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라고 한다.

첫 번째 이마 높이가 길어서 얼굴이 길쭉해 보이는 경우. 두 번째로 남성과 같이 M자 이마를 갖고 있는 경우. 세 번째로 측두부와 구레나룻 쪽의 헤어라인이 뒤로 치우쳐 있어 이 M자 부위를 교정하여 동그랗게 만들 때 가장 만족도가 큰 편이라고. 그럼

이 모발 이식은 누구나 할 수 있을까? 숱이 없거나 머리카락이 가늘거나 해도?

“여성 탈모가 심해 뒷머리 숱이 부족한 극히 일부 환자분들을 제외하면 시술이 불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결과를 위해서는 재료가 되는 뒷머리의 모발 굵기가 두껍지 않고 가느다란 분들이 조금 더 자연스러운 헤어라인 연출에 유리하다고 할 수 있죠.” 평균적으로 사람의 뒷머리는 3만 모로 이루어져 있고,

숱이 적다고 느끼는 경우에도 2만5000모 정도는 있다고 본다는 거다. 수술의 과정은 어떨까? 상담을 통해 헤어라인을 디자인하고 수술 날짜를 정한 뒤 수술이 이루어진다. 과정은 식목일날 나무 심기를 떠올리면 좋다. 한 원장은 모낭을 나무에, 머리카락을 가지에 비유했다. 나무를 뿌리째 뽑아서 이마에 다시 심어준다는 것. 당일만 붕대를 감고 다음 날부터 샴푸가 가능하다. 그럼 머리카락이 3개월부터 10개월간 조금씩 나기 시작해, 1년 후부터 자연스러운 모습을 갖게 된다. 그럼 수술의 성패는 어디 있을까? “만족도는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환자분 입장에서도 눈코입 성형에 비해 머리카락이라는 점이, 덜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점도 만족도가 높은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모발이식 자체가 큰 부작용이 나기 어려운 부위이기도 합니다. 단, 헤어라인 교정술이 100% 완벽한 자연스러움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뒷머리 모발의 굵기로 인한 이질감과 밀도 재현의 한계는 있고요, 부자연스러움도 어느 정도는 존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사람의 머리는 솜털부터 시작해 그러데이션을 이루고 있죠. 하지만 뒷머리를 이식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그러데이션이 사라집니다. 따라서 제 경험상 약간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시에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나도 했으니 너도 하라며 친절하게 자신의 이마를 내 눈앞에 들이대준 아티스트 친구가 생각났다. 심은 머리라는 걸 알고 들여다보니 이마쪽 머리카락이 튼실하게 굵었다. 마치 어린 시절 바비 인형의 머리카락처럼.

시술 후 부족하면 더 심을 수는 있지만, 없는 모낭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즉, 모낭복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탈모의 딜레마일 수도 있다. 그리고 수술비 역시 이 모낭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흔히 2000모, 3000모를 이식했다고 하는데 바로 그 수에 따라 수술비도 책정된다.

“한국에는 모발 이식을 전문적으로 가르쳐주는 과가 없어요. 저는 탈모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탈모인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발이식에 관심이 많아 일부러 그 길을 찾은 케이스였죠. 미국에서 모발 이식을 배우면서 깨달은 건 한국이 머리카락, 헤어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겁니다. 서양 사람들도 탈모가 많지만 우리나라처럼 민감하진 않고 그냥 머리카락 전체를 밀어버린 채로 잘 살거든요. 한국인의 두상이 서양인 만큼 입체적으로 예쁘지 않은 원인도 있지만, ‘대머리’를 기피하는 문화가 분명히 있습니다. 여성분들도 ‘대머리’와는 소개팅하고 싶어 하지 않잖아요?” 아름다움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이토록 디테일하다. 나는 마치 가문의 표식처럼 넓은 사각형의 이마로 계속 살아가겠지만, 예쁜 이마에 대한 관심은 지금도 뜨겁고 나도 한 가지는 알게 됐다. 각진 이마가 너무너무 싫어지면, 2000모만 심으면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