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의 화려함, 90년대의 익숙함을 지나 40년대의 고풍스러움에 안착했다.

 

히피 룩과 펑크, 글램 룩으로 새로운 바람을 불게 했던 1970년대와 세기말을 앞두고 절제된 디자인을 추구했던 미니멀리즘과 테크노적 퓨리처즘이 공존했던 1990년대는 패션 역사가 유독 사랑하는 시대다. 이 시기에 관해서라면 매 시즌 영향을 받지 않은 디자이너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인데, 이번 시즌에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1940년대 패션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1940년대 패션 스타일은 크게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초반과 1945년 전쟁 종식 후로 나눌 수 있다. 전쟁 중에는 강인해 보이는 각진 어깨, 더블 브레스티드 등 군복에서 영향을 받은 밀리터리 룩이 자연스러웠다. 수년간의 전쟁이 끝나고 죽고 사는 문제에서 해방되자 여성들은 가장 먼저 그 긴장의 해소를 의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독특한 칼라 장식으로 옷의 분위기를 바꾸고, 어깨는 둥글고 볼륨 있게 변화했으며, 허리를 꽉 조여 여성 특유의 라인이 드러나도록 했다. 무릎 길이의 하늘하늘한 셔츠 원피스는 데일리 룩으로, 드레스 글러브와 함께 연출한 맥시 드레스는 나이트 룩으로 인기를 모았다. 그런 룩에는 으레 메탈 잠금장치 디테일의 동전지갑 모티브 클러치백이나 복주머니 형상의 가방이 손에 들려 있었고, 구두는 부드러운 앞코에 플랫폼과 단단한 굽을 지닌 플랫폼 샌들이나 슬링백, 옥스퍼드화가 주를 이뤘다. 또 여성들은 머리에도 열심으로 공을 들였는데, 갖가지 꽃 장식의 헤드기어를 하는가 하면, 챙이 넓은 햇이나 베레 등과 같은 모자를 쓰거나 그도 아니면 스카프를 둘러 머리를 장식하는 식이었다. 이번 시즌, 위와 같은 공식에 충실해 1940년대 패션을 재해석한 컬렉션은 에르뎀, 미우미우, 로다테 등이다. 에르뎀은 삐죽한 칼라와 둥근 어깨를 지닌 미디 원피스에 드레스 글러브, 동전지갑 모티브 토트백, 플랫폼 플랫 슈즈를 매치했다. 반짝이는 자수 소재에 시퀸과 구슬을 더해 장식적인 브랜드의 색채를 녹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미우미우는 넓고 둥근 칼라가 돋보이는 맥시 드레스에 동전지갑 클러치백을 매치하고 구불구불한 헤어를 더해 1940년대 패션을 완성했고, 로다테는 물방울 무늬 원피스에 꽃 장식 헤드기어, 빈티지한 슈즈와 드롭 이어링, 레이스 글러브를 매치해 그 시절 사교계를 주름잡았을 법한 여성의 모습을 완벽 재현했다. 패턴 원피스에 플랫폼 앵클 스트랩 슈즈와 네모반듯한 클러치백을 매치한 셀린느는 뱅헤어를 더해 특유의 시크함을 강조했고, 코치는 셔츠 원피스에 니트 비니와 두툼한 양말 등을 더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었으며, 마크 제이콥스는 각진 어깨와 머릿수건 장식의 1940년대 초반 분위기와 관능적인 드레스에 화려한 주얼을 장식한 1940년대 후반 분위기를 모두 담아 보는 맛을 더했다. 그 밖에 프린지 장식과 란제리 모티브 등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배가한 펜디, 둥근 어깨의 꽃무늬 드레스, 주얼 장식 망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디테일도 그 시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1970~90년대 패션이 너무 익숙해 시시해졌다면, 1940년대 패션으로 스타일을 환기해보자. 레트로 패턴의 미디 원피스와 동전지갑 모티브의 클러치백만 갖춰도 올가을 스타일링이 더욱 풍성해질 것.

동전지갑 모티브의 토트백은 3백30만원대, 미우미우(Miu Miu).

 

청키한 플랫폼 앵클 힐은 가격미정, 아쿠아주라(Aquazzura).

 

더블 칼라 장식의 원피스는 36만8천원, 쟈니헤잇재즈(Jonny Hates Jazz).

 

메탈 잠금장치와 태슬 스트랩의 숄더백은 3백20만원대, 프라다(Prada).

 

복주머니 형상의 체인 백은 가격미정, 샤넬(Chanel).